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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보다가 성형녀가 글써봅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3907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턱깎았대요~
추천 : 220
조회수 : 29194회
댓글수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09/26 02:06: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9/26 01:25:24
오유 3년차인 여자사람입니다.
베오베 보다가 관심있는 게시글 보여서 글 올려봐요
제말이 꼭 맞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사람의 의견이다,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고민글은 아닌것 같긴 한데-_-; 어디올려야 할지 몰라서...고게에 올린건 죄송합니다

길어질 것 같지만 제 얘기부터 할게요
전 성형중에서도 말많은 턱수술했어요. 양악은 아니고 사각턱.
그 위험하다는 턱수술이 저에게는 10년 가까이 [꿈]이었어요.
초등학교때 반 남자애들이 놀리면서 제 턱이 남들보다 유달리 사각이라는거 알았고 
그후로는 어디서든 고개를 들고 걸어본 적이 없었어요
미용실 언니가 단발이 턱가려준다고 해서 학창시절 6년간 그머리 하고 다녔어요.
지금도 앨범 펼쳐보면 항상 고개 숙이고 찍은 사진밖에 남아 있지 않아 씁쓸하네요

이 턱을 고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신약 찾은 불치병 환자처럼;; 울며 기뻐했어요.

턱이 워낙 인상에 영향을 많이 주다보니 턱 한군데 했는데도 남들이 기;;겁하게 달라졌어요.
많이들 얘기하시는 BEFORE&AFTER 의느님의 기적ㅋㅋㅋ, 그게 저에요
정말 수술후 남들(남녀 모두요)이 저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도 피부로 느껴져요
가장 달라진 건 고개 들고 걷는 제 자신감이겠지만요.

저는 제가 수술한게 남들 탓, 사회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남자든 여자든 모두에게 이쁘단 소리 듣고 싶은 제 욕심인거 인정합니다.
저보다 용기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은 주위에서 놀림을 받던 상처가 있던 
꿋꿋하게 성형 안하고 살 수도 있었을 거에요.

전 친구들은 물론 남자친구에게도 1년 가까이 수술 사실을 숨겼어요. 많이 욕먹는 짓이죠
그런데 주위에서 성형 그렇게 욕하는 풍토인데 '내가 수술했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있나요?
성형한게 그렇게 떳떳하면 왜 안 밝히냐고요?
모두는 아니라도 누군가, 나와 사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뒤에서든 앞에서든
한번쯤은 제 수술을 입에 올릴텐데 거기에 또 상처받는게 두렵거든요.
남자친구는 사랑하고 믿었기에 금방 말하고도 싶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무엇보다도 소문이 났을 때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들 앞에서 여친 성형미인이라고 기죽을까봐, 그게 무섭고 미안했어요.

내가 떳떳해도 나와 내 주변사람들에 상처가 될 수 있다면 밝히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어요.
입양아라든가,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던가, 성폭행을 당했다던가(좋은 비유는 아닙니다...)
이런거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은 본인이 부끄러울 짓을 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서인가요?
욕하고 수군대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저도 당당히 말하고 싶어요.

외모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권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남녀 둘다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이 명제가 아직 여성에게는 훨씬 가혹하게 적용된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학창시절 열심히 노력했고, 남들보다 좋은 학벌 좋은 직장 연봉까지 제 손으로 따냈어요.
저는 남자분들이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거나 도움을 바라는 '우수한 학생', '능력있는 동료'였고 
저보다 공부못하고 능력없지만 예쁜 친구들은 남자분들에게
소개해줘도 욕 안먹는, 사귀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고, 대접받는, 좋은 '여자'였거든요.

물론 공부를 할 수 있을 집안환경이 된 것도 제가 타고난 운이겠지만, 
제가 피나게 노력해서 따낸 성과들이 단지 예쁜 유전자 타고난 얼굴에 밀리는 거 조금은 억울해요.
그러나 이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길거리에서 잘생긴 남자보면 눈돌아가는 사람이니까요-_-;;

그런데 
예쁜 외모가 권력이 되는 건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외모를 '타고나는' 것만이 정당한 이유는 또 뭔가요?

생긴 겉가죽때문에 부모님께 물려받은 성한 몸에 칼대는 거, 분명 좋은 짓 아니에요.
그런데 성형이란게, 이미 예쁜 사람 인정받는 사회에서 힘들게 살거 쉽게 살수 있는 방법이에요.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 어쩔 수 없다' 이런게 아니라 이것도 선택의 하나란 거죠.
개인이 노력으로 성취한 그 선택이 비난받을 이유가 뭡니까?
예쁜 사람들은 대접받고 편하게 사는 동안 
못생긴 사람들이 사회의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나요?

'성형이 사람 속인다'는 분들은 원래 원래 예뻤던 사람들에게 속은거 말하는거 아니잖아요.
못생겼어야 하는 얼굴이 원래부터 예쁜 척 하는게 문제되는거죠.
못생겼던 사람은 항상 '나는 원래 못생겼었다'라고 써붙이고 다녀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화내시는 건가요.

성형해서 개성이 없어진다고들 하는데, 개성이 없는 건 성형이 아니라 미의 기준 아닌가요.
제 사각턱은 제 개성이었나요? 그 '개성'이 제게 남겨준 건 마음의 상처밖에 없었어요.
독하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제 [참]모습'은
저에게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악몽이에요.

성형한 사람들을 외모에 환장한 사람들로 보는 시선도 있는데,
수술안한채로, 그리고 한 채로 이 사회를 겪어본 저로써는
성형했다고 남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지극한 외모지상주의자들로 보이네요.
자연인은 운좋으면 무관심, 운나쁘면 조롱의 대상, 
그러나 성형은 감히 못생긴 주제에 예쁜 계급에 끼어보려고 발악하는 추잡한 모습.

...이건 외모때문에 얼굴에 칼댄 저보다도 편협한 생각 아닌가요?


성형녀를 좋아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못생긴게 죄가 아니듯 성형한 게 죄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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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스트들을 위한
3줄요약

1. 저는 제 외모로 상처도 많이 받고 불이익 받는다는 생각에 수술했어요. (+효과는굿!)
2. 외모가 능력만큼이나(또는 능력보다도) 경쟁력이 되는거 이해해요.
3. 그렇게 외모가 중요하다면 못생긴 사람들에게도 외모를 바꿀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논쟁으로 오유에 실망하거나 하진 않아요. 항상 제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고 
가끔은 공론의 장이 생기는 것 같아 통쾌하기도 합니다ㅋㅋ
여기에서 오가는 논쟁들은 사회 어디서나 있는 논쟁들이고, 그만큼 다양한 입장이 있어요.
제글을 포함해 여기 올라오는 어떤 글도 [전체]의 의견은 아니잖아요
항상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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