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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전효성을 향한 삐뚤어진 분노, 이제는 멈출 때
게시물ID : sisa_3929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로네
추천 : 3/4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5/21 20:57:0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7542

[주장] 전효성을 향한 삐뚤어진 분노, 이제는 멈출 때


 

젊은 여성 연예인에게 한 번의 우발적 말실수가 남긴 대가는 혹독했다. 걸그룹 시크릿 멤버 전효성은 지난 14일 멤버들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민주화'라는 단어를 잘못 인용하여 네티즌의 표적이 됐다.

전효성은 시크릿이라는 팀의 성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원래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는 연관이 없는 일종의 말장난이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민주화의 본의미를 왜곡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유행하고 있다는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네티즌들은 전효성의 발언을 인터넷을 통해 확산시키며 방송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비난했고 급기야는 집단적으로 그녀가 출연하는 방송의 편집과 퇴출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효성이 수 차례에 걸쳐 공개적인 사과를 했음에도 그녀를 향한 비난 여론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빗나간 여론 재판, 전효성은 비난의 초점이 아니다

전효성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지금 그녀를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비난의 수위와 방향까지 과연 그녀 홀로 감당해야 할 몫으로 적절한가다.

여론재판이란 단순하고 명확하지만 동시에 극단적이다. 이 사건을 두고 단순하게 '그래서 전효성이 잘했냐, 못했냐'를 YES or NO로 따진다면 당연히 YES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YES 안에 전효성이 잘못한 게 있으니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다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법적인 처벌에는 기준과 원칙이 있다. 1의 잘못이 있다면 그 1만큼의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여론 재판에는 이러한 원칙이 없다. 집단여론과 감정적인 사유에 휘둘려 1의 잘못이 10으로 부풀려지는가 하면, 처벌은 100으로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예컨대 길을 가다가 실수로 어깨를 부딪혔는데 아프다고 폭행이 되어버리고, 야단맞고 끝낼 수 있는 일을 길가로 끌려나와 공개적으로 돌팔매를 당해야 한다는 식이다.

과연 전효성이 그 정도로까지 잘못한 것일까? 남들이 다 손가락질한다고 부화뇌동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전효성은 민주화나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 당시 전효성이 출연한 것은 라디오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방송을 한번만 들어보면 전효성의 발언이 그런 의도나 맥락으로 쓰여진 게 아니라는 것쯤은,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최소한 전효성의 발언은 '정치적이나 사회적 의도가 담긴 발언'과는 무관했다. 말하자면 지금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둘째, 의도야 어찌됐든 '민주화'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왜곡한게 문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민주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할 이들은 없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와 무관한 말장난을 했다고 해서 마치 민주화의 정의를 부정하고 비하하는 것처럼 비약하거나, 전효성 개인의 인격과 지성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

알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원래의 사전적 의미와 다른 의미로 유행하는 표현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작업'이나 '관광'같은 표현들이 그러하다. 작업은 원래 가지고 있는 일이나 노동의 의미 대신 '이성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이라는 의미로 종종 변질되어 쓰이고 있으며, '관광'은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농락당했다'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굳이 민주화만이 아니라도 수많은 인터넷 신조어와 단어 왜곡 현상이 범람하는데, 일일이 그 출처와 배경까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효성이 민주화라는 실언을 한 것도 인터넷에 유행하는 표현들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데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범람하는데 일조한 것은 소위 말하는 일베만이 아니다. 바로 전효성을 비난하는 지금의 네티즌들도 그런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단지 일베가 왜곡시킨 '민주화' 같은 단어들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작업이나 관광 같은 신조어나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 인터넷은 물론 방송에서도 지금까지 버젓이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이 정도(전효성 사태)로 큰 논란이나 문제의식을 일으킨 경우가 있었을까. 지금 특정 연예인의 우발적 말실수만 꼬투리 잡고 비난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는 오늘날 인터넷 사회에 만연한 '국어파괴 현상'에 대한 경각심이 되어야 했다.

민주화 사태 이면에 숨겨진 연예인에 대한 선입견과 이중잣대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전효성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이들에게 은연중에 깔려 있는 연예인, 특히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과 공격성이다. 전효성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이들일수록, 그녀가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음에도 일베의 존재를 몰랐거나, 민주화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연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모른다는 게 자랑은 아니다. 그러나 문맥상 그녀의 사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면 민주화의 사전적 정의를 몰랐다기보다는, "민주화가 일베를 통해 나쁜 의미로 유행하는 뜻이라는 걸 몰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한다. 전효성이 일베를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일베가 그녀를 지지했다는 것도 전효성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다. 전효성=일베=무개념으로 이어지는 공식을 전효성에게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

설령 그녀에게 죄가 있다고 해도  민주화라는 표현의 사용유무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불러올 수 있을지 몰랐다'는 정도로 봐야 하는 게 정확하다. 그것은 그녀의 부주의를 지적하고 교정하는 정도로 끝날 일이지, 그녀를 '머리가 빈 무식한 연예인'이나 '민주화의 정의를 부정하는 일x충'으로 비하하여 적대감을 표시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런 것이 바로 주제를 벗어난 마녀사냥이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이 알려지고나서 너무나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여론에 쉽게 들끓는 네티즌들이야 그렇다쳐도 수많은 선정적인 연예 언론들까지 그녀를 향한 비난에 합류했다. 혹자는 그녀에게 '국어공부 좀 하라'고 일갈했고 혹자는 '전효성이 민주화를 개성말살과 동일시했다'고 비약했으며, 심지어는 그녀가 '아이돌 연예인이라서' 춤과 노래만 공부하느라 역사-사회적 교양을 쌓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뉘앙스로 특정 직업군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와 편견을 드러내는 글도 있었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개인의 인격이나 특정직업군을 비하하고 선정적 논란을 부추기는 글들이 연예평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논란을 더욱 호도하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경외심은 단지 사전적 의미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상생활속에서 민주적 가치를 얼마나 구현하고 사는가에 달렸다. 애국가를 재즈나 록 버전으로 불렀다고 해서 경건하지 않고 비하의 의미가 담겼다고 하는 이들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효성은 비록 부적절한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지만, 이전까지 어떤 반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도 없고, 단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탓에 또래들보다 일찍 사회인의 길에 들어서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살아온 평범한 처녀에 가깝다. 그런 그녀를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한 차례 부적절한 실수를 했다고, 그녀의 인격과 직업까지 필요 이상으로 모욕하고 난도질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것은 또다른 집단적 여론 폭력이고 광기에 불과하다.

지금도 무분별하게 전효성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것이 '민주화'의 진정한 가치를 사수하거나, 악을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라고 되는 것처럼 착각한다면 번지수가 한참 틀렸다. 이번 민주화 사태의 시작은 물론 전효성의 실언에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는 타블로나 티아라 사태 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유명 연예인의 추락을 바라는 대중(네티즌)의 공격성과 이중잣대가 숨어 있다.

전효성은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그에 넘치는 대가를 치렀고, 이미 사과도 할 만큼 했다. 그 이상 전효성에게 부당한 굴레를 씌워 네티즌과 연예 언론의 분풀이 대상을 위한 '제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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