작년 이맘때쯤인가. 박명수는 자신이 진행하던 두시의 데이트를 하차했었지. 당시 박명수의 깨알같은 진행에 완전 중독되어있던 난,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를 붙들고 낄낄거렸었는데, 특히나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매일 고정 코너로 나오던 '거성 리서치'였어. 매번 어떤 주제로 청취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서, 그 청취자의 생각을 물어서 나오는 대답을 리서치의 결과라고 외쳐대는, 매우 무대뽀적인 코너였지. 무엇보다도 김유리라는 리포터와 박명수의 호흡은, 유재석 김원희의 호흡을 능가하는 것이었어. 'MBC 7층의 호박전, 새우젓, 미국코'라고 김유리를 갈구는 박명수,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나가면서 매끄럽고 유쾌하게 진행한 김유리. 거기에 연출되지 않은 무작위로 연결된 청취자들은, 제작진의 예측을 벗어난 발언을 하기 일쑤였는데, 그때마다 빛을 발한건 노련한 거성 박명수의 순발력과 재치였지. 난 진짜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했어.
오늘 가게에서 보던 티비가 고장나서, 거의 1년만에 라디오를 틀었어. 작년 거성이 하차하면서 나도 라디오를 듣지 않게 되었거든. 그즈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매일 깔깔대고 웃기도 그렇더라고.
그렇게 1년만에 듣게된 두데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어. 바로 김유리 리포터의 목소리였지. 그녀는 아직도 살아남았어. 아참, 그녀는 무한도전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어. 한 시청자가 김밥집 딸을 좋아하는데, 리포터로 미션을 수행했었지. 아무튼 이제는 '두데 리서치'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포맷의 코너를 유지하고 있더군.
윤도현은 나름의 거칠고 어눌한 진행이 매력이긴 하지만, 예전 거성에 길들여진 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어. 윤도현의 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론 거성이 다시 두데로 돌아왔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어.
내가 거성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2004년인가 2005년 즈음부터였지. 당시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 '사랑유감'이라는 코너에 출연한 거성은 '제8의 전성기'라는 모토를 내걸고 '탈랄라'를 발표하며 활동하고 있었어. 무한도전이 시작했던 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티비에서 박명수의 존재감은 미미했었지. 하지만, 그 '사랑유감'이라는 코너에서 거성은 현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호통개그'를 선보이며 온갖 깨알같은 개그들로 청취자를 사로잡았지. 심지어는 게스트로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뭐 이리 웃긴 사람이 다있냐', '박명수가 이렇게 웃긴 사람인가'등의 반응을 보이며, 생방송중 눈물을 흘리며 자지러지도록 웃는 경우가 속출했었지. 그 일등공신은 DJ였던 정선희인데, 정말 리액션과 박명수와의 환상 호흡을 자랑했었지. 그 정선희도 매주마다 박명수의 빵빵터지는 개그 앞에서, 컹컹거리며 자지러져 진행불가의 상태가 되기 일쑤였지.
당시 설계실에서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나는 이어폰을 꼽고 혼자서 키득거리며 눈물을 흘렸어. 옆에 후배들이 왜그러냐고 물으면 그냥 '아니야'라고 답했었지. 박명수가 너무 웃겨서 그렇다고 말해봐야 걔네들은 시큰둥했으니까.
아무튼 오늘 라디오를 들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해서 적어봤어. 나와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오유에도 있겠지? 그 기억을 같이 나누면 정말 기분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혹시 있다면 댓글로 달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