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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병사의 군 조의금 관련 사태를 보니, 어릴 적 개두마리가 떠오르네요
게시물ID : military_391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pipoi
추천 : 10
조회수 : 367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4/02/28 15:38:34
예전 기억을 회상하며 분노하는 글이라, 밀리터리 게시판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고, 문제가 있다면 글을 삭제하겠습니다.
또, 글을 다 쓰고보니 반말이네요. 이해해주시길바랍니다.


예전, 어릴 때, 옆집 아저씨가 키우는 개가 두마리 있었다.

한국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렁이 한 마리와 백구 한 마리였는데,

백구는 나이가 좀 많았고(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누렁이 녀석은 비교적 최근에 온 녀석이었다.

두 마리 모두 식성이 좋은데다 아저씨는 잡아먹을 개가 아니라며, 너무 많이 먹는것도 몸에 좋지 않으니 밥을 조금만 준다하셨다.(사실 개를 두마리나 키울 형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아저씨는 유독 짬밥을 주는 걸 싫어하셨다. 개는 사료를 먹고 살아야 한다나. 그래서, 내가 가끔씩 햄을 가져다주는 것만이 녀석들의 유일한 간식이었으리라.) 

밥 때마다 서로 밥그릇을 넘나들며 으르렁거리며 서로 싸우기도 하던 녀석들이라 가끔 보면 애처롭기도 해서,

가끔 내가 집에서 먹다 남은 햄(동그랗고 길쭉한, 계란 입혀 구워먹으면 맛있던)을 가져다 주면 신이나서 서로 싸워가며 먹던 녀석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몇 일 전부터 시름시름 앓던 백구가 그만 간밤 새벽에 죽어버렸다.

아침에 아재에게 백구가 죽었단 소식을 듣고 평소 서로 다투기는 했어도 친하게 지내던 녀석들이었는데...하며 누렁이를 위로라도 해주려 옆집엘 찾아갔다.

그리고,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다. 평소 밥만 있으면 서로 뺏어먹기에 바빴고 다투기에 바빴던 녀석들이었는데,

밥그릇 하나가 가득 차있는 게 아닌가.

누렁이의 밥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있음에도 불구하고 백구의 밥그릇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었다.

참 영특하다 싶고 안타까운 마음에 녀석을 한참 동안 쓰다듬는데도 녀석은 미동조차 하지않고 끼잉끼잉 거릴 뿐이었다.



최근 가혹행위로 자살한 병사의 '조의금'을 군 간부들이 떼 쳐먹었다고 한다.

하물며 개도 죽은 동료의 밥그릇은 건들지 않는데, 사람이라는 작자들이 어찌 고통스럽게 죽어간,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김군의 조의금조차 떼어 쳐먹는단 말인가.

나는 인면수심이라는 단어가 조두순이나 강호순 같은 싸이코 살인마들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인 줄 알았다.

선진병영을 부르짖기 전에 선진간부나 되어라. 어찌 징병제로 국방의 의무를 지키려 온 남자의 죽음조차 빼어먹는단 말인가.

사람이 죽은 돈으로 회식을 하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는 가던가.

사람이 죽은 돈으로 술을 쳐마시니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는 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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