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님께서 가신 지 사 주기째 되었네요. 어느 화창한 토요일, 다음 날이 휴일이라 조금은 더 행복했던 그 날에 하늘이 무너졌지요. 수업 하시던 선생님은 울먹이고 저는 도무지 믿기지 않아 눈만 끔뻑거렸어요. 그 소식이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던지요. 하루가 지나서야 유예된 눈물이 시작되더니 장장 두세 달을 걸쳐 계속 쏟아지더군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도 꿈 속을 헤메는 기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눈물이 쏟아지고 숨만 쉬어도 가슴이 아팠더랬습니다.
이 나라는 거대한 추모의 소용돌이로 빠져든 것 같았어요. 미안하다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때로는 생전에 욕한 것이 미안하다며 우는 사람들, 사람들.... 근데, 참 빨리 잊더군요. 다들 바빠서 그런가봐요. 근데 전 바쁘지 않아서 그런지 못 잊겠더라고요. 아직도 사진만 보이면 눈물부터 글썽이는 게, 남자되긴 글렀습니다.
그리고 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어요. 님이 가신 이 곳은 님이 바라보시던 '사람 사는 세상'과는
조금 더 먼 세상이 되었어요.
조금은 더 영악하고 조금은 더 이기적이고 조금은 더 눈 뜨고 보려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어요.
남의 자유를 위해 피 흘린 사람들은 그들의 피로 쟁취해낸 자유를 얻어 가진 사람들에게 모욕 당하고 정의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의의 철퇴가 자유를 노래하는 이들에겐 족쇄가 채워지는
그런 세상이 되었어요.
그래도 님이 피 흘려 뿌린 씨앗은 여전히 싹 터 자라기에 그 덕에 님이 살아 오신 그 엄혹하던 시절보다는 조금은 숨통 트이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어요. 그 덕에 숨은 죽였지만 마음만은 꼿꼿하게 그렇게 살고 있어요.
님과 함께 했던 시절은 참으로 행복했기에 그런 날이 다시 올 거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이 와도 님은 우리와 함께일 수 없을 것을 알기에 오월은 참 잔인한 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