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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ㅄ주의] 진짜 철벽이란 건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게시물ID : humorstory_393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프락색스
추천 : 10
조회수 : 1399회
댓글수 : 101개
등록시간 : 2013/08/12 10:11:51
 
지금 위장에 들은 것이 음슴으로 음슴체.
 
몇년 전,
회사 동료들과 워크샵을 갔음. 아마 변산반도 어디쯤이었을 거임
 
신나게 먹고 마시고 잘 사람은 자고, 카드 돌릴 사람은 돌리고 시간은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음.
본인, 적어도 회사 사람들과 카드쳐서 잃은 적이 없지만 그날은 왠지 조용히 혼자 있고 싶었음.
 
 
맥주 한캔 들고 혼자 바닷가에 나갔음.
신발, 양말 고이 벗어 백사장가 풀숲에 숨겨두고 보드라운 모래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한참을 걷다가
담배 한대 땡겨물고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개폼을 잡고 있었음.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우향 100미터쯤 지점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며 바다쪽으로 마구 달려가는 거임.
여자 목소리 같았음.
 
멀고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바다쪽으로 개돌을 하고 있었음.
순간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 담배 집어던지고(바닷가에서 이러면 안됨.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임)
그쪽으로 달려갔음.
 
근방으로 가봤더니 어떤 사람이 바닷물 바로 앞에 누워있는 게 보였음.
조심조심 다가갔음. 여자사람 맞음.
그런데 옆에 누가 오는 줄도 모르고 벌렁 드러누워 서럽게 울고 있었음.
 
살짝 옆에 가서 말을 걸어봤음.
 
- 저, 여보세요.
 
그 여자. 울다 뚝 그치고 놀란 눈으로 쳐다봤음.
나는 저 옆엣쪽에 있다가 누가 물쪽으로 달려가길래 걱정돼서 와봤다고 안심시켰음.
 
여자...꽤 이뻤음. 카키색 남방에 청반바지 입고 있었음. 몸매도...하....
 
누워 있는 그 여자 옆에 잠깐 쭈그려 앉아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더니
그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는데, 일주일 후에..던가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곧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함.
멀리서 사는데 생각 좀 정리하려고 혼자 여행왔다가 혼자 술마시고 문득 서러워져서 자기도 모르게
뛰쳐나왔다고 함.
 
그런데 그 여자사람 술도 꽤 마셨는지 이야기의 논리적 구조가 미친냔 널뛰기하듯 함.
그러다가 슬슬 반말질도 함.
한참 그냥 옆에서 듣고 있었음. 그러다가 간간히 맞장구도 쳐주고
그랬더니 갑자기 이 여자. 옆에 누우라고 함. 그 흠뻑젖은 백사장에....
 
됐다고 했더니 누운상태에서 내 뒷덜미를 움켜쥐고 끌어당기는 거임.
쭈그려 앉은 자세였던 본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에라 모르겠다 벌렁 드러누웠음.
 
알퐁스 도테의 [별]까지는 아니지만 까만 바다옆에서 까만 하늘에 뜬 총총한 별을 보는 느낌.
나름 괜찮았음.
그렇게 누워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다보니 한기가 들었음.
그래서 숙소 어디냐고 데려다줄테니 그만 들어가자고 했음.
 
알고보니 우리쪽 숙소에서 꽤 가까운 거리였음.
백사장을 거슬러 올라가다 자갈길이 나왔음.
갑자기 이 여자. 업어달라고 함.
아니, 지는 신발 신고 있고 나는 맨발인데 하필 자갈길에서 업어달라고 함.
 
순순히 업어줬음.....
 
젖어서 제법 차가워진 옷 틈새로 따스한 체온이 스며들었음.
귓가에 닿는 숨결...등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의 느낌...움켜 쥔 맨다리로부터 전해지는 까끌거리는 모래의 느낌...
정신이 아득해질 뻔 했음.
 
숙소 앞에서 내려놓고 그만 들어가라고 했음.
그러자 들어가서 맥주나 한잔 더 하자고 함.
술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비틀비틀거리는 사람 2층 계단으로 혼자 보내는 게 걱정도 됐음.
 
방 문을 열고 들어가서 현관에 자동으로 켜진 불 아래에서 보니 둘 다 아주 모래 범벅이었음.
현관 싱크대에서 대충 팔다리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있는데
그 여자 살짝 안기면서
 
- 씻고 올께. 같이 할래?
 
하고 욕실로 들어가는거임.
 
순간 대뇌의 뉴런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음.
건강한 수컷의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음.
 
 
 
 
 
 
 
 
 
 
 
그래서 그냥 조용히 문 닫고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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