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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그 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게시물ID : gomin_474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늘의유무
추천 : 1
조회수 : 2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14 01:50:23
그 애와 헤어진지 한달을 조금 넘었다. 이제와서 이런 글을 적는 것이 피로에 입병이 도져서 일찍 잠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벽이라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라고 말한다면 이유가 될까...

처음으로 한 여자를 이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귀었다는 건 내가 그 애를 정말 사랑해서 였을까? 아님 그 애가 나를 정말 사랑해서 였을까... 두사람 다 서로에게 소중해서 였을까.
그중에 얼마동안은 친구인 채로 지내기도 했었고, 잠깐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함께 한 시간이 길다보니 추억할 수 있는 것도 많았었다.
돌이켜보면 만나보았던 이성 중에서 내게 그토록 정성을 쏟았던 사람은 그 애만 이였을까.

하지만 이제는 거의 다 지워가고 있다. 그 애와 함께 찍은 사진도, 함께 다니던 장소도, 함께 먹던 음식도, 언제부터인가 힘들어지던 그 애에 대한 내 마음도, 다른 것들도.
그런데 내 마음처럼 쉽게 되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이를 테면 함께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헤어짐을 말하는 것과 나로 인해 아직 힘들어할 그 애의 마음. 예전이라면 누군가를 사귀고서 헤어진 후에 힘들어하고 또 힘들어할 사람은 나일 텐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

그 애는 내게 가끔씩 결혼이라는 말을 했었고 나는 그 애에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었다. 아니 하지 못했었다.
내가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무언가 특출난 면이 있었던 것도 아니였기에 그 애의 그런 말들은 나를 오히려 옥죄여 왔었다.
사귀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뭐라고 한들 상관없는 일이지만 결혼이라는 단어에 가까워 질수록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만약 세상에 그 애와 나만 단 둘이라면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럴리도 없었고, 내 미래가 좋아질 거란 희망도 적었고, 그 애가 좀 더 좋은 모습이 되리란 기대도 줄어갔고, 그 애만을 사랑하며 변치않고 살아갈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몇개월 전부터 그 애와의 헤어짐을 생각해오게 되었다. 어쩌면 그 시간은 나 혼자서 습관처럼 핑계를 대어 시간을 늦추며 어쩌면 기약없는 희망을 바랐는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달라질 게 없었던 그 애와 나는 결국 나의 일방적인 헤어지는 발언과 그 후에 전화나 문자같은 소통 수단의 차단으로 헤어짐을 끝맺었다.

몇개월 간의 생각들이 나를 무뎌지게 한 걸까? 아니면 곧 서른이란 나이를 앞둬서일까... 나는 아마도 그 애보다는 덜 힘들 수 있었다. 그 애와의 헤어짐을 모르고서 잘만나고 있냐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힘들이지 않고 헤어졌다 말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었다. 다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쓸쓸함과 상실감은 지금도 여전히 자제하기 어렵다.

내가 먼저 만남을 말하고, 내가 먼저 헤어짐을 말했었다.
그 애가 먼저 사랑을 해주었고, 그 애가 먼저 사랑을 시들게 했었다.
누군가의 잘못이라 탓하고도 싶지만 그래봤자 달라질 것도 없는 거였다.
그 애와 헤어진 게 아니라, 그 애를 잃어버린 거였다.
못된 날 만나는 동안 그 애의 시간마저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이제는 그 애를 찾아올 수 없다. 그러기에는 모든 것들이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지금 내 모습은 도망치며 변명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내 자신이 싫고, 원망스럽다. 이런 내가 또 누군가와 사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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