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같이 연재되던 '불의 검'과 더불어 제 대학시절을 가슴 뛰게 만들었던 만화였습니다. 솔직히 대다수의 순정만화가 연애담이 주였던(지금도 그렇긴 하겠지만) 당시에 바람의 나라는 신선한 충격이었죠
역사물이라 해도 대부분이 외국, 특히 프랑스 혁명이 대다수 배경이 되었던 그 시대에 우리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만화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추모대왕보다 더 주변민족에게 추앙받았던 '대무신왕'(신왕이라는 명칭은 주변국에서 붙여준 이름이라 하죠)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에 푹 빠져 한달에 두 번 나오던 만화 잡지 발간일만 기다렸더랍니다.
중간에 잡지 폐간되고 졸업하면서 만화를 끊어서 뒷부분을 못봤지만 아직도 그 내용들은 거의 다 기억합니다.
그런데!! 한류스타 배용준을 주연으로 하는 '태왕사신기'를 제작한다며 포털사이트에 뜬 시놉시스와 태왕을 도운다는 사신수를 보니 이건 화가 나는 걸 넘어서 황당+허무하기까지 합디다..
더욱이 한 술 더 떠서 김진 작가님이 드라마 작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했다는 기사를 본 순간 제 억장이 무너지더군요..더불어 우리 나라 만화의 미래가 없음을 그 때 이미 절감했답니다.
어떻게 고귀한 작가가 저급한 만화를 베꼈겠느냐...
만화의 작품성 자체를 인정 안하는 거죠..
그 뒤에 리니지의 성공에 기뻐했다가 리니지 2엔가 관련된 소송에서 신일숙작가님의 패소를 듣고 정말 한국 만화계의 몰락이 예상되어 만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슬프더군요.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이웃나라 일본은 만화를 통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만화를 독립장르로 인정해주니 전문성과 작품성을 갖춘 만화가 나오고 그 만화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을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새 들어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몇 있었으나 한 드라마는 원작자가 유감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무시한 억지스런 연애구조를 넣었다가 시청률 뚝~ 떨어뜨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등 원작에 충실하기보다는 제작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개작을 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네요..언제쯤이나 만화도 떳떳한 장르로 대접받는 날이 올까요? 쓰레기글이라 치부되던 로맨스소설이 많은 드라마의 원작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니(모르신다구요? 김삼순,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프, 영화 s다이어리 등 제법되요) 가까운 시일내로 그런 날이 오리라 믿고 싶네요.
암튼 전 태왕복사기 안볼랍니다..재방송도 안볼랍니다. 그게 제 대학생활을 빛내준 한 편의 작품에 대한 예의라 생각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