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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란을 선택한 이유
게시물ID : wow_15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2:34
추천 : 11
조회수 : 69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11/13 12:38:58
그녀를 처음 본건 홍대역 근처의 아는 형이 운영하는 조그만 합주실 이었습니다. 
합주실이 뭐냐? 하시는 분이 계실텐데.. 합주실이란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용료를 받고 한,두시간 단위로 연습실을 빌려주는 뭐 그런곳입니다.
 
음악좀 해보겠다고 이래저래 살고있고, 그러다가 알게된 형이 차린 곳이었고, 저는 간간히 가게를 봐주곤 했습니다. 
그리곤 어느날.. 할 일없이 합주실에 놀러가 새로 나온 음악들을 듣고 있을때였습니다. 
연습실 3개중 한곳에서 연습을 하는 밴드가 있더군요. 

Dinky : '형 왠일로 사람이 있네?'
형 : '저 사람들 한달 계약했어. OO여대 밴드 동아리에서 왔대.'
여대 밴드 답게 연주하는 곡은 Hole의 Celebrity Skin 이더군요.
커트니 러브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 제 취향은 아닌지라 곧 관심을 끄고 와우에 관한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 형은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군요. 

형 : '야. ㅅㅂ 또 얼라가 오그리마에 쳐들어왔대. 나 요앞에 pc방좀 다녀올게' 저와는 다른 저주섭에서 만렙을 찍은 호드답게 단결이 잘되는 모습이랄까요? 당시 저는 16번섭 말퓨리온 섭에서 처음으로 와우를 접했습니다.
(글 올리고 다시보니 22섭 이군요.. 섭통합때 바뀌었거나 제가 착각했나봅니다.) 

처음에는 재밌게 게임을 하다 워낙에 사람이 없는 섭의 환경에 질려.. 게임을 접다시피 했었지요.
레쓰비 캔 하나에 한시간동안 카운터를 봐주기로 약속하고 저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합주실에서의 일이란 사실.. 엄청나게 한가합니다. 

그곳은 마치 저주섭의 서부 몰락지대 구석의 등대섬마냥 사람이 드문드문 왔다가 
가버리듯 이미 예약을 해둔 시간에 맞춰 손님이 찾아와 연습실에 들어가 연습을하고 
시간에 맞춰 가버리는 사람 대하기가 참 힘든 일입니다. 
한마디로, 심심했단 소립니다. -_-; 혼자 덩그러니 남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연습실 3개중 단 한군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소리가 멈췄습니다. 
사람들이 나오더군요. 연습하다 잠시 쉴려는 모양이었습니다. 

여대생이 하나, 둘, 셋... 헉..... 긴 머리를 특이하게 한쪽만 레게처럼 꼬고, 눈썹을 뚫고, 위 아래 온통 검은 블랙 코디를 하고있는.. 
보이쉬 오라에 우울함의 축복마저 갖추고 있는듯한 그런 아가씨가 하나 있더군요. 
사실 그때 그 여대생들이 다들 꽤 예쁘거나 귀엽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그 블랙 코디의 아가씨는 눈을 뗄수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한눈에 사람을 좋아하게되는 뭐 그런 스타일입니다. 첫눈에 운명을 알아본다느니
뭐 그런 헛소리가 아니라, 그냥 마음에 드는 여자는 처음보는 순간 빠져버리는 뭐 그런 타입입니다. 

아무래도.. 그때 역시 그런 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그녀와 눈을 마주쳤을때.. 
아무 말 없이 서로 뚫어져라 한 5초간을 쳐다본것 같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닳아오르는 느낌이 들더군요.. 후.. 
잠시후, 오그리마 방어전을 마치고 돌아온 형에게 저는 그 밴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것저것 듣고보니 눈썹을 뚫은 그녀는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고, 보통 대학교 동아리는 자체 연습실이 있지만 
축제때 공연을 할 예정이라 좀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연습을 하기 위해 오는것등 여러가지것을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저는 저도 모르게 그 밴드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 . . 얼마정도 지나서 저는 카운터에 앉아있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오는 그 여학생들과 가볍게 목례를 하기도 했었고, 마치 관심있는것은 저 뿐만이 아닌듯 그녀의 시선이 저를 의식하는듯한 느낌을 여러차례 받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무관심한양 아무런 말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간단한 인삿말조차.. 사실 저는 말을 잘하는 성격이 못됩니다. 남들은 우울증 환자정도로 볼때도 있지만, 
사실 저 자신은 그저 무미건조한.. 메말라 보이는 인간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녀또한 제 눈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 . 

