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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온라인 게임의 운영자를 했었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390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P
추천 : 80
조회수 : 19409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9/24 14:25:56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9/24 13:49:32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에 잠시 모 게임회사에서 MMORPG 게임의 운영자를 했었던 사람입니다.

베스트를 보다보니 마비노기 영웅전의 비정상적인 게임머니 판매에 대한 글이 있더라구요.

꼭 마비노기 영웅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들은 게임 이용자들에게 많은 욕을 먹고
있지요.

그런 글들을 보다가 보면 게임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고, 그래서
잘못된 비판이나 혹은 비난뿐인 내용이 많아서, 게임회사의 이해를 조금이나마 돕고자 
이 글을 써 봅니다.

저도 단지 운영팀에 있었던 것 뿐이라서 회사내용을 전부다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게임을 하시는 이용자분들 보다는 보고 들은게 있으니,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많은 게이머들이 오해하는 한가지가 운영자들이 게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런 능력과 권한이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 입니다.

먼저 운영팀은(제가 있었던 회사의 경우) 각 게임마다 해당 게임 운영팀이 하나씩 있고
그 운영팀은 정규직인 팀장과 그 아래로 마찬가지 정직원이 대리급이 2명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직 직원이 대략 10~20여명 정도가 있습니다. 
(이 인원이나 구성은 게임의 규모나 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총 20여명 정도 되는 운영팀 안에는 로그정보만을 다루는 별도의 부서가 하나
있습니다. 회사다닐때는 그냥 로그팀 이라고 했는데요. 말 그대로 게임의 케릭터나
몬스터 혹은 아이템의 생성과 소멸 판매 거래 삭제 등등에 대한 모든 로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가지고 있다가, 해킹과 같은 신고가 접수되면 로그팀에 그
정보를 넘겨서 아이템을 복구한다던가 하는 일을 합니다.

로그팀은 인원이 총 4~5명 정도로 작은 편 입니다.

그러면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15명 정도가 순수하게 게임 운영을 하는 인원들 입니다.

게임이라는게 그 특성상 밤낮 구분이 없지요. 

그래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근무하는 오전팀.
점심시간 이후부터 밤까지 근무하는 오후팀

그리고 야간에 12시간씩 격일제로 일하는 야간팀

총 3교대로 하루 근무가 이루어 집니다.

그중에서 팀장급은 오전~오후만 일을 하고 나머지 인원들이 돌아가면서 오전, 오후, 야간
일을 맡아서 하지요.

대충 운영팀의 설명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구요.

위에서 언급한 운영자들의 권한과 파워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운영자들은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바와 같이 운영팀의 90%는 계약직 입니다.

그 계약직들은 뽑는 절차가 이러합니다.


게임회사에서 리크루팅 업체로 연락을 합니다.
리크루팅 업체는 잡코리아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 글을 올립니다.

그 잡코리아를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몰립니다.

서류 통과 하면 면접 봅니다.

끝.

아주 간단합니다.

월급도 좋지는 않습니다.

세금 빼고 나면 100만원 아슬아슬 합니다.

그리고 요즘 어느 직장이나 다 그렇듯 야근 밥먹듯이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자잘한 패치라도 되는 날이면 아주 미친듯한 업무량이 밀려듭니다.

그리고 대규모 패치라도 되면 게시판은 난리가 납니다

무슨 패치를 이따위로 했냐? 마법사 다 죽으라는거냐? 아이템 드랍률이 떨어진거 같다
다시 복구시켜라. 이따위로 게임 만들면서 돈 벌어 쳐먹느냐 
등등 

아주 난리가 납니다.

그래서 게임회사 운영자들은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이 퇴사를
합니다.

하는 일은 정말 스트레스 받고 돈은 안되고 퇴근은 맨날 늦고, 그 흔한 회식도 없고

그래서 만이들 회사를 빨리 관 둡니다. 

2년 계약을 다 채우고 그 후엔 정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다들 금방 관 둡니다.

회사에서도 애들이 워낙 빨리 관두니까 신경을 안씁니다. 그냥 소모품입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일을 그만두더라도, 대한민국에는 게임을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고
그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한번쯤 운영자를 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잡코리아에 올리면 한명 그만 둬도 2명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계약직 직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무슨 권한이 있겠어요.



두번째.. 운영자에게 질문하면 메크로 답변이 돌아온다..

다른 게임은 보통 그렇지 않은데 제가 했던 게임은 게임 홈페이지에 게시판이 있고
그 게시판은 공개되어 있는 게시판 입니다.

그 게시판엔 회원이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그 글은 운영자들이 일일이 답변을
해줘야하는 아주 개떡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왜 개떡같냐 하면...

이번 마비노기 영웅전 사태처럼 특별한 일이면 모르지만, 대부분 유저들이 하는 질문은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1. 게임에 불만을 가지고 그냥 아무런 줄거리도 없이 욕설을 하는 글

2. 게임에 관련되어 에로사항이 있을때 질문을 하는 글

이렇게 2가집니다.


1번의 경우.. 정말 답변할 가치도 없는 병신같은 글을 쓰는 유저들이 인터넷 상에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도 일일이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해가며 답변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병신같은 글에다가 뭐라고 대꾸를 하겠습니까?

예를 들어..


