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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비혼주의자들이 결혼한 이야기
게시물ID : wedlock_39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22342
추천 : 17
조회수 : 2230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08/14 03:02:53

나와 내 남편은 비혼주의자이며 사실 지금도 그렇다.
만약 지금 살고있는 나라에 비자문제가 아니었으면 우리 둘은 계속 연애만 했을것이다.

남편은 장손이다.
그래서 남자는 부엌에 멀리 해야하고 집안을 책임져야한다고 배웠다고 한다. 그럴 때 마다 남편은 왜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장손이니까 라는 대답과 자기네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내 남편은 의문이 풀리기 전 까지 머릿속으로 수만가지의 생각을 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도저히 납득이 안되었던 남편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바로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한식자격증과 양식자격증을 땄다. 그리곤 어머니 대신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서 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체력이 월등하게 좋은 자신이, 어머니보다 요리도 청소도 훨씬 잘하는 자신이 장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일을 하지말아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집안에 와서 고생해야한다는 생각에 너무 미안해서 그 당시 결혼까지 생각했던 전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결혼을 안하겠다는 결심을 굳게 먹었다고 한다. (전여친은 결혼을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남편은 그럼 우리 집안은 없는것으로 치자고 제안했지만 전여친쪽에서 거절했다고 함)
 
그리곤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까지 명절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자기 어머니랑 둘이 여행다녔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친가쪽에 남자들만 태어나고 10여년간 애기가 없다가 막내인 우리아빠가 장가가서 낳은 첫째 딸이 나였다.
6남1녀에 막내인 아빠의 가족들은 애들 두명씩, 그것도 아들로만 줄줄 낳았고 아빠가 장가를 늦게가는 바람에 애들소식이 없다가 유일하게 태어난 딸이 나였다.(글쓴이와 사촌오빠들 나이차이는 12-22살 이렇게 차이가...)

친가의 모든 관심과 사랑은 나한테로 쏠렸고 나는 학교들어가기 전까지 친가에 가면 바닥에 앉거나 걸어다닌적이 없었다. 늘 큰아빠들 무릎에 앉거나 사촌오빠들이 업고다녔다.  

그렇게 사랑을 받고 자란 나는 명절때 친가에 가도 전부치거나 이런일은 큰엄마들이 시키지도 않았고 집에서는 아빠가 요리와 청소를 도맡아 하면서 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에 난 그냥 그런줄 알았다.
그렇게 계란후라이 하나 부칠줄도 모르고 커서 원룸에 자취를 시작했을 때 엄마가 전화로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용하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더라지... 

결국 내가 비혼주의자가 된 건 집안일을 못해 -> 배우기 싫어 -> 결혼하면 그래도 해야지 -> 그래? 그럼 안할래 라는 단순한 태그를 탄것이다. 

주변에선 사랑하면 그래도 하게 된다 등등 많은 이야길 하지만 나한테는 그게 모두 남이야기처럼 들렸고, 중간중간 연애를 하면서 가치관의 차이로 끝이 나자 어느순간 혼자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 남편을 만났다. 처음에는 나이차이 때문에 어려웠던 사람이 이야길 하다보니 비슷한 부분도 있고 해서 호감이 생겼다가 정식으로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았는데 둘이 정말 놀랬다.

나와 남편이 비혼을 생각하게 된 것에 가장 큰 이유가 둘다 아이생각이 없는것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둘다 나의 행복이 최우선이지 아이때문에 나자신을 희생하는게 싫고 한 생명에 책임져야하는 삶이 과연 행복한가.. 라고 생각했을 때 둘다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나같은 경우는 좀 심각했는데 결혼을 하게되면 아무래도 서로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고 우리나라에선 집안과집안의 만남이라고 하질 않나.. 시가/처가 가족들 챙기고 하는것이 나한테 있어선 매우 어려운일이 될꺼같았다. 한마디로 책임지는 삶이 싫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 된 연애는 어느덧 10년을 맞았으며 다른나라로 훌쩍 떠나면서 어쩌다 이나라에선 혼인신고하고 부부로 살고있다.

 울 부모님은 어차피 내가 비혼주의자던 결혼을 하던 내 행복이 1순위인 분들이라 니 인생 유어인생 하고 인정해 주시고..
남편의 어머니는 음.. 글쓴이는 한번도 못뵈었다. 이유는 남편이 "너 울엄마 만나면 나랑 헤어져서 안돼" 다. 남편 이야기로는 자기는 독립을 한 어엿한 성인인데 자기 어머니는 그걸 인정하려 들지 않으신다고 했다. 
  
남편은 고맙게도 자기가 집안일을 전담해서 한다. 난 빨래돌리고 널고 걷어온다. 그밖에 요리와 청소는 남편이 다 하는데 잘하는 사람이 하는거고 이런건 남자가 하는거라고 진지한 농담을 하면서 한다.

일주일에 하루씩은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각자 돈관리를 하는 편이지만 요즘 귀찮다고 자꾸 나한테 자기 주급을 다 보내버리고 일주일에 50불씩만 가져가고 있다.  

결국 비혼주의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결혼한 이야기....
출처 나와 남편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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