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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길 걷다 만난 아저씨와 이야기한 썰
게시물ID : sisa_394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험안끝났다
추천 : 11
조회수 : 3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24 02:51:23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서 시사게에 씁니다...


...만 그냥 썰 푼다고 생각해주세요



제가 금남리 쪽에 사는데 굉장히 외진 곳입니다.


밤중에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버스를 탈까 생각했는데


버스 막차가 11시 30분... 버스타고 집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할 수 없이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불빛이 거의 없어 깜깜하지만


자전거 전용 도로도 있고 차가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라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어요


요즘 인심이 흉흉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긴 인적 드문 시골(?) 이니 안심하고 걸었습니다.


많이 걸어서 다리 아픈건 뭐 괜찮은데


핸드폰도 꺼지고 어두운데 혼자라서 외롭고 심심하고


혼자 노래 부르며 걷다가 앞에 제 아버지 나이쯤 돼보이는 아저씨가 걷고 계시더라구요



사실 사람은 참 좋아하지만 내성적인지라 사람 만나는 게 조금 부담이어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아저씨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살짝 취하신듯 보였는데 그렇다고 무시하고 가는것도 예의가 아니고


마침 심심하던 때라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거의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지만..)



옛날에는 이 지역에 차도만 있었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은 없었는데


세상이 좋아져서 이렇게 옆으로 길도 나졌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발전, 개발 이야기에서 박정희 시대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보통 많은 '어르신' 분들은 박정희 를 좋게 평가하시니까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구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만 아저씨께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박정희 때 많은 개발이 이루어 졌지만 그당시에 차도는 많이 늘어나도 인도는 없었다."


그냥 하신 말씀이시겠지만 뭔가 의미심장 하더라구요 이말... 그러면서


"그당시, 그리고 지금도 박정희가 싫다.나쁜 독재자였다.


그런데 나는 내 또래 애들은 다 박정희를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친구들과 항상 (이문제로) 싸우게 됬다.


거의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신격화 하더라. 이는 북한이 김일성 찬양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이런 무조건적인 지지가... (씁쓸하다). 그들은 생각이 없다."



그러면서 한가지 슬픈 사례를 들어주셨습니다.


"70년대 유신체제가 선포된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내 친구중 하나는 고등학교를 가지 못하고 연대에서 잡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가

(지금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데요. 그런 사람들은 보통 천대 받았다고 합니다.)


고대로 넘어오게 됬다. 그 대학의 적어도 3,4살 많은 대학생들이 '반유신체체'에 관한 선전물을 만들었는데


그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 되고 뭐고가 없기에 그런 선전물을 일일이 복사했어야 했고


대학생들이 그 친구에게 일을 부탁했다.


그 친구는 특별히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나는 그 당시에도 유신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었으나 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다.


결국 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른체 유신체제에 반대했다는 것으로 잡혀가서 심한 고문을 당했었다.


요즈음 만났는데 그때 당한 고문때문에 애가 정신이 멍 해져 있더라. 그떄 고문당한것 때문에


군대에서도 많이 맞았다고 한다. 지금은 인천에 한 요양소에 있다.


...(중략)...


벌써 40년이나 지났다. 아직도 박정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추앙하고 떠받드는 사람이 있다.


그 당시의 진실을 밝혀야하는데... 그래도 김대중 노무현때는 밝힐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다니....


힘들것 같다. 이 문제에 관해서 상담도 받아봤는데...."




그외 또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명함을 주시면서 젊음은 축복이고 재산이니 열심히 해라~


라는 말씀을 듣고 헤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짧은, 또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그당시의 아픔을 기억하는 분이 있고


그 당시의 그 아픔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에


뭔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 뭐 그렇다구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정확한 대화내용을 적지 못한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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