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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인 오스카, 왜 문제인가?
게시물ID : movie_393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국사람
추천 : 11
조회수 : 1220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1/18 03:22:27
미국에서 영화 산업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경제학적 것을 넘는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내고 매주 극장을 찾는다.

아도르노가 이미 미국의 할리우드 자본시장에서 간파했던 것처럼 영화는 특정 이념적 개념과 규범을 만들어내고 관객에게 그것들을 내재화하여 수용하도록 강력한 설득 수단이다.

아시아인은 못 생기고 뚱뚱하며 돈을 좋아하고 자신과 자기 가족의 성공에 집착한다, 
흑인은 위험하며 무식하다. 
멕시칸은 불법이민자들이고 영어를 못한다. 
북한과 이슬람은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집단이다. 

수많은 극도로 위험하고 공격적인 스테레오타입핑과 편견의 규범적 관념들이 때로는 미학적으로 때로는 코메디로 정당화되어 관객들을 설득한다. 

그래서 극장은 사실 문화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이념 전쟁터다.  


내가 본 2014년 최고의 영화 셀마(Selma)는 이번 미국 내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에서 완벽하게 무시당했다 (snubbed). 

아카데미 후보를 생중계로 보고 있던 나도 "셀마"가 최고의 작품상과 주제가상을 제외하고는 어느 수상 카테고리에도 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경악했다. 

반면 거의 평작 (범작) 혹은 그보다 조금 우월한 이미테이션 게임이나 클린트이스트 우드의 어메리칸 스나이퍼는 지나치게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나는 다만 버드맨이 범작을 뛰어넘는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다수 노미네이션은 예상된 결과로 받아들인다) 

셀마가 아카데미에서 찬밥이 된 것을 두고 미국 내 흑인들과 소수 양심 있는 백인들의 비판으로 여론이 다시 한번 듫끌고 있다.

무엇보다 아카데미에 대한 악화된 여론은, 최초로 흑인 여성이 감독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게 했던 "셀마"의 감독 아버 두버네이가 감독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영국계 흑인 배우로서 마틴 루터 킹으로 분한 데이비드 오예로워 역시 골든글로브에서와 다르게 최고의 남우부문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 감독상 후보에 아버 두버네이가 오르지 못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판단이다. 

폭스캐처의 베넷 밀러나 이미테이션 게임의 모튼 틸덤은 이 후보군에서 두버네이를 제치고 남을 정도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남자 주연 배우 부문도 나는 데이비드 오예로워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으로는 버드맨의 키튼이나 Theory of Everything의 레드메인 정도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본다. 

결국 감독 두버네이나 남우 오예로워의 배제는, 흑인 민심과 양심있는 백인 영화평론가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듯이, 충분히 인종적인 판정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최초의 흑인 여성 아카데미 회장인 셰럴 분 아이작은 오늘 아침 이런 결정이 인종주의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지금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다. 


어째서 퍼거슨시의 사태가 계속해서 지금도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오스카의 철저한 셀마 배제는 그 한 가지 가능한 대답을 제시한다. 

주류 엘리트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의 암묵적인 이념적 코드가 얼마나 깊숙하고 교묘하며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셀마의 왕따가 증언하고 있다.  
 

셀마의 주제곡 : John Legend, "Glory" https://www.youtube.com/watch?v=ZzbKaDPMoDU&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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