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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느와르 소설- 한강부르스
게시물ID : freeboard_635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덤벼라오유야
추천 : 1
조회수 : 5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0 13:15:14

16살때로 기억한다. 어머니가 지병으로 1년 여를 앓으시다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예전보다 더 많은 술을 마셔댔으며 나에게 더 이상 손찌검을 하지 않으셨다.

 

장례식장에는 태영이 삼촌과 형규 삼촌 등 평소에 자주 보던 삼촌들과 처음 보던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여러명의 아저씨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그들은 친척도 가족도 아니었지만 어릴적부터 아버지는 그들에게 삼촌이라 부르며 가족같이 생각하라고  당부하셨다. 물론 나도 마땅히 부를 호칭도 그들에게 어떠한 반감도 없었기 때문에 삼촌이라 부르며 잘 따랐다.

 

서울에 산다는 삼촌들은 한달에 세 네번 씩 찾아와 아버지와 술을 마셔댔고 조금 취한다 싶으면 여지없이 옛날 얘기를 꺼내곤 했다. 삼촌들은 담배연기로 방안이 뿌옇게 될 때면 일어서곤 했는대 올 때마다 빠짐없이 나에게 그 나이의 학생이 받기에는 큰 용돈을 건네주고 가곤했다. 물론 아버지가 안 볼때 몰래 불러서 주거나 내 방안 어느 곳에 올려두는 방법으로.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삼촌들을 기다리고 옆에서 심부름을 하며 눈에 들려고 하기도 했던것같다. 어느 날은 체육대회를 마치고 피곤에 절어 나도 모르게 잠이 들다 깨게 되었는대 머리맡에는 지폐가 놓여져있었고 방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담배연기들이 남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삼촌들이 처음에는 점잖은 서울말을 쓰는대 술에 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버지와 나와 같은 전라도 말투를 쓰는 것이었다. 삼촌들이 돌아가고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알고보니 같은 광주 사람이었고 아버지를 잘 따르는 착한 동생이라고만 할 뿐, 자세한 말을 들을수는 없었다.

 

장례식장에는 친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찾아오지 않으셨다. 3일장 내내 자주 보던 삼촌들은 문상객들을 맞이했고 아버지는 거짓말처럼 3일 내내 눈물을 보였다.

 

알던 삼촌들이 아닌 다른 양복쟁이들이 수없이 많이 오갔고, 어머니의 지인들은 그리 많이 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어린 나는 반 친구들이 조문을 마치고 가고 나면, 무슨 이유인지 더욱더 어머니가 그리워져 서러움에 탈진할듯이 울어댔고 그럴때마다 나를 가장 잘 돌아주던 호준이 삼촌은 괜찮다며 위로해주었다.

 

어머니가 관속으로 들어가는 날에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왔고, 그 때문에 아버지의 눈물 또한 가려줄 수 있었다. 아버지와 삼촌들은 내리는 비를 누구 하나 우산으로 막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날, 아버지는 내 방으로 불쑥 들어오셨다. 시디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던 나는 조용히 정지 버튼을 눌렀다.

"현준아, 내일 이사한다. 짐 싸라." 
"어디로요?"
"서울."
아버지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해서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나는 막연히 서울에 가면 삼촌들 중 한명의 집으로 가지 않겠느냐 하고 유추할 뿐이었다.

 

하루 아침만에 나는 15년동안 살던 광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사날 아침에 태영이 삼촌이 내려와 같이 아버지 차를 타고 호남선을 거슬러 올라갔다.

 

중학교 1학년 때 국회의사당 견학 이후 처음 와본 서울은 촌놈인 나에게는 여지껏 보지 못했던 별세계였다.
한남대교를 타고 강북으로 넘어가며 바라본 4월, 한 낮 한강의 반짝임이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다.

