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이야기로 담소도, 이런저런 시덥지 않은 이야기도. 즐겁게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한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20여년(?) 전에 당시 살던 달동네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당시 이사온 아파트 주변에 시장이 없어서 전에 살던 달동네랑 이사온 아파트와 거리가 조금 되는데도
그전 살던 동네 근처 시장으로 장을 보러갔고
그 거리가 버스로 대충 10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한 2km 정도 되었던거 같네요)
항상 장을 보시면 저를 부르시고, 전 항상 투덜 투덜대면서
양손 가득 천거리를 들고 빠른걸음으로 먼저 집에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 어머니는 어릴적에 천연두를 심하게 앓으셨는데 그때 당시에 제대로 치료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여서..
그 흔적으로 인하여. 어머니는 흔히 말하는 얼굴이 곰보셨어요.
(예전에는 지금과 같이 주사 한방으로 끝나는 시절이 아니였다고 하네요,) ------------------------------------------------------------------------------------------------
지금은 그때 그랬던 제 자신이 못나기도 창피하기도 하지만...
당시에 저는 그게 항상 불만이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빠른걸음으로 어머니를 뒤로하고 먼저 집에와버렸지요.
그런 모습에 어머니 당신도 알고 계셨는지
어느날 (제가 고1때였을까...)
제가 속을 썩여 혼내시던 중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들아 너는 엄마 얼굴이 이런게 창피하니.........'
그 때는 한창 반항끼도 있어서 스스럼 없이...
'그래...! 아주 창피하고 쪽팔려 죽겠어 같이 다니기 싫다고!!!!!'
어머니는 그 한마디에... 회초리 매질도 그만두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그냥 '그랬었니... 그래.. 미안하구나..'
그 말에... 그제야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물은 엎지러 졌고, 되돌아 올 수 없는 상황에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한테 아무런 말도 못한채 제 방으로 돌아와버렸습니다.
그 후 항상 어머니를 대할때마다...
어머니 가슴에 대 못을 박은것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죄송했어요" 그 한마디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술 한잔 드리며 그 이야기를 털어 놓고
"어머니 그땐 정말... 제가 너무 철이 없었고 무어라 드릴 말도 없습니다... 죄송해요."
그 말을 들으신 어머니는 웃음을 지으시며
"괜찮아... 엄마는 다 이해해..." 하며 그냥 제 등을 토닥여 주셨습니다.
순간 두 눈 앞에 눈물로 가득차서 잠에서 깼습니다.
잠에서 깨 다 큰놈이.. 새벽내내 엉엉... 울었던거 같습니다...
어미니가 돌아가시고... 14년 동안 그 몇 마디로 말로 인해..
용서를 구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그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았는데...
꿈속에서나마 저를 용서해주신 어머니...
돌아가신후 제 꿈에 단 한번도 나타나시지 않았는데...
그땐 너무 어려 어머니 모시고 술 한잔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고주망태처럼 술도 먹고 다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