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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리한 생쥐
게시물ID : humorbest_396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취익Ω
추천 : 23
조회수 : 7190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0/14 21:13:07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0/08 18:35:04
영리한 생쥐




옛날 옛적,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에 일이다. 숲 속을 가로 질러 깊숙히 들어가면 동물 마을이 하나 있다. 

그곳엔 갖 가지의 동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양육강식은 전혀 존재치 않는 평화로운 마을이였다. 힘 있는 동

물은 힘 없는 동물을 도와살며, 먹을 거리를 나누고 다 같이 밭농사를 지어 살아갔다. 보통 육식 동물로 알

려진 여러 짐승들도, 어울리지 않게 풀을 뜯고 살아갔다. 그 덕에 몸이 야위웠지만, 건강 하나만은 최고였

다.

해가 거듭 되어 갈 수록 그들의 생활은 돈독해져 갔지만, 어디에서나 그렇듯 삐뚤어 질 경우가 있다. 유학

파 캥거루가 마을에 오고 부터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했다. 그 덕에 익사이팅한 일들이 많이 생겨 새로운 

웃음을 자아냈지만 동물들은 서서히 이기적여지고, 물질 만능 주의로 바뀌어갔다.

하루는 마을의 축제가 있었다. 한 해 농사가 풍년에다 임신이 되지 않았던 고양이네가 다산을 하자 동물들

은 기뻤다. 여러 곡식으로 요리를 했고, 삭혀 두었던 포도주를 냈다. 코 끝이 시뻘게 지도록 마시고 또 마

셨다. 동물 마을 하늘은 노오래졌다.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그 중엔 술에 입도 대지 않는 동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잠시후에 있을 익사이팅한 놀음 거리 때문에 긴장

이 됐다. 평소 이기심이란 없고 나누기만 하였던 동물 마을에선 '돈'이란 개념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

지만 지금을 달랐다. 그것은 모으면 모을수록 뼈가 되고 살이 되었다. 그리고 익사이팅한 놀음 거리를 하려

면 꼭 필요한 것이였다.

그들이 준비하는 것은 한 가지의 내기였다. 막대한 돈을 내걸고 조마조마한 달리기 시합을 한다. 참가 동

물 수는 총 열 두 마리로, 단 일 등만이 돈을 싸그리 가져 간다. 참으로 매혹적인 조건이 아닐수 없다. 인

생 한 방이라고, 일 등만 한다면 몇 년은 편히 먹고 살수 있다.

그 중엔 자신의 재산을 몽땅 걸어야만 했던 가난한 생쥐가 있었다. 옷장 밑, 테이블 밑에 있는 동전들도 몽

땅 모아서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여러 동물들이 혀를 찼다. 분명 저 생쥐가 우승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

웠다. 지 발이 아무리 빨라 봐야, 길쭉한 다리로 쭉쭉 뻗어 나가는 다른 동물들한테 이기랴? 그 사실은 사

촌 지간인 다람쥐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였다.

다람쥐가 생쥐의 집을 방문했다. 문이 열리자 쾌쾌한 공기가 반겼다. 생쥐는 밝은 미소로 반겼다.

생쥐가 도토리를 우려낸 차를 냈다. 다람쥐는 쥐뿔도 없는게 어디서 대접이냐는 표정으로 혀를 살짝 찼다. 

생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이다.

"생쥐야. 꼭 내기를 해야만 하니? 그 돈 마저 잃어버리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다람쥐의 말엔 진심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왜 돈을 잃을거라고 생각하니? 내기에서 이기기만 하면 몇 년을 놀고 먹을수가 있는데."

"상식적으로 너가 그들에게 이길수 있을 것 같니?"

"암. 당연하고 말고."

"어떻게 이길수 있다는 거야?"

"나에겐 방법이 있어. 영리한 나를 믿고 지켜봐바."

생쥐는 자신감이 가득 찼다.

"에휴, 그래. 너 마음대로 하렴. 응원하도록 할게."

"응! 고마워. 흠.. 내기에서 돈을 따면 무엇을 할까? 세계 일주라도 해볼까?"

생쥐는 큰 꿈을 꿨다.





열 두 마리의 동물들이 출발선에 섰다. 이번 내기에 참여하는 동물로는 생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까지 나름 쟁쟁한 선수들이였다.

