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기고 더듬고… ‘도가니’ 선정적 장면 논란
지나치게 세밀한 묘사 연기에 정신적 ‘상처’ 우려
2005년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22일 개봉)가 아동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관객 69만 명(25일 오전 현재)으로 흥행순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영화가 어린이 성폭력 장면 등을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해 그 주제의식과 달리 아역배우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영화에는 할아버지뻘인 교장이 여자 아이들을 성폭행하려는 장면이 등장한다. 반항하는 아이들은 무차별 구타를 당하고, 옷이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다른 젊은 교사도 남자 아이를 마구 구타하고 목욕시키며 성추행한다. 벌거벗은 아이의 몸을 더듬는 장면도 그대로 드러나며 후반부에는 피해자인 남자 아이가 이 교사를 흉기로 찌르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 아역배우 2명은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역배우는 중학교 1학년이다.
한국 영화에서 아이들에 대한 폭력과 선정적인 묘사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원빈 주연의 ‘아저씨’는 아이들이 마약을 운반하게 하고 아이들의 장기를 적출하는 설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바람난 가족’(2003년)에선 아이를 옥상에서 던져 바닥에 떨어뜨리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왔다.
‘도가니’ 제작사인 삼거리픽쳐스 관계자는 아역배우들에 대한 심리치료 등 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아역배우들은 부모의 입회 아래 영화를 찍었다.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에서는 당시 상황이 어떤 장면인지 모르도록 하는 등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는 아역배우들의 보호에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적으로 필요해서 이 같은 묘사를 넣었다고 해도 아역배우의 심리 상태 등에 대해 사후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역배우들이 이런 자극에 노출되면 성적 조숙, 상대에 대한 불신, 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생길 수 있다. 촬영 뒤 어떤 정신적 변화를 겪고 있는지 반드시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배우들도 악역 연기나 범죄 피해를 입는 연기 등을 한 뒤에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기 쉽다. 지난해 각각 ‘악마를 보았다’와 ‘심야의 FM’에서 비정한 살인마로 출연했던 최민식과 유지태는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2005년 자살한 이은주는 노출연기가 많았던 ‘주홍글씨’ 이후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에서는 촬영 현장에서부터 아역배우에게 세밀한 신경을 쓴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촬영한 국내 한 영화사 프로듀서는 “아역배우는 6시간 이상 촬영을 하지 않고, 스태프에게 아이를 대하는 법을 교육하는 것 등이 매뉴얼로 정해진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이처럼 아동에 대한 학대나 성폭력을 자세히 묘사한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영화가 유독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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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하고 사건에 대한 재조명을 다뤄야 정상이지 미친 동아일보 개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