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목소리였어요.
카드 수령건 때문에 전화를 드렸는데 중성틱하면서도 여자 목소리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른 아침인데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여자가 받으니
참 이런 어린애도 동거하나? 싶었죠.
집과 다른 지역에서 대학 다니는 녀석 폰에서 이른 아침부터 여자가 전화를 받았으니...
조금 씁쓸했어요.(보수적인건가??)
근데 본인과 통화해야 한다고 했더니 본인이라고 하더군요.
참 이상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귀에 맴돌더라구요- 그 앳띤 말투와 톤이...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조그만 아이가 쭈빗거리며 들어오는데 나한테 오는 그 짧은 순간에
남자야, 여자야? 란 생각이 들었어요.
눈을 살짝 가릴 정도의 긴 앞머리에 정리 안된 듯 헝클어진 밝은 갈색의 머리가 정말 잘 어울렸거든요.
보이시하게 자른 여자애처럼. 동글한 인상에 볼은 살짝 상기되어 귀엽기도 하고-
위엔 민트색 니트를 입었는데 소매가 길어서 손의 반이 살짝 가려져 있는데 작은 키에도 너무 잘어울렸어요!
근데, 카드를 찾으러 왔다길래 주민등록증 좀 달라고 하니 아침에 그 아이 인거에요! 귀에 계속 맴돌던 목소리가 매치되고-
그 녀석은 쭈삣거리며 고맙다고 말하면서 어쩔 술 모른다는 듯 조심스럽게 카드를 받아가는데
저도 모르게, 잠깐만요 하고 말을 걸었어요.
일단 말을 걸고 나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멘붕이라 괜히 사은품 하나 주면서 저 때문에 아침에 일찍 깼냐고 했더니,
맞다고 하더라구요. 미안하다고 했더니 또 쭈빗하면서 아니에요, 덕분에 지각안했어요. 하는데
와 진짜 귀여워서 미치는 줄 .. ㅠㅠㅠㅠ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며 가시는데 얼굴에서 막 빛이 나는 거 같고.. 괜히 떨리고.. ㅠ
고작 갓 입학했을 대학생 아이에게 이런 느낌이 드는게 한심하기도 하고
처음으로 어린 남학생에게 설레었단 느낌까지 가져서 당황하기도 하곸ㅋㅋㅋㅋ
암튼 여자친구에게 이 얘기 해주니까 미쳤다고 하더라구요 ㅋ
근데 진짜 처음으로 동성애도 가능하겠구나 싶었네요. 여자들에게 인기 있을 얼굴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진짜 괜히 설레고 보게 만들고... 브로크백 마운틴에 히스레져가 이해 되었음...
완전 동성을 홀리는 마력 덩어리였다는...
이날 이후로 동성애가 아니었어도 한방에 훅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네요.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그날 아침 하루종일 설레는 바람에.. 정말 이성애자인지에 대한 멘붕이 왔었음..
아.. 근데 또 적어노니 재미없네.. 난 항상 이러네.. 길기만 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