우리는 군자동이라는 동네에 들어섰고 그곳이 혼자 사는 태영이 삼촌 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언덕위 였지만 세 명이서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언제까지 살게될지 알 수 없는 서울살이는 그곳에서 시작되었고 나는 철없이 기분 좋아라 했다.

 

이사 온지 며칠 후 전학절차를 밟고 남대문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내일 아침 일찍 등교해 마지막 수속을 밟고 그 날 부터 수업을 받으라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는 미안한 기색으로 지방에 볼 일이 있어 며칠동안 다녀올테니 반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 날, 떨리는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전 날 사두었던 교복을 두근대는 마음으로 다려 입었다. 같이 가주겠다는 태영 삼촌에게 괜찮다 말하고 학교를 가게 되었다.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버스가 타고 싶어 기어코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였다.

서울답게 큰 중학교였다. 행정실로 들어가 담임선생님을 만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니 방긋 웃어주었다.


여자선생님이라 더욱 마음이 놓였다. 선생님은 하얀 종이를 건네주며 그 것만 작성하면 모든 입학절차가 끝난다고 말해주었다.

모르는 말이 있으면 물어보고 적어라 말하며 선생님은 다른 행정실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성별, 혈액형, 나이, 학년, 이전 학교 이름, 취미나 특기, 입상경력 등 간단한 항목을 적어내려갔다.

보호자의 성명. 부. 모. 형. 제. 나이. 최종학력. 직업란.
부. 김명호. 42세. 모. 정은주. 돌아가심. 형제 없음.
손끝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배우지 못한 건달이었다.

 

 

아버지는 담임선생님과 통화하면서 당신의 직업을 뭐라고 말했을까. 어쩌면 말을 얼버무렸거나 거짓말 했을지도 모를일이었다. 무슨일있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을때, 당황한 나는 황급히 아버지의 직업을 자영업이라는 두루뭉술한 직업으로 적어버렸다.

 

언제나 그랬다. 친구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물어볼때는 나는 그저, 회사를 다닌다 라고 둘러대곤 했다. 친구들도 뭐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제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국민학교를 다닐때 반 아이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깡패아빠 아들이라고 놀려댄 적이 있었다.

 

몇몇 아이들은 아빠가 싸움을 잘해서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동경의 눈빛을 보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나를 폭력배 취급을 하며 괴롭혔다. 서너명이 둘러싸고 때리면서 깡패아들이면 이정도는 이겨보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고 나자 잠이 몰려와 책상에 막 엎드리려고 할 때였다. 평소에 나를 못살게 굴던 아이들 세명이 어김없이 다가와서 책상을 쓰윽 빼버렸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있던 터라 나는 걔네들이 원하던 대로 엉덩이를 찧게 되었고 웃음거리를 샀다.

 

하루 이틀 있던 일도 아니었기에 그냥 무시한 채 교실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병신새끼, 깡패 아들이 무슨 싸움도 못해"
"병신맞잖아, 쟤네 아빠 눈 하나 애꾸라서 쟤도 병신이야"

그 녀석들이 멋대로 지껄이는 말 때문에 엉덩이를 찧은 창피함에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아무리 친구들이 놀려대도 싸움만은 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당부는 잊어버린채, 옆에 있던 책상위의 필통을 녀석들에게 집어 던지고 미친 개 처럼 달려들었다.

주먹에 걸리는 대로 휘둘렀고, 발에 치이는 대로 걷어 차버렸다. 도중에 몇대를 얻어맞았지만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언제 일렀는지 선생님이 들이닥쳤고 그제서야 싸움을 멈출 수 있었다.

 

다음 날, 아버지가 학교로 불려왔고 학급에 빵과 우유를 돌렸다. 간식을 맛있게 먹어대던 녀석들은 더이상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말 또한 걸지 않았다.

약간의 생채기가 생긴 내 얼굴을 들여다보던 아버지는 다시는 싸움하지 말라고 어김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녀석들이 아버지를 욕해서 달려들었다고는 말 할 수가없었다.