그리고 2주쯤 지났을때, 
합주실 형에게 그녀의 축제가 3일 남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고보니 상위 섭 어딘가에서 와우를 한다는 사실도.. 왠지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녀를 못보게 될텐데.. 하지만.. 저는 소심하고 바보같은 뭐 그런 녀석 입니다.

아주 잠시 몇초간 눈을 마주치는 정도 외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그녀가 축제 공연을 하기 마지막날. 저는 그날도 합주실을 봐주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연주를 가만히 들으며, 1초 1초를 안타깝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밴드가 연습을 끝내고 연습실에서 나올때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녀가 저에게 다가와 작은 쪽지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그녀 : '이거.. 제가 가고 나서 봐주시겠어요? ' 놀라서 쪽지를 받아든 저를 두고 그녀를 빠른 걸음으로 나가더군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펴서 읽었습니다. 나에 대해서 알고싶다, 친해지고 싶다.. 뭐 그런 당시의 저에겐 기적같은 내용과 그녀의 연락처... 예상밖의 첫 에픽을 주운것마냥 행복했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고, 전화해서 무슨 말을 하지 몇시간을 생각했었습니다. 

그 날밤, 저는 몇번이고 휴대폰에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지웠다 하며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녀 : '여보세요 '
Dinky : '저.. 오늘.. 쪽지.. 받은 사람인데요.' 저는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그렇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그녀 : '네? 뭐라구요?'       저는 제가 전화를 잘못걸었나 싶었습니다.
Dinky : '저.. OO 합주실에서 오늘 쪽지 받은 사람입니다. 혹시 제가 전화를 잘못걸었나요?' 
그녀 : '아니... 저기.. 제가 맞기는 한데..' . . . 한동안 말이 없더군요. 
그녀 : '남자 분이셨나요?' 
Dinky : '................;;;' 저의 설레임은 어느새 의문감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녀 : '죄송합니다..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그리곤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혼란스럽더군요. 
그리고 한참후에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저는 머리가 좀 깁니다. 그리고 여자처럼 생겼다는 말을 듣는 정도를 넘어, 실제로 여자인줄 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령 목욕탕을 들어가는데 '아가씨 거긴 남탕이에요. 여탕은 2층이에요.' 라던가 '저기 아가씨 버스 정류장이 어디에요?' 정도?
 뭐 이정도는 일상다반사였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이 세상에는 동성애자가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 


당시에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몇시간을 멍하게 있었는지 모릅니다. ㅁ눝ㅋㅡㅜㄹ벸투리ㅏㅠㅜㅊ킴 ㅁㄴㅁㄹ우ㅏ라ㅟㄴ 키ㅏㅊ타ㅗㅎ라ㅣ 그리곤 며칠후 합주실의 형에게 물어봤습니다.

Dinky : '형.. 저번에 그 여대생들.. 어느섭에서 와우한댔어?' 
형 : '글쎄.. 어디더라? 달.. 달라.. 달 뭐였는데.. ' 와우 플포를 찾아보니 3번섭의 이름이 달라란 이더군요. 
그리고.. 저는 달라란 서버로 이주를 했습니다. 그녀에게 알수없이 끌렸듯.. 게임 서버마저 끌려 버린걸까요? 그녀가 무슨 종족이었는지.. 무슨 아이디였는진 모릅니다. 아마 게임을 계속 하고 있진 않을것 같군요. . . . .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아주 옛날에 와우플포에 적었던 글인데 문득 생각나서 퍼왔어요.

달라란은 여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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