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다가 아버지 생각에 올립니다.
"다은이는 손이 참 예쁘다!"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칭찬이다. 그 말이 듣기 좋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핸드크림을 바르며 손을 가꾼다.
하루는 수업 마치고 밖에 나가니 검은 하늘이 폭우를 쏟아 냈다. 우산 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를 때였다.
"빵빵". 아빠의 승용차가 경적을 울렸다.
"오늘 비 온다고 미리 말해 주든가, 아니면 용돈을 넉넉하게 줘서 택시 타고 갈 수 있게 하든가! 매번 이게 뭐야!"
아빠는 말없이 운전만 했다. 툴툴거리며 가방에서 핸드크림을 꺼내 손에 짰다. 그때 무심코 바라본 아빠 손이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추운 날씨에 잔뜩 트고 주름진 못난 손. 언제부터 아빠 손이 이토록 거칠어졌을까.
내 손이 뽀애질 때, 아빠 손은 생기를 잃어 갔던 것이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청개구리 딸은 속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빠는 손에 핸드크림 좀 바르고 다니지. 왜 이렇게 손이 텄어?"
남자 친구에게는 손수 핸드크림을 발라 주면서, 정작 아빠는 신경 쓴적 없었다. 고운 내손이 처음으로 부끄러웠다.
아빠는 내 손에 용돈을 쥐여 주며 "부족한 아빠라서 미안하다." 한 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정다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