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이다.
서현역에 추운날씨에 등이 굽으신 할머니께서 길바닥에 참깨(참깨인지 들깨인지...) 를 놓고 팔고 계시는걸 보고
마음이 짠하였다.
한봉다리 사드릴 심산으로 가격을 여쭈었더니 한봉에 6천원이란다. 딴에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와드릴 요량이었으니까... 해서 만원짜리를 꺼내서 거슬러달라고 하였더니 2천원 더내고 두봉지를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아니면 만원을 거슬러받지 말고 그냥 가던지.
밴댕이 속은 좋은일 할마음을 먹었어도 밴댕이 속인지 빈정이 상하여 꼭 잔돈을 거슬러 받겠다고 마음을 먹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실갱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2000원을 거슬러 받고, 할매 요구르트 하나 사준셈 치라는 할머니의 애원인지 강요인지 모를 말에도 불구하고
500원, 500원씩 받아내어 기어이 4000원을 거슬러받고 돌아섰다.
좋은일을 했다고 믿으면서도 기분이 내내 찜찜하고 출처도 모를 말만 유기농 국산 참깨를 들고 이게 중국산인지 인조참깨인지
어떻게 알까 하여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고 집에 왔다.
집에서 쉬던중 문득 아까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참깨 가격이 1키로에 2만원인 것이었다.
아까 그 할머니가 팔던 참깨의 양은 못해도 반되는 넘고 한되는 안되는 양이었는데 정말 유기농이고 국산참깨라는 가정하에
소매가가 6천원이라면 적당하거나 오히려 싼 가격이다.
세상에 하도 사기꾼이 많고 나이만 헛먹은 노인들이 많다는 인터넷의 괴담을 하도 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을 전혀 못믿는 지경에
이르게 된것이 아닌가, 차라리 세상의 어두운 이면을 전혀 모르고 그 할머니가 정말 어렵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만원짜리 한장을
기쁜마음으로 건넬수 있는, 눈멀고 귀먼듯이 사는게 오히려 나은 삶이 아닌가 까지 생각이 미치니 참 씁쓸하다.
나는 과연 잘한걸까?
그 할머니가 정말 정직하게 유기농 참깨를 수확하여 싼값에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싶은 요량으로 이 추운날 나와계신것이었으면 한다.
별거 없는 반말글 뻘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마음이 찝찝하네요... 술한잔 하고 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