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안녕
나는 후장으로 두번이나 간 작성자임
?
후각장애인 썰로 두번 베오베를 간 작성자임.
내 글 보고 우울했다가 빵터진 분도 있고 하니
나도 막 힐링이 됨
그 외 오랜만에 연락된 실친/인맥 여러분들이
죽기 싫으면 하나 더하라는 반 협박을 해주셨기에 일단 또 써봄
근데 대개 이런 글들이 세번째부터 망함
그래서 오늘은 기어를 조금 바꿔서 우울부터 시작해 볼까 함
1. 우울
내가 잃어버린
꽃내음, 흙내음, 바람내음.
정말 신기한건 꿈속에서는
냄새를 당연하게도 맡을 수 있음
4월의 어느 봄, 지금보다 조금 더 젊으신 어머니는 한쪽에서 쑥을 캐고
나와 동생 우리는 500원짜리 병아리를 따라 풀밭을 이리 기고 저리 기며 놀며는
결국 소매 끝에 물든 흙냄새
를 맡는 것을
나는 정말로 좋아하였음
지금도 나는 손재주가 좋지만 당시에도 좋아서
어린 손으로 토끼풀꽃을 뜯어 왕관을 만들어 놀곤 하다가
그러면 나는 킁킁거리면서 하나하나 냄새를 맡았음.
그러다 바람이 불어,
작년에 맡았던 바람냄새가 다시 나면은
바람 할아버지가 누구를 못 잊고 매년 매번 이맘때쯤 와서
여기 이렇게 앉아서 휭 휭 울고 가나 보다... 하는 동화만큼 시시콜콜한 상상을 하다가
꿈을
깨면
나는 현실에 갑자기 부딪힘.
산을 가도
냇가를 가도
하수구에 들어가도
똑같은 공기를 마시는 내가 거기, 현실에 있음.
막막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무겁다고 생각하는 만큼 막막해지고 무거워지는 공기가
내가 있는 이 곳에 있음.
그 옛날 사월이 아직도 아직도 꿈에 나오는구나.
언제나 어느 순간 갑자기 하루가 시작되어 버리고
어떤... 무력감에 사로잡혀서 다시 눕고
그러다 결국은 일어나
오감이 모자란 나를 세상에 던지면서 우울한 마음에
내일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
내일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조용히 읊을 수 밖에.
2.
없
다는 위의 이야기는 사실 여성분들한테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임
맞는 이야기긴 한데 저렇게 말하면 왠지 더 잘해주더라구여
하하하
하하하하하
3. 당신의 감동 회수함
저번 베오베에 닉이 나왔으니 그냥 닉언급하겠음(이름언급보단 낫겠지 그치 종성아)
오유닉 어륀왕좌가 가족끼리 여행을 갔는데
개를 데려가지 못해 이틀간 개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음
그래서 개한테 먹이도 주고 산책도 시키고 똥도 치우라는 부탁을 받고
나는 귀찮아서 거절했음
근데 돈을 준다길래 승락했음
이 친구가 참 양식있는 친구임
어쨌든 첫날 일을 끝내고 상쾌하게 집에 왔고
동생은 나한테서 개똥냄새난다고 쫓아냈음
4.
둘째 날 동생이 따라나섬
자기 없으면 냄새 나는지도 모른다고 굳이 따라온다고 함
참고로 동생은 코가 매우 좋은데
티비보다가 가스밸브 열린걸 코로 감지해서 끌 정도임
이게 뭘 뜻하냐면
동생은 똥 근처에 가질 않음
결국 똥치우는건 냄새 못맡는 내가 할수밖에 없었음
어쨋든 와ㅏㄹ왈거리는 치ㅇ..뭐지 슈나우저였던가
쨋든 그거랑 동생은 재밌게 핥고 뛰고 꺅꺅거리면서 즐겁게 놀았음
아직 동생은 모르는데 그 개는
산책하다가 자기 똥을 먹었음
5.
동생이 보수로 받은 돈 절반 갈취해갔음
6.(스포없음)
누가 설국열차 볼 때는 양갱을 사가래서
맛있게 먹었음
7.
미술학원에서 화장실 하수구가 막힌 적이 있음
배변하는 곳은 다행히 아니고
그 옆에 걸레 빠는 곳인데
이곳이 의외로 징그러운 토사물 비스무리한게 끼어있을 수밖에 없음
왜냐면 미술학원에서 주로 붓 씻는 물을 거기다 비우고
뭐 머리카락도 흘리고 침도 뱉고 하다보니
웬 머리카락에 가래침이 응고된게 사람 머리통만큼 뭉쳐져서 거기 있었음
심지어 건드리면 속의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나오면서 꿈틀거림
솔직히 처음에 누가 토막살인해서 거기 머리만 버린줄알았음
ㅎㅎ나는 저걸 내가 치우겠구나 하고 직감했음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최대한
냄새가 나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뒤돌아 가려고 했는데
일반인들은 이미 그걸 맡고 구토를 하고 있었음
결국 내가 치웠음
8.
나중에 여친이 향수를 바꿨는데
내가 못 알아채서 서운하게 하면 어떡하냐고 말하자
친구가 애초에 향수를 바꿀 여친이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었음
고맙다 이ㅣ 갞ㅑ
9.
※나는 다른건 못맡아도 매운냄새 담배냄새 피비린내는 맡을 수 있음
나에게 화장실청소당번과 분리수거 당번을 시키신 1학년 담임선생님은 매우 비범하심
일단 별명이 주님임
성씨가 주씨
그리고 술을 잘마심
그래서 주님
그리고 왠지 빈혈이 있으셔서
햇빛을 바로 맞는 걸 싫어하시고
또한 매우 골초신데
교실에 들어오실 때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들은 가히 신령스럽기까지 함
체육대회 날
우리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열심히 광ㄱ 젊음을 불사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담배냄새가 나는거임
나는 냄새가 나는 곳을 보았는데
무지개색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그 분이 오고 계셨음
타 반 친구가 환희에 차 말하길
아아 솜털같은 구름이 피어오르고 무지개 빛 광채가 일으매
주님이 몽롱한 연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셨도다
라고 스님이 부처영접하듯 주님 앞에서 말했고
그걸 들은 우리반은 배구시합중 빵터져서 짐ㅋㅋ
그리고 그 친구는 우산으로 처맞음
배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