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강풀입니다. 참다 참다 씁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392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angfull
추천 : 447
조회수 : 48364회
댓글수 : 2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0/01 00:50:00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0/01 00:47:52
참다 참다 말 합니다.
뭔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되더군요.

이미 8년 전의 일이고, 결혼 5년차인 나에게도 가차 없더군요.

결혼 후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조차, 오래 된 옛 여자 친구를 ‘조강지처’로 이름 짓고 ‘조강지처’를 버렸느니 어쨌느니 말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무수히 봤지요. 

내 조강지처는 내 아내입니다.

내가 가장 우려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당사자인 내가 그것에 대한 답변을 해버리면 그것에 대한 확대를 더 불러온다는 것이었죠.
어디,어디,하면서 기어코 찾아내서 퍼뜨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또한 트위터나 인터넷에 쓴 글이(마치 공식입장인양) 가십이 되어 기사화가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지요. 

이 인터넷 판이라는 곳은 그 퍼뜨리는 것 자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인터넷 최대의 수혜를 받은 사람 중에 하나였고, 이것 또한 인터넷의 한부분이기에 어쩌면 억지로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내가 아니면 괜찮다.” 라는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다독이고, 나 자신이 꿋꿋하려고 수없이 고통를 감내해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도가 지나쳐서 어쩔 수 없이 말 합니다.
말 할 수밖에 없는 경지에 이르렀거든요.

이제는 어디서 찾았는지 옛사진까지 퍼뜨리기 시작하니 더 이상 말을 않고 참을 재간이 없더군요.
그래, 우리 부부야 서로 위로해주면 된다, 그렇다치고,
옛여자친구인 그 분과 내가 함께 찍은 (이제는 다 삭제해버린) 옛 사진을 찾아내고 퍼뜨리는 행위는 무엇인가요.

나는 그나마 대중 앞에서 작품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어서 어쩔 수 없다지만, 수년 전의 그분은 나로 인해(혹은 굳이 사진과 조작된 글을 올리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그것을 퍼뜨리는 이들로 인해) 얼마나 힘이 들까 걱정됩니다. 

누구를 위해서건, 마냥 입을 다물고만 있는 것이 최선이 아닌 상황까지 왔군요. 

어떻게 여자친구를 버리냐, 하면서 사귀다 헤어지면 무조건 버린 것으로 확정짓는 것도 골 때립니다.
어떤 이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연인이 버리고 버려지는 상하의 관계로 보이는 건지.
차였는지, 찬 건지, 언제까지, 어떻게 사귀었으며, 어떻게 헤어졌는지, 어떻게 아느냔 말이지요.

일일이 대답을 요구하다가 대답하지 않으면 아주 현장에 함께 있어서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써대더군요.
한마디로 소설을 쓴 다음에 이게 맞다, 확실하다, 어쩌구하며 돌려봅니다.
돌려보는 댓글에는 기가 막히게도 추측의 댓글이 달리고 추측의 댓글은 어느새 사실로 퍼져나갑니다.

'뒷바라지 한 여친을 차고 예쁜 여자 골라서 결혼했다.'는 이제 날선 현실이 되어버렸더군요.
그 누구도 ‘뒷바라지’와 ‘찼다’와 ‘골라서’는 “진짠가?” 궁금해하지도 않아요.
그저 가장 선명하고 선정적인 단어의 나열을 보고, 기억하기 쉽도록 그것이 사실인양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지요.

하도 해명 해명 요구하니 길게 대답하고 싶지도 않고,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아닙니다. 

 
그래, 내가 아내와 결혼 전에 다른 분과 연애를 한 게 내 ‘죄’입니다.
오래전에 그 마음이 부끄럽지 않아서 내 개인 홈피에 사진을 올린 것도 내 ‘죄’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첫연애에 실패하고 그 시절 사진을 일일이 다 내린 것을, 일일이 다시 찾아내서 당사자의 의견과 무관하게 재조합하고 창작해서 퍼뜨리는 것은 어떻게 (‘뭘’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니, 다 때려 치고 그들에게 하나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