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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 뷰군. 그리고 노답작가들.
게시물ID : comics_39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6/9
조회수 : 2841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5/10/10 23:31:09
뷰티풀 군바리라는 작품에 대한 논란은, 조금 소강상태에 들어가긴 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는 메갈리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연재중지 청원’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 하는 한 편으로, 미디어로서의 뷰티풀 군바리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메갈.
이 언냐들의 목적이 ‘남자들과 대등해지기’가 아니라 분탕질에 있다는 것은 이번 연재중지 청원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나같으면 그렇게 멍청하게 ‘이거 나만 불편해?’라며 검증되지 않은 컷을 과격한 성적 페티쉬의 일환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로이 떠오르는 _베급 말썽쟁이로 여겨지는 메갈 언냐들이 뷰티풀 군바리라는 작품에 무리한 죄를 씌우는 바람에, 실제로 재고의 여지가 있는 여러 타당한 주장들마저도 힘을 잃고 그들과 같은 수준의 악의적 비난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내재된 음란마귀의 정신질환적 발작과는 별개로, 뷰티풀 군바리라는 작품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은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 데미지 오버 타임을 연재한 선우훈 작가는 크리틱엠에 기고한 글에서 뷰티풀 군바리에 대하여 비판한 바가 있다.
글을 정독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비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딘가에서 후배 작가를 깔아뭉개는 ‘노답작가’로 평가된다.
또한 PITO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는 어떠한가? 그가 트위터에 올린 순간 박제되어 버린 140자 이내의 멘트는 그를 ‘자기도 저질만화를 그리는 주제에 뷰군을 비판하는’ 사람으로 바꿔 버렸다.

비판의 수위가 어찌되었든 간에, 그들의 비판에는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뷰티풀 군바리라는 만화의 안에는 고찰이나 탐구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고찰이나 탐구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아마도, 감히 추측컨데 군생활 자체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여성이 군대에 간다는 사실에 대한’ 묘사일 것이다.
자, 여러분도 생각해보자. 여성들이 군대를 간다면, 과연 그 군대는 군필자들이 겪었던 그 군대와 똑같은 모습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뷰티풀 군바리라는 만화를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포르노 그라피를 소비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샘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흔한 포르노들이 그렇듯 파괴적인 성애의 형태를 보여주어 성적 대상으로의 여성을 학대한다는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그 ‘노답작가’들이나 다른 매체에서 지적했듯, 뷰티풀 군바리는 여성에 대한 몰이해가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히 여성에 대한 묘사의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측면을 넘어서 캐릭터들의 대사 즉, 작가가 구성한 대사 하나하나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 분노하는 여성 조교를 대상으로 ‘그날인가?’라고 속엣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대사는 실제 여성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머리를 거쳐서 쓰여진 말이다. 즉, 작가가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는 인격체에 대한 인식이 그런 수준에 그친다는 뜻이다.

군생활의 묘사에서도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군복무에 대한 지식과 기억, 디테일을 아낌없이 뽐낸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이것은 단순히 대부분의 남성들이 겪었던 거지같은 군대에 대한 기억에 여성을 끼워맞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힘을 얻는다.

이 만화의 특정 묘사가 ‘배빵’이라고 역설하는 메갈리안의 주장을 그저 신경과민의 한 증상으로 치부한다고 쳐도, 작중의 묘사가 여성이라는 대상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경향은 작품에 달린 댓글들, 그것도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중에 서비스 컷이 들어가는 에피소드가 게시되면 ‘축구공 두 개’ 라든가 ‘뷰티풀 슴바리’ 라든가, ‘보급품도 빵빵 가슴도 빵빵’과 같은 성희롱적 발언이 베스트 댓글을 점령한다.
독자들의 그런 반응이 이 만화의 기획의도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까?

앞서 이 만화가 남성의 군대에 대한 기억에 여성을 끼워맞춤으로서 힘을 얻는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다.
실제로 만화가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은 여성 캐릭터를 이용한 성적 대상화와 그 어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에 대한 비판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남성들의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부정과 공격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만화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무엇에 대해서 비판하는 지는 덮어둔 채 자신의 소중한(좆같은) 경험들이 폄하당하는 데에만 혈압을 올린다.

이는 군대라는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온 남성들의 인정욕구와도 상통한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군필자들은 군대에 다녀온 그 소중한 시간을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 누구나 가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복무의 평범함은 개개인이 군에서 겪은 부정적인 경험을 상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만화의 댓글란에서, 그리고 뷰티풀 군바리와 관련된 모든 아티클에서 자신의 군생활과 뷰티풀 군바리에서 묘사된 군생활의 사실성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만화는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했다는 걸 누군가는 알아야 한다.’라는 억울한 보상심리를 매우 효과적으로 간질인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아닌 여성들이다. 왜냐, 어차피 군복무를 마친 남자라면 말하지 않아도 그 시간들이 얼마나 길고 거지같았는지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의 섹스어필에 집중하지 않는 많은 댓글들은 자신들의 군에 대한 호의적 시선이나 거지같았던 군생활과 그것을 견뎌낸 자신에 대한 암묵적 호소에 할애된다.
서두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포르노 그라피를 소비하는 방법’을 잘 보여주는 샘플’이라고 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적으로 군생활을 마치지 않았거나 그 실상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이 만화에 대해 비판할 자격조차 잃는다.(같은 군필자라고 비판이 쉬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군대에 다녀오지 못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반응은 ‘아, 정말 힘들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정도 뿐이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지금의 상황은 매우 교활하지만 지능적인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작가는 논픽션(실제 다루고 있는 것이 픽션이라 할지라도, 많은 독자들이 그것을 논픽션과 동일하다고 평하기에)이라는 방패를 이 땅의 군필자들에게 대신 들려주고 자신들은 그 뒤에 숨는다.

나는 그 부분에 가장 큰 비판점이 있다고 본다. 차라리 모든 거추장 스러운 것을 벗어던지고, 야하다고 욕을 먹을지언정 오롯이 포르노그라피로서 소모되는 작품을 그리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하고 싶다.


끝으로.
어차피 이러한 장문의 글도 어딘가에서는 노답이나 메갈과 동급이라는 시각으로 폄하될 것을 안다.(근데 내가 다른 곳에 쓴 글은 메갈에서도 ‘조쓰플레인’이라고 까이는 현실 xD)
그리고 아무리 비판적인 시각의 글을 기고한들, 현재 뷰티풀 군바리가 견지하는 만화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적어도 비슷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당신 혼자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사족1
최근에 펼쳐지고 있는 에피소드에서 군내부의 부조리에 대해, 작가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가?
독자의 기호에 ‘매우 귀엽게’ 받아들여지는 구타당한 캐릭터의 묘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하는가?
또한 이 캐릭터는 독자의 기호에 어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타당해야 하는가?

Cap 2015-10-10 22-55-22-58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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