그 중에서 우승 후보는 단연 '소'였다. 그는 작년에 있었던 제1회 달리기 내기에서 우승을 차지했었다. 막

대한 돈을 가져갔지만 만족하지 못해나 보다. 이번 내기에까지 참여 한 것으로 보니 말이다.

그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쌓여있는 돈을 바라봤다. 곧 있으면 몽땅 자신의 것이다. 또 한번 풍족하게 암컷

을 끼고 살아 갈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한편 생쥐는 긴장이 됐다. 자신의 이론으론 우승이 확실했지만 실습이 없어 초조했다. 만약에라도 이 내기

에서 진다면 바닥이라도 핥아야 할 실정이였다. 그만큼 땡전 한 푼도 없다.

딱따구리 사회자의 긴 멘트가 끝났다. 다리를 풀던 열 두 마리의 동물들이 준비 자세를 취했다. 이번 내기

에 심판은 거북이 아저씨였다. 그는 느릿한 몸으로 토끼를 이긴 명성이 있었다. 그 덕에 이자리에 섰다. 그

는 깃발을 높게 들었다.

코스 외각에 자리 잡은 마을 동물들이 환호를 했다. 만취한 상태로 익사이팅한 놀음 거리를 양껏 즐겼다. 

그들은 거북이 아저씨의 깃발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렸다.

거북이 아저씨가 "출발!"하며 빨간 깃발을 힘껏 내렸다. 그러자 준비중이던 동물들이 일제히 튀어나갔다. 

생쥐도 잽싸게 튀어 나가 소의 다리를 붙잡았다.

생쥐는 필사적으로 소에게 매달렸다. 그러다가 어기적 올라가 소의 등에 탔다.

감당치 못할 맞바람이 생쥐의 뺨을 후려쳤다. 그는 소의 털을 꼬옥 쥐었다. 결코 놓쳐선 안되었다.

어쩜 이리도 빠를수가 있나? 생쥐는 엄청난 속도에 어안이 벙벙했다. 순식간에 쭉쭉 뻗어 나갔다. 물론 다

른 동물들도 빠르지만 소의 속도를 따라 갈순 없었다.

커브를 돌자 생쥐가 휘청했다. 그만 한 손을 놓쳐 균형을 잃었다. 데굴 굴러 경사에 매달렸다. 나머지 한 

손으로 힘겹게 버텼지만 계속 되는 출렁임에 손아귀 힘이 빠져나갔다. 생쥐는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그순간 코스 외각에 있는 다람쥐가 보였다. 너무도 빠르게 지나쳤지만 두 손을 불끈 쥐며 응원하는 다람쥐

가 눈에 스쳤다. 생쥐는 의지를 불태웠다.

끄으응- 신음을 내며 경사를 올랐다. 이윽코 다시 등에 탄 생쥐는 식은 땀을 손등으로 훔쳤다.

어느덧 결승선이 보였다. 생쥐는 슬금슬금 소의 머리로 향했다. 도착하자 뿔을 잡았다.

생쥐는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저대로만 있는다면 이 등에 불과 할 것이다. 다른 방법을 마련

해야 할 시점이다.

결승선이 점점 가까워졌다. 화이트로 쭉 그은 자국같던 결승선이 이젠 제법 붕대 정도에 크기다. 생쥐는 소

의 머리 끝자락에 섰다. 심장이 뛰었다. 잠자는 사자의 콧 털을 건드린 심정이다. '소'가 달려들어 자신의 

심장에 박치기를 한듯 쿵 했다.

결승선이 불과 일 미터 정도 남았을때 생쥐는 힘차게 도약했다. 짧은 다리를 최대한 쭉 벌리며 붕 떴다. 소

의 머리를 앞지르며 결승선을 향해 나아갔다. 점프 거리가 짧을 듯 하였으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의 법

칙이 한 몪 했다.

생쥐의 두 손이 결승선에 닿았다. 사방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생쥐는 착지가 불안정해 데구르르 굴렀다. 

그의 눈에서 흐른 감격의 눈물도 데구르르 굴렀다.





