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불쑥 찾아와, 초인종을 딩동하고 누르니
누구세요 하며 반가운 얼굴을 내밀어 준다.
무슨일이야 라고 묻기도 전에
두 손 가득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긴다
옳거니, 이것은 양념된 통닭의 냄새로구나.
그것도 핫스파이시 갈릭의 냄새
상표를 보지 않았음에도 익숙한 그 향기에 미소부터 새어나온다.
온 우주를 돌아도
가슴에 강렬히 꽂히는 이런 느낌은 흔치 않을 게 분명하다.
여시는 손에 든 통닭을 미끼로 오유의 거처에 그렇게 스며들었다.
통닭, 영어로는 치킨. 불어로는 뿔레poulet, 독일어로 훈 Huhn
어떤 말로 표현해도 좋지만
혀에 착착 감기는 단어는 역시 치킨.
치킨은 넉넉하게 세마리 준비했기에
셋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했다.
치킨을 준비한 여시가 한마리,
여시가 놀러온게 반갑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한 유녀가 한마리,
그리고 유남이 한마리.
유남은 동생인 유녀와 있을 때와는 달리
한껏 멋을 부리고 치킨을 대했다
포크 따위는 개나 줘버려,
셋은 열심히 두 손을 이용해 치킨의 프로포즈에 응해주었다.
그 때,
유녀의 오른쪽 입꼬리를 타고
발갛고 탐스러운 양념 한줄기가 흘러내렸고
유남이 휴지를 건내기도 전에
여시가 선명하게 유녀를 핥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세상은 유녀의 입꼬리와 여시의 혀 끝에 머무는 듯 싶었고
유남은 그저 멍하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 선명하게 핥고 있었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