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내용은 유자게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원본 글이 유자게 글이라 유자게에 올립니다.
원본 글: http://todayhumor.com/?humorbest_565895
본문 글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온 내용인데요
원본 글의 요지는
고기가 안빠지는 식사가 없다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
라는 두 문장이 '안'이 들어갔어도 같은 뜻이라 멘붕이 온다는 글이었구요.
혼자서 한참 고민하다가 한번 제 생각 풀어 봅니다.
1. 일단 띄어쓰기가 엉망이네요. 저도 띄어쓰기 많이 틀리지만 이 두 문장은 띄어쓰기가 좀 심하게 엉망입니다.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
라고 써야 맞는 띄어쓰기가 되구요. 원본 글 작성자분께서 직접 작성한 문장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글 쓰실 때 국문법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마침표 미사용도 문법적 잘못된 문법입니다. 논술 시험에서는 감점 대상이에요.)
댓글들도 쭉 읽어봤는데 다들 문장 뜻만 집중하셔서 그런지 띄어쓰기는 지적하신 분이 거의 없더라구요.
띄어쓰기는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면대면으로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의 글이 자신의 얼굴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내용이 좋은데 띄어쓰기나 여타 문법이 엉망인 글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마음씨는 좋은데 외모는 엉망인 사람이 되겠죠.
오유식으로 표현하자면 본선을 올라가기도 전에 예선에서 탈락하는 경우................
저는 국문법의 올바른 사용은 그 사람의 교육수준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문법을 못 지키는 사람이 있으면
대학교를 제외하더라도 12년간의 의무교육기간 동안 제일 중요하게 가르치는 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인데
12년 동안 도데체 뭘 배운건가, 학교는 무슨 생각으로 다닌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남들한테 그런 인상으로 비춰진다면 인생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낭비한 것 같아서 슬프잖아요.
저도 SNS나 이런 저런 게시물 올릴 때 항상 국문법 다 지키는 것은 아니고 구어체 문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런 경우처럼 학문적인 글을 작성할 때에는 최대한 국문법 지켜서 글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2. 서론이 길었네요. 요점은 두 문장이 다른 뜻이라는 건데요. 제 생각엔 첫 번째 문장이 비문 같습니다.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
라는 문장을 평소에 말 하면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곰곰히 뜻을 생각하면 뭔가 이상하죠.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고기를 항상 먹는다는) 뜻이기는 한데 '안'이 들어 가서 의미가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죠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단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라는 문장의 뜻은 '고기가 빠지지 않는 식사'라는 뜻이죠.
따라서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라는 문장은 '고기가 빠지지 않는 식사가 없다.'라는 문장이 되겠죠.
그리고 해석을 하자면 '고기가 빠지지 않는 식사'라는 말은 '고기가 있는 식사'라는 뜻이죠.
따라서 '고기가 빠지지 않는 식사가 없다.'라는 말은 '고기가 있는 식사가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고기가 있는 식사가 없다.'라는 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겠지만 '고기가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그러므로 주어진 두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이 반대가 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중부정(빠지는, 없다)은 긍정이지만 삼중부정(안, 빠지는, 없다)은 도로 부정입니다.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 -> 고기가 없다
고기가 빠지는 식사가 없다. -> 고기가 있다
이렇게 두 문장의 뜻이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문장을 처음 봤을 때 '고기가 있다'라고 받아들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구요. 그리고 실생활에서 첫번째 문장과 같이 말하는 경우도 많으실 겁니다.
분명히 뜻이 다른 두 문장인데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죠. 저는 한국어가 고(高)문맥 언어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는 각각의 문장의 뜻 자체로 해석하기 보다는 다른 문장들과의 관계, 상황과의 관계를 따져서 해석하는 고(高)문맥 언어입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암묵적인 동의(동일한 문화적 배경)이 있어야 대화과 원활이 소통되는 언어이죠.
그리고 보통 고기가 없다는 뜻으로 '고기가 안 빠지는 식사가 없다.'라고 말하지 않죠.
'고기가 있다'는 뜻으로 저 문장을 말하곤 하죠.
고등학교 때 배운 국문법이 가물가물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문법적인 뜻과 실제 말하고자 하는 뜻이 달라지는 문장을 대화체 문장이라고 합니다.
화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말하고자 뜻이 문장의 뜻과 다르니 대화체 문장이라고 부릅니다.
말로 할 때야 어찌 되었든 뜻이 통하기만 하면 되니까 아무도 신경 안 쓸 겁니다. 저 같은 괴짜들을 제외하면요.
그런데 글로 쓸 때는 틀린 문장입니다. 특히 앞 뒤 상황이 없이 문장만 덜렁 있고 배경 상황이 없으면
말하는 사람(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읽는 사람)이 동의할 수 없게됩니다. 어떤 사람은 동의하고 어떤 사람은 동의하지 않겠죠.
일부러 말 장난이나 언어 유희를 부린게 아니라면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나 글은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학문적인 글(논술, 기고문)에서 저런 문장을 사용하면 수준 이하의 글이라는 평가를 받겠죠.
추신) 한글을 사랑하는 한국인이기는 합니다만 국어 전공자는 아니라서 제 글에도 문법적 오류나 틀린 내용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오유에 계신 여러 능력자 분들은 원본 글의 두 문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