 

작성한 종이를 내밀자 선생님은 바로 행정실 직원에게 마무리를 하라며 건네주었다. 남학생만 있던 남대문중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하게 된 순간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긴 복도를 걷는대 실내화 소리도 귀에 들어올 만큼 크게 긴장이되었다.
명패에 3-4반이라고 교실로 들어서는대 심장이 귓속에서 쿵쿵 울려대는듯 했다.

 

나를 쳐다보는 새까만 남자아이들의 눈빛은 신기함 반 놀라움 반 이었다.

"현준아 자기소개 해볼까?"
선생님은 칠판에 내 이름 석자를 쓰려는 듯 했다.
"안녕하세요, 광주에서 북구 신안동 중앙중학교에서 온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름 연습한 서울말을 한다고는 했지만 억양때문인지 몇몇 아이들은 쿡쿡 웃어댔다.

"현준이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모르는게 많을거예요, 친하게 지내면서 공부할 수 있죠?"
"네~"

아이들은 염소떼들 마냥 힘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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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웅 거리는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동두천 홍사장 이라고 뜨는 액정을 보며 목을 가다듬었다.
손목시계는 10시4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어느새 밖은 어둠이 내린 상태였다.

 

"김현준입니다."
"김실장, 날세."
언제들어도 거슬리는 금속성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홍 사장님, 그동안 별 일 없으셨는지요."
"퇴물에게 무슨 일이 나겠는가 껄껄."

"안그래도 선물배송차 전화드리려고 했습니다만."
"무슨 선물말인가?"

"회장님이 홍사장님께 신세 진게 많다며 삼을 몇뿌리 보내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허허허, 이 나이에 무슨 정력 쓸 곳이 있다고."

 

홍 사장은 뭐가 그리 좋은지 껄껄대며 웃어댔다.

"그래도 회장님 지시이니 애들 시켜서 직접 댁에 찾아뵙겠습니다."
"알겠네, 내 조만간 천호동에 들리지. 나도 받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허허허."
"회장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그래, 수고하게."

 

휴대전화에 귀를 떼고 홍 사장이 전화를 끊고 나서야 책상위에 올려놓고 탁상 인터폰을 집어 들었다.

"차 대기시켜."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행선지는 어디십니까?"

얼마전에 바뀐 비서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왔다.

"천호동 살롱으로."


"알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현관으로 향했다. 입춘은 지났지만 싸늘한 바람이 밀려들어왔다.
문을 열고 나가자 정기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숙여 인사를 하고 차 뒷문을 열었다.

"늦은 시간에 미안하네."


"아닙니다 실장님, 살롱으로 모시겠습니다."

차 안에서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강남으로 내려가는 길은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천호동 살롱은 주말답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듯 했다.

게이트앞에 모여있던 직원중 한명이 달려왔다.


"어서오십시오 실장님, 회장님이 로열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회전문을 밀고 들어간 로비에서 후끈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쓸었다.
홀에는 만취한 남자손님들이 마담이나 직원들을 부여잡고 가슴에 수표를 꽂거나, 몸을 만져대면서 밖으로 나가자는 둥 진상을 부려대는 모습이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 로열룸을 노크하였다. 잠시 후 거구의 사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실례지만 잠시 수색을 하겠습니다' 하더니 몸과 정장 안주머니까지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룸에 중요한 고객이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들어오십시오."

금테와 사파이어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는 로열룸 안에는 회장님과 중년의 남자 한명, 그리고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그리고 송마담이 앉아있었다. 새끼마담들이 없는 걸로 보아 중요한 얘기 중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처음뵙겠습니다. 사문회 제2실장, 김현준입니다."
과장되지않은 허리숙임으로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니 담배를 집어든 송마담이 씨익 웃어보였다.

"아까 말한 김실장이네."