막대한 돈을 몽땅 집으로 옮겼다. 쌓여있는 돈을 보며 생쥐는 기뻐했다. 이로써 몇 년은 풍족하게 먹고 살

것이다. 지겨운 가난은 이제 없다. 칠 성급 치즈를 썰며 우아하게 살것을 다짐했다.

생쥐는 지구 방방곡곡을 찔렀다. 럭셔리한 외국 친구들을 사귀고 위 아더 월드를 외쳤다. 돈은 줄줄 흘렀

다.

어느덧 반 년이 흘렀다. 몇 년은 충분히 버틸것 같았던 돈이 바닥났다. 생쥐는 절망에 빠졌다.

벌써 돈 맛을 봐버린 생쥐는 구질구질 하게 사는 것이 싫었다. 다시금 막대한 돈을 원했다. 다시 한번 세계

일주를 하고 싶고 비싼 치즈를 먹고싶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옆 마을 암컷 생쥐를 꼬시지 못하였으니 돈이 

필요했다.

생쥐는 돈을 위해 흙탕물에 발을 담구었다. 불법으로 이루어지던 내기가 있었다. 생쥐는 외국 친구들을 통

해 경로를 알아냈다.

그 곳은 일 년 마다 이루어 지는 행사가 아니였다. 그냥 일상 생활이였다. 매일 같이 달리기 내기를 하고 

큰 돈이 왔다리 갔다리 하였다. 생쥐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조건이였다. 그는 얼마 전 뽑아 놓은 차를 

팔아 내기를 시작했다.

생쥐는 누군가에게 올라 타는 것이 타고났다. 쪼르륵 순식간에 올라탄다. 그러한 장기는 내기에서 언제나 

빛이되었다. 매번 상대방 등에 올라타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럴수록 큼직한 돈이 수북히 손에 들어왔다. 생

쥐는 점점 나태 해져 갔다.





어느 날 다람쥐가 생쥐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허망된 삶이 마을 전체에 소문 났다. 다람쥐는 쓴소리를 단

단히 해주겠단 일념으로 문을 두드렸다. 잠시후 문이 열렸다.

생쥐의 집에선 쾌쾌함은 사라졌다. 향긋한 꽃 향기가 난다. 기분이 몽롱 해질 정도에 걸쭉한 향기다. 다람

쥐는 그 향기가 좋아 미소를 지으려다 다시금 미간을 찌푸렸다.

생쥐는 미소를 지으며 상황버섯을 우려낸 차를 건냈다. 고급 스러운 찻잔에 담겨져 있었다. 다람쥐는 그것

을 벌컥 들이켰다. 그리곤 탁 소리가 나도록 찻잔을 내려놓았다.

"생쥐야.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냐? 내기는 그만하고 성실하게 일을 해 보는건 어때? 마땅한 일자리가 있는

데 말이지."

생쥐는 검지 손가락을 까닥였다.

"No, no, no! 나한테 그러한 일이 어울릴것 같아? 차라리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라고 하지? 그런 힘든 일

을 어찌 해란 거야? 이처럼 편하게 큰 돈을 거머 쥘수 있는데도 말야."

"그렇게 번 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모아지기는 커녕 쉽게 써버리고 말지. 위험한 소지도 충분하고 

말야. 그러니 평범한 일을해. 너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어이, 다람쥐야. 내 걱정은 하지마. 저번에도 걱정했지만 일이 잘 풀렸었잖아? 나같이 영리한 녀석은 이

런 특혜를 누빌 자격이 있어!"

다람쥐는 고개를 푹 숙였다.

"에휴, 너란 녀석은 정말... 너도 언젠가는 나의 말에 동감하는 날이 올거야. 너도 나이가 들면 누구 위에 

올라 타는것이 쉽지만은 않을테니."

다람쥐는 쓸쓸히 집을 나왔다. 하늘을 보며 생쥐를 걱정했다. 그의 앞날이 눈에 훤했다. 올라 타는 재주 만

으로 모든 동물들에게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다. 계속 하다보면 언젠간 통하지 않을 날도 올것이다. 그렇다

면 주위에 시선이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온통 찌푸린 눈으로 쏘아볼테니 말이다.

다람쥐는 한숨을 내쉬며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후세에 그 생쥐는 사람 위에도 올라 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올라 타는 재주밖에 없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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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와이구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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