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은 월드컵 4강 이후 한국축구가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 축구관계자들을 찾아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코엘류가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혼자에게만 책임을 몰아갔다는 것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월드컵 4강이란 성적만 기억하고 그 나머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히딩크가 해냈던 신화에만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것이 알고싶다>는 히딩크에게 역대 최고의 지원을 해줬던 것에 비해 코엘류에게는 어떤 제약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문제점을 풀어나갔다.
결국 <그것이 알고싶다>는 감독은 히딩크에서 코엘류로 바뀌었지만 모든 지원과 시스템은 월드컵 이전 아니 그보다 더 옛날로 회귀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약팀이 얼마든지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축구다. 우리 역시 월드컵때 몸소 보여주지 않았는가. 비록 3년이 지난뒤 우리도 약팀 베트남, 오만, 몰디브에게 수모를 당했지만 원정경기서 얼마든지 당할 수 있는 패배였다. 오히려 아무 대책도 없이 상대를 얕잡아본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선수들의 정신자세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엘류의 직접적인 경질 이유가 몰디브전 졸전도 컸지만 그경기에서 주심의 판정에 이성을 잃은 뒤 항의하는 나태해진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점이었다. 코엘류 역시 경기후 "이번에는 피할 수 없겠구나"라고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엘류 부임후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완수했다. 동아시아대회 우승, 아시안컵 본선진출, 월드컵예선 조1위. 이런 목표를 다 이루고 있었지만 3경기 졸전으로 우리는 그를 감독자리에서 끌어 내렸다. 독일의 펠러 감독이나 이탈리아의 트라파토니 감독 같은 경우 2002월드컵예선과 유로2004예선에서 얼마나 위태위태하였는가. 그러나 결국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아직도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기다려주지 못한 축구팬들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98월드컵 본선에서 단 두경기를 패했다고 대회 도중 감독을 가차없이 자르는 그때의 축구협회가 아직도 현 축구협회다. 당시 조중연 축구협회 전무는 대회중 감독을 교체한 것에 문제가 있지않느냐는 지적에 "2경기를 완패당했는데 이게 어떻게 작은 일이냐"며 크게 흥분했다.
축구협회는 지금까지 많은 실책을 저질러왔고 아직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다. 우리는 앞선 외국인 감독인 크라머와 비쇼베츠가 국내코치진 또는 협회와의 어떤 불화를 겪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코엘류 역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이전과 비교해봐도 전혀 변화가 없는 환경이었다. 그렇다면 히딩크는 어떻게 이문제를 극복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히딩크 밑에서 비디오 분석을 담당한 고트비(현 수원 분석관)를 찾아가 해답을 들었다. 외국인 감독과 축구협회와의 완충작용을 완벽하게 해준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코엘류에게는 이용수도 없었고, 핌 베이벡 코치나 고트비 같은 분석관도 데려올 수 없었다. 한명의 피지컬코치가 전부였다. 그대신 어떤 위기속에서도 자신들을 살길을 챙겼던 기술위원회가 상전에 버티고 있었고 체력담당 코치 한명만이 옆에 있었을 뿐이었다.
외롭게 협회와 싸우다 코엘류와 함께 짐을 싼 아우구스트 피지컬 코치의