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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계시나요? 내 님이여...
게시물ID : sisa_3936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힐렌
추천 : 1
조회수 : 1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23 10:05:41
이제 님께서 가신 지 사 주기째 되었네요.
어느 화창한 토요일, 다음 날이 휴일이라 조금은 더 행복했던 그 날에 하늘이 무너졌지요.
수업 하시던 선생님은 울먹이고 저는 도무지 믿기지 않아 눈만 끔뻑거렸어요.
그 소식이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던지요.
하루가 지나서야 유예된 눈물이 시작되더니 장장 두세 달을 걸쳐 계속 쏟아지더군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도 꿈 속을 헤메는 기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눈물이 쏟아지고 숨만 쉬어도 가슴이 아팠더랬습니다.

이 나라는 거대한 추모의 소용돌이로 빠져든 것 같았어요.
미안하다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때로는 생전에 욕한 것이 미안하다며 우는 사람들, 사람들....
근데, 참 빨리 잊더군요. 다들 바빠서 그런가봐요. 근데 전 바쁘지 않아서 그런지 못 잊겠더라고요.
아직도 사진만 보이면 눈물부터 글썽이는 게, 남자되긴 글렀습니다.

그리고 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어요.
님이 가신 이 곳은 님이 바라보시던 '사람 사는 세상'과는 

조금 더 먼 세상이 되었어요.

조금은 더 영악하고
조금은 더 이기적이고
조금은 더 눈 뜨고 보려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어요.

남의 자유를 위해 피 흘린 사람들은 그들의 피로 쟁취해낸 자유를 얻어 가진 사람들에게 모욕 당하고
정의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의의 철퇴가
자유를 노래하는 이들에겐 족쇄가 채워지는

그런 세상이 되었어요.

그래도 님이 피 흘려 뿌린 씨앗은 여전히 싹 터 자라기에 
그 덕에 님이 살아 오신 그 엄혹하던 시절보다는 조금은 숨통 트이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어요.
그 덕에 숨은 죽였지만 마음만은 꼿꼿하게 그렇게 살고 있어요.

님과 함께 했던 시절은 참으로 행복했기에 그런 날이 다시 올 거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이 와도 님은 우리와 함께일 수 없을 것을 알기에
오월은 참 잔인한 달입니다.

바보를 사랑하는 멍청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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