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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헤는밤
게시물ID : mabi_110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엥터
추천 : 3
조회수 : 3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3 13:28:48
한 주가 지나가는 미대에는
과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기말 속의 멘붕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F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정줄이 돌아오지 않은 까닭입니다.
 
F 하나에 미련과
F 하나에 한숨과
F 하나에 쓸쓸함과
F 하나에 자아상실과
F 하나에 달관과
F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F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학기중에 파티를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이비, 피오나, 벨라,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인장이 된 창시타들의 이름과,
한 달 세에 제쳐버린 길드장과, 고엘쿨, 라이노, 카단, 토르, 지그, 잉켈스, 라키오라, 이런 레이드 몹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모니터 멀리 있습니다.
A+가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사무실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F가 내린 성적표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학우는
부끄러운 성적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학점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성적표 위에도
자랑처럼 학점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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