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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스코어' 유래의 진실.gisa
게시물ID : baseball_394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푼甲
추천 : 10
조회수 : 665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1/25 20:53:31


Q. 플레이오프 4차전이 8대 7로 끝났습니다. 흔히 8대 7를 ;케네디 스코어'라고 하는데요.  그 유래를 알고 싶습니다. 덧붙여 이 말이 한국에서만 쓰인다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알려주세요.

A. “케네디 스코어로 끝난 명승부였습니다.”

10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8대 7로 끝났을 때 모 방송사의 캐스터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스포츠춘추>는 ‘케네디 스코어라…’하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으셨으리라 봅니다. 그 유명한 8대 7, 케네디 스코어를.

지금까지 알려진 케네디 스코어(Kennedy score)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때는 1960년. 그해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떠들썩했습니다. 앞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열기도 매우 뜨거웠습니다. 당시 후보로 나온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어느 패널이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야구 경기에서 어떤 스코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말이지요. 이에 케네디 상원의원이 “8대 7이 가장 재밌다”고 대답했다는데요. 그때부터 야구에서 8대 7 경기를 ‘케네디 스코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자,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정설입니다.

그렇다면 야구의 본구장 미국에서도 ‘케네디 스코어’가 가장 재미난 스코어로 통할까요?

답은 간명합니다. ‘아니다’입니다. 아니, ‘케네디 스코어’라는 말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스포츠춘추>가 문의한 어느 미국기자와 칼럼니스트도 ‘케네디 스코어’와 관련한 일화를 알지 못했습니다. ‘케네디 스코어’란 말조차도 매우 생경해 하더군요.

이와 관련해 추억 하나가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취재 차 미국에 갔을 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SI)의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국은 정말 야구를 사랑하는 것같다. 특히나 정치인들의 야구 사랑이 인상 깊다. 오죽했으면 ‘케네디 스코어’란 말이 있겠느냐”

당시 버두치 씨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오히려 한국 기자의 박식함(?)에 놀라는 눈치 같더군요. 돌아보면 그에겐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왜냐? 미국엔 ‘케네디 스코어’란 용어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연도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메이저리그를 취재한 민훈기 기자에게 “미국야구계를 취재하면서 ‘케네디 스코어’란 용어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국내에선 많이 들었는데, 막상 미국에선 들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포츠춘추>의 질문을 받은 일본야구전문가나 기자 가운데 ‘케네디 스코어’를 아는 이는 전무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일본야구 칼럼을 쓰는 기무라 고이치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되레 제게 “케네디 스코어가 뭡니까?”하고 되물었습니다. 덧붙여 “왜 8대 7이 가장 재미난 점수냐”고 묻더군요. 각설하고.

결론만 말씀드리면 케네디 스코어는 국산 야구용어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어디에서도 출처와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6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케네디 상원의원이 그같이 말했다는 근거도 정작 미국에선 찾을 수 없습니다. 하다 못해 미국의 권위 있는 야구용어 사전인 <딕슨 베이스볼 딕셔너리>에도 케네디 스코어란 용어는 없습니다. 케네디 스코어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용어인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케네디 스코어’는 언제부터 쓰인 말일까요. 1960, 70년대엔 한국 언론 어디에서도 ‘케네디 스코어’란 용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1949년 서울중앙방송국(KBS의 전신)에 입사한 이후 현재도 현역 기자 못지 않은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조동표(85) 옹은 “케네디 스코어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1980년 이후부터 쓰인 것 같다”며 “확실히 1970년대까진 케네디 스코어란 말을 쓰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고 이종남 대기자와 함께 잘못된 야구용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던 전 스포츠서울 신명철 국장은 과거 현역시절 케네디 스코어의 출처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출처와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신 전 국장은 결국 “케네디 스코어는 국산 야구용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실 케네디 스코어가 처음 국내 언론에 나타난 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입니다. 그러나 누가 가장 처음, 어떤 의도로, 어떤 출처를 배경으로 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1982년 이후 자연스럽게 이 용어가 일상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신 전 국장은 "누군가 미국에서 들은 이야기를 기사로 쓴 게 정설로 굳어진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는데요. 어디 '들은 이야기'가 정설이 된 게 '케네디 스코어'뿐이겠습니까.

오늘도 우리는 케네디가 했는지도, 안했는지도 모를 이야기를 믿고 '8대 7'를 가장 재밌는 스코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있는 케네디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issue&mod=read&issue_id=438&issue_item_id=8850&office_id=295&article_id=0000000481


헉 저도 몰랐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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