장회장이 중년남성에게 나를 소개해주며 그에게 양주를 따라주었다.
"얘기 많이 들었네, 듣던대로 미남이네 그려."
취기가 살짝 돌아보이는 송마담이 입을 가리고 피식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장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친구가 야전에서 경험이 많아서 이 바닥에서는 유명해. K대 출신이라 머리도 영리하고."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회장님."

중년남성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술을 삼켰다.
"고맙네, 잠시 얘기좀 하고 오겠네."

 

테이블위의 빈 술병들로 보아 어느정도 마신 상태 였겠지만 중년남성은 흔들림없이 일어서더니 나의 어깨를 툭 쳤다.

"옆 방으로 가지."

말없이 그를 따라 옆 룸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미리 준비한듯이 테이블에는 과일안주와 시바스리갈 한 병이 놓여져 있었다.
"술 한잔 하겠나?"
"예."

스트레이트잔에 따른 술을 단숨에 들이마시고 그를 바라보았다.

"우선 나도 내 소개를 해야지, 나는 마영건설 대표이사, 강성우라고 하네."
"반갑습니다, 사장님."

"아가씨라도 부르겠나?"
"괜찮습니다."

강사장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뜸을 들였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의 은색 지포라이터에 잠시 정신이 팔릴때쯤 강사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건설사가 이번에 일산 탄현쪽에 멀티플렉스를 하나 올릴 계획인대... 사업자금을 대주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주주가 있어서 말일세."
안주 속 수박은 잘린지 얼마 안된듯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자랑하고있었다.

 

강사장은 답답하다는듯이 넥타이를 조금 헐겁게 풀어놓고 담배를 깊게 빨아댔다.
"사장님, 한잔 올리겠습니다."
그의 언더락의 얼음들은 양주의 도수 때문인지 탁탁 파열음을 만들어 냈다.
술을 받는 강사장의 두꺼운 금가락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전화기를 꺼내 부하직원을 부르는 듯 했고, 잠시 후 로열룸에서 봤던 젊은 청년이 검은색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큰 키는 아니었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격은 운동께나 한 남자의 풍채로 보였다.

청년은 가방에서 서류와 사진 몇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룸을 나갔다.

 

서류부터 살펴보았다.
김태훈, 올해 53세, 굿데이 컴퍼니 상무이사. 서울시 강남구 학동 태평로 푸른마을 APT xxx동 xxxx호, 가족 관계, 중요한 내용은 그쯤이었다.
사진속에는 모두 서류상의 인물과 같은 사람이 들어있었다.

"필드경험이 많다니까 부탁하는걸세."


그는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알겠습니다. 어느정도를 원하시는지요."
"어줍잖게 살면 우리측이 의심받을수 있으니, 보내는걸로 해주게."

보내달라... 죽여달라는 의미를 그렇게 순화시킬수도 있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 금요일에 주주총회가 있어. 그 안까지 부탁하네."
"걱정마십시오, 사장님."

 

자신있게 말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는지 강사장은 그제야 얼굴근육이 조금은 풀려보였다.

"계약금은 현찰로 주는것이 원칙이라 들었네."
그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은행로고가 찍힌 봉투와 명함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사례금의 5분의 1이야. 나머지 금액은 일주일뒤 다시 여기서 받길 바라네."


"알겠습니다."

일주일이라. 당장 내일부터 타겟의 동선을 파악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염려마시고 기다려주십시오."
"믿고있겠네, 김실장."

인사를 하고 룸을 나와 로열룸으로 다시 들어갔다.

 

청년은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고 장회장과 송마담, 그리고 언제 들어왔는지 둘째마담 뿐이었다.
"잘 이야기 됐습니다."
"고생했어, 와서 앉지."

 

자리에 앉자 둘째마담이 술을 따라주었다.

"강사장 지금 불안불안 할거야, 주주돈은 다 까먹었지 첫삽은 곧 떠야겠지, 총회는 코앞이고. 클클클."