[패치 열라 병신처럼 했네.. 그따위로 해쳐먹고 캐쉬템 팔아서 돈 버니까 좋냐?
마법사 다 뒤지라고 아주 그냥 공지를 띄우지? 이 게임은 벨런스라는 걸 모르나
병신 운영자새끼들아 게임좀 제대로 만들어라.]


순화하고 순화해서 이정도의 글이 올라온다면

거기에다 무슨 답변을 하겠습니까?

그저

고객님의 글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이번 ㅇㅇㅇ패치에 대해 불쾌감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합니다. 앞으로 회원님들의 의견을 더욱 적극 반영하여 패치를 진행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런거죠.
뭘 더 말할 수 있겠습니까?
패치를 운영자가 하는것도 아니고.

패치는 개발팀에서 합니다. 운영자는 그저 패치된 파일이 내려오면 서버에 적용시키는
일만 합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2번 질문들.. 

렙 50 사막 법사퀘스트 안되영 왜이러나요?
게임 까는데 안깔아져요 왜그러나용?

등등.. 이런 피차 똑같은 질문들이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가 올라옵니다.

다른 게임들처럼 운영자에게 비공개로 1:1로 질문을 하면 모르지만 제가 일했던 게임처럼
공개된 게시판에 그런 글들이 올라오면 답변을 복사 붙여넣기 하려고 해도 이미 유저들이
운영자새끼들이 복사 붙여넣기 한다고 아주 지랄을 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같은 내용이지만 다르게 씁니다. 정말 바쁘면 모르지만 평상시엔 복사 붙여넣기 안합니다.
그러면 또 복사 붙여넣기 한다고 게시판이 도배가 되거든요.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유저들이 하는 질문은 어느정도의 범위 내에서 똑 같 은 질문들인데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다른 답변을 해야한다니.. 그것도 참 스트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입으로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운영팀은 게임회사내에서도 불가촉천민입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게임운영자라는게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그런게 아닙니다.

개발팀 보안팀 기획팀 디자인팀 등등에 비해서 운영자는 눈 코 입 손 발 있으면 할 수
있는겁니다.

학벌얘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운영자들은 학력이 낮은편입니다.

아니 좀 욕을 해야겠습니다.

하루는 야간팀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야간팀인데 패치도 없었기 때문에 좀 한가한 
날이었지요.

팀장이 퇴근하면서 서류뭉치를 한가득 주더니 밤에 다 세절(종이 잘게 잘라지는 기계에 넣는거)를
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새벽에 젤 한가할때 하려고 보니..

잡코리아를 보고 지원을 한 사람들의 이력서 더라구요.

그때가 회사를 갑자기 관둔 사람이 많아서 직원 보충을 위해서 다시 뽑을 시기였는데
그때 지원했던 사람들 중에 서류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더라구요.

그래서 세절하면서 슬쩍슬쩍 봤는데.. 이건 뭐....

외국에선 인종차별이다 뭐다 해서 증명사진을 이력서에 안쓴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고 한국에서는 이력서용 증명사진은.. 최소한 정장은 아니더라도 
깔끔하게 찍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건 뭐...

모자쓰고 찍은놈.. 폰카로 얼짱각도로 찍은놈..
별의 별놈이 다 있더라구요.

자기소개서는 더 가관입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꼭 운영자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딸랑 1줄 아니면 2~3줄을 자기소개서라고 써 놓고 있더라구요..

다른걸 떠나서 이력서사진 저따위로 찍고 자기소개서를 저따위로 쓴다는건 개념이 없는건지
일할 생각이 없는건지... 예의가 없는거 아닙니까...

그러니... 같은 회사돈 타먹는 직원이라고 해도... 운영팀들이 다른 팀들에 비해서 
좋은 대접을 못받는게 저도 이해가 가더군요.


글쓰다보니 좀 흥분을 했는데...


어쨌거나..

이번 마비노기영웅전과 같은 사태의 경우... 제 경험상으로는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게임머니를 만들어서 시세를 조작하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겁니다. 

대규모 작업장에서 대량으로 게임머니를 만들어서 팔 가능성이 가장 높고 또 가장
말이되는 상황인데요. 

게임회사에서 대처를 제대로 못하는것.. 그것은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작업장들이
한국에 있는게 아니라 외국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잡을수가 없어요.

그건 비단 한국게임뿐만은 아닙니다. 

물론 wow 처럼 훌륭한 게임들도 있지많 외국의 수많은 게임들도 중국이나 동남아 같은
제 3국가에 작업장이 판을 칩니다. 하지만 잡을수가 없어요. 

그럼 최소한 막으려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것도 조금 난감합니다.

해외 ip를 막으면 되지만 그래도 작업장 사람들은 프록시 서버를 통해서 돌아 들어오구요
또 ip 함부로 막으면 해외에서 정식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또 난리를 칩니다.

어쨋건간에 회사에서는 일을 처리하게 위해서 노력해야하는게 당연하고 실제로 또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유저들이 보기에는 미미할 뿐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지요.



아.. 어쨌건간에 두서없이 게임 운영자에 대해서 막 썼는데..

뭐 다소 과격한 부분도 많고 해서 반대를 많이 먹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운영자에 대해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한 답변 달아드리겠습니다.


예를들면 왜 게임회사에서 오토프로그램을 방관하는가 같은거 말이죠 ㅎ

암튼.. 좋은 주말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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