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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게 참 많습니다
게시물ID : gomin_4802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차
추천 : 4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2/11/20 01:20:57

잠 못 들고 고게에서 서성이며 덧글 몇 개 남기다, 제 말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어 몇 자 적어 봅니다.


전 참 겁쟁입니다.

사람이 무섭습니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두렵습니다. 그 사람의 눈에 비친 제 모습이 어떨지 혼자 상상하곤 합니다. 그 모습은 하나같이 추하고, 뚱뚱하고, 우울하고, 버벅거리고, 실수투성이에, 기본적인 예의를 상실한 뻔뻔한 여자입니다. 여자로서의 매력이라곤 하나도 없는.

몇몇은 사실이고, 몇몇은 아니죠. 아닌 게 훨씬 적지만 아주 아닌 것도 아닙니다.


전 추합니다. 화장실 거울을 보면 화장실 거울의 마법ㅋㅋ덕분에 '그래도 이정도면 사람이지~' 생각합니다. 약간 이정도면 괜찮지? 하는 우쭐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의 시선이라 생각하고,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바뀝니다. 추합니다. 웃는 얼굴도 모릅니다. 웃어도 어색합니다. 호감이라곤 안 가는 거 같습니다.


전 뚱뚱합니다. 현재는 비쩍 골은 것과 늘씬한 것의 경계에 있습니다. 참.... 뚱뚱했었습니다. 70킬로를 훨씬 넘겼었으니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뺐씁니다. 지독하게요. 다시 하라고 하면 차라리 죽어버릴 겁니다. 그 길은 그냥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운동하는 건 힘들지 않았어요. 원하는대로 먹지 못하는 게 참 스트레스로 남았습니다.

전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만 풀었었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그렇게 쪘었죠. 그걸 틀어막으니 스트레스가 안 쌓일 리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저희 엄마의.. 자기 만족을 위한 강요가 덧붙여지니 정말 숨이 막혔습니다. 49킬로를 찍었을 때, '아직도 5킬로는 더 빼야겠다..'라며 제 다리를 꼬집던 기억이 납니다.

저 자신도 만족하지 않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5킬로만 더, 5킬로만.. 이 말을 옆에서 내리 들으며 먹는 거 하나하나 제지 당할 때는 비참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는 결국 터졌죠. 폭식.. 그리고 후회.. 그리고 구토.

지금 제 몸은 엉망진창이에요. 몸도, 마음도.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남의 눈, 특히 부모님에게 착한 아이여야한다는 강박에 시키는대로 해오면서 스트레스는 내적으로 쌓아두고 혼자 풀면서... 참 나쁜 방식만 몸에 익힌 거 같습니다. 자해와 먹는 것, 그리고 이젠 구토까지.

그 외에도 참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살아오면서 부모님에겐 내가 알고 있던 사랑이란 관계가 없었고

나라는 결과물이 두분의 사랑의 결실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 되고,

제가 엄마의 만족을 위한 도구요, 그분의 노후 보험같은 존재라는 걸 직접 듣고,

친구 관계는 파탄이거나...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존재 정도가 되고,

나 바라는 거 없이 그냥 되는대로 시간은 흘러온 채... 만성적으로 우울함을 두르고 살아왔더니 도저히 언제부턴지 모르게 제 머릿속엔 '살기싫다'라는 말이 박혀버렸네요.


지금 죽고싶다던가, 죽겠다던가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힘들다... 살기 싫다... 두렵다.. 난 참 나약하고 한심한 쓰레기구나.. 이 생각만 망령처럼 제게 붙어 있는거죠.

최대한 조심해야지, 실수말아야지 하면서 실수 연발에 두려워 피하다보니 오해를 사서... 기본 예의를 상실한 인간 소리도 듣고..

그래도 남들한테 싫은 소리 안듣게 살았고, 남들한테 제가 해줄 수 있는 거 해주고 사이도 인사도 나누도 돈독하게 잘 지내왔다 생각했건만 '넌 사회성이 없어.' '넌 다른 데 가면 안돼.' '넌 안 될 거야.'라는 말들도 듣고..

그래도 제가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보려니 '막연한 호기심이잖아. 그럼 실패한다.'소리도 듣고..

제 의도와는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고 오해해서 유난떠는 년이라는 둥, 제정신이 나갔냐는 둥, 공주 대접 받고싶냐는 둥 들으니

전 정말 그런 인간인가보다. 그 생각이 들어서 한심하네요..

이러다 두어번 쓰러지고, 손발이 떨리고, 사람만 보면 숨이 턱 막히고, 어떤 일을 하면 내가 실수는 안할까 두려움부터 앞서는 나날..


내일이면.. 아니 오늘이군요. 오늘이면 일이 또 시작되고.. 그 일은 어제보다 많아질 거라고 들었는데 웃음도 안 나네요.

그냥... 글쎄요.

죽고싶은 게 아니라 사는 게 무서운 사람이 있다고요.

갈수록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마저 힘겨워요. 눈물도 너무 쉽게 나고, 피로는 가시지 않고.. 그러네요.


언젠간 행복한 날이 올거야 라는 말은 와닿지 않아요. 저도 그러길 바라는데 그 가는 길마저 행복하길 바라니..

그리고 남들도 다 힘들어 라는 말은 안해주셔도 되요. 저도 알아요. 저도 제가 유난히 힘든 인간이란 말 하고 싶지 않고, 다른 분들도 다른 분들의 고통이 있다는 거 압니다. 그게 참 마음이 아파요.. 다들 힘든데 왜 난 한심하게 이럴까..


그냥 잠자기 전에 조금 하소연이라도 적어보고 싶었어요..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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