"건설업하시는 분들은 왜 그렇게 다들 그러시는지 말이예요."
송마담이 옆에서 맞장구를 쳐댔다.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부분이 깊게 파인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흙파먹고 사는 놈들이 돈맛을 알아버려서 그래, 노가다꾼이 땀을 안 흘리고 돈 버니까 헛생각이 드는거야."
송회장은 쩝쩝 입맛을 다셔댔다.

"회장님, 그 동두천 홍사장에게 보내신다는 삼 말입니다. 내일 중민이한테 시켜서 보내겠습니다."
"아, 누구? 홍유식이? 그러도록해. 홍사장 안본지도 꽤 됐구만."

"조만간 천호동으로 방문한다고 했습니다."


"많이 컸네, 홍사장... 클클클... 알겠네."

장회장은 얼마전에 선물받았다는, 로렉스 손목시계를 스윽 보고는 일어섰다. 아마도 집으로 가려는 것이리라.
회장은 본인에게 엄격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정안에 취침, 6시 기상을 원칙으로 살고 있었다.

아마도 그런 철저한 자기관리가 지금 그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둘째마담이 일어나 옷걸이에 걸린 장회장의 겉옷을 집어 그에게 입혀주었다. 프런트에 회장님 댁으로 갈 준비를 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나도 함께 일어섰다.

"검지야 일은 할만하니?"
하며 장회장은 둘째마담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검지란 두번째 마담을 말하는 것이리라.

"회장님도 참~"


하며 애교를 부려대는 둘째마담을 장회장은 귀엽다는듯이 바라보았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장회장을 배웅후에 룸으로 돌아오라는 송마담의 문자메세지가 와있었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마담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현관으로 걸어내려갔다. 프런트 옆에 붙어있던 경호원들이 달려들었지만 나는 괜찮다는 제스쳐를 해보였다.

밖에는 장회장의 애마인 새카만 마이바흐가 서있었다.


"금요일인대, 자네도 오늘같은 날에는 기분도 내고 그래야지."
하며 장회장은 카드지갑속에서 황금색 플래티넘 카드를 꺼냈다.

"괜찮습니다."
"넣어둬. 월요일 정기회의때 보지."
장회장은 주말에 싱가폴로 골프를 치러 간다고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공항으로 윤부장이랑 가이드 보내겠습니다."


"그래그래, 고생하게."

"들어가십시오."
장회장이 올라탄 반질거리는 차의 뒷문을 닫아주고는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살롱으로 들어와 네이비색 정장 겉옷을 벗고 다시 로열룸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룸에는 송마담만 남아있었고, 나는 옷걸이에 옷을 걸고 쇼파에 앉았다.

 

"회장님은 골프치러 가신다고?"
"응, 내일 오전 비행기로 갈거야."

마주앉은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와 조금 처진 커다란 눈동자, 그리고 깊게 파인 원피스가 눈에 들어와 기분이 야릇해져왔다. 조금있으니 옅은 향수냄새마저 풍겨왔다.

"아까 그 사장이 무슨 부탁한거야? 이거?"


하며 진지한 눈빛을 한 채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내일부터 바빠질것 같애. 회장님이 주말에는 즐기라면서 카드까지 주고 가셨는대 쓸 시간도 없네."
"지금 쓰면 되잖아?"

"그럴까? 중민이랑 걔네 식구들은 지금 서울에 있겠다."


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잠금을 풀려는대, 입술에 차갑고 부드러운 물체가 와 닿았다.

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는 것처럼 나는 그녀의 입술을 끌어당겼고, 그녀는 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댔다.
그녀는 앉은채로 내 위로 올라탔고 뇌쇄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려가는 부드러운 손길에 꿈을 꾸는듯 했고 어느새 내 손은 그녀의 어깨 끈을 내린 후였다.

한손에 넘치게 잡히는 가슴을 움켜쥐자 그녀는 발정난 암컷 고양이처럼 신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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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문맥 및 맞춤법이 틀렸을지도 몰라요 ㅜㅜ 태클은 무서워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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