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이 제18대 대통령선거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불기 시작한 안풍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4.11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을 확장한 태풍으로 탈바꿈해 정치권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담판에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며 5%의 지지율에 머물던 박 시장을 당선시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주가는 자신이 창업한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주가와 함께 폭등했다.
주가 폭등은 곧바로 안 원장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안 원장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대선출마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선 당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1, 2위를 다퉜다. 정치권은 ‘안철수 현상’에 내재된 국민들의 여망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안 원장은 지난 9월19일 ‘교수’, ‘원장’이라는 직함을 떼고 ‘정치인 안철수’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는 현실정치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총선 출마도 아닌 곧장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사람들은 그를 ‘안철수 교수’에서 ‘안철수 후보’로 바꿔 불렀다. 다소 덥수룩했던 그의 헤어스타일은 ‘3대7’의 가르마를 탄 단정한 스타일로 바뀌었다.
기존 정치권은 겁 없이 대선에 도전한 그에 대해 ‘거품’, ‘환상’ 이라고 비아냥댔지만, 안 후보는 현상을 넘어 실체가 있는 또 하나의 정치세력을 형성해갔다. 그런 그에게 있어 ‘국민’은 기존 정치권과 맞서 싸우는 무기이자 방패로 쓰였다.
‘국민’으로 무장한 안 후보는 ‘정치쇄신’과 ‘정권교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국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선언했다. 사냥꾼으로 치면 초보지만,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뛰어든 상황이다. 안 후보가 그동안 말로만 듣던 호랑이굴에서 ‘호랑이’에게 먹히게 될 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는 국민이 불러냈다”고 안 후보 스스로 얘기하듯 기성정당 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안 후보를 대선 무대에 밀어 올렸다고 분석하는 정치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안 후보에게 열광하고 그를 대선판에 불러낸 국민들은 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변화와 개혁’을 꼽고 있다. 민의가 반영되지 않고, 국민과 소통되지 않는 정치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적임자가 안 후보라는 얘기다.
안 후보의 대선 캠프를 꾸리고 있는 관계자들의 생각도 안 후보의 ‘국민’과 동일하다. 캠프 관계자들은 안 후보가 ‘시대적 흐름에 적합’하고 그에 걸맞는 ‘수평적 리더십을 소유’했으며, ‘정치쇄신을 통한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이 그가 대통령이 돼야만 하는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시대 흐름에 적합한 인물” 안 후보 주변의 인사들은 안 후보가 세계적인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를 상징하는 “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고 그에 맞춘 통합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한 마디로 안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후보는 새 시대의 지도자 유형에 맞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에 걸맞는 새 유형의 측면이 있다”고 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도 “이번 선거는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는 시점에서 과거를 상징하는 후보와 미래를 상징하는 후보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안 후보는 경험과 생각, 가치의 측면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후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좀 더 희망적인 사회로 나가는데 있어서 안 후보가 적절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 세계의 흐름은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따로 떨어져 독립적인 현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연관돼 영향을 주면서 같이 변화한다”며 “안 후보가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되짚어보면 이 같은 세계적인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주도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캠프 공보라인의 관계자는 “다가올 세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앞으로 5년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보수와 진보의 양 진영을 아울러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만 경제위기 등 대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국민의 단결과 단합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잘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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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대선 여성유권자와의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객석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 리더십” 안 후보 측근들은 또 안 후보의 ‘수평적 리더십’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리더십이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권위적 리더십이었다면 안 후보는 소통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는 수평적 리더십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나다”면서 “1년 이상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오면서 여당 후보와 대등한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면 웬만한 사람이면 곧바로 출마를 선언하고 대선후보 행보를 시작했을 텐데 안 후보는 (국민들 속에서) 조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송 본부장의 말처럼 안 후보는 대선출마의 결정여부를 ‘국민’ 속에서 답을 구했다. 실제 공식출마선언에 앞서 안 후보는 두 달여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현장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치의 청사진을 짚어내는데 주력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는 명석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엘리트주의에서 자유스러운 사람으로 어둡고 아픈 사람도 어루만질 수 있는 점을 겸비하고 있다”면서 “기존 리더십이 권위적이었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여론을 형성해 수렴해 나가고, 이를 통해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십이어야 하는데, 안 후보는 거기에 적합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수평적 리더십은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안 후보 캠프의 정책들은 정책 네크워크 ‘내일’에서 제안한 정책들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안 후보는 “정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기존 정치권이 해당 전문가들의 하향식 공약을 생산했다면 우리는 현장 중심의 상향식 정책을 지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쇄신과 정권교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적임자” 이와 함께 캠프 관계자들은 안 후보가 “기존 관습과 낡은 정치에 찌들지 않은 새 경험으로 실질적으로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안 후보를 불러낸 국민의 여망이 ‘새 정치’, 즉 ‘정치쇄신’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을 읽어낸 것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정치권 일각에서 ‘정당과 조직 없는 사람이 정치가 가능하겠느냐’는 날선 비판을 가할 때도 오히려 “세(勢)가 없으니 공정한 인사를 통한 탕평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정당정치의 폐단으로 지적되고 있는 공천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일이 없으니 정치쇄신을 통한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는 얘기다.
안 후보가 “정치적인 빚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으로 자신을 공격할 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며 “‘정치경험-세력-조직도 없는 만큼 빚진 것도 없다”고 맞받았다. 기성 정치권에 빚 진 것이 없으니 눈치 볼 것 없이 공정한 인사권을 단행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피력한 것이다.
정연순 대변인도 “안 후보는 기성정치와 과감히 결별을 하고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꿈꾸게 하는 후보”라며 “기성 정치권에 빚 진 게 없어 인사권에 있어 탕평책을 잘 할 수 있다”고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명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 것을 겨냥해 비교우위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캠프 일각에선 안 후보의 ‘타이밍 정치’에서 보여주는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지금까지 안 후보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대선 과정에서 (모든 결단의) 타이밍을 잘 맞췄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절묘한 타이밍 정치’를 두고 이미 짜여진 정치적 각본에 의한 행동이란 비판도 있지만, 이 캠프 관계자는 위기를 감지했을 때 신속하게 내린 결단력이 그 만큼 ‘절묘한 순간’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판단하는데 있어서 충분한 정보와 근거를 확보한 후 행동에 옮기는 안 후보의 결단력은 국정운영에 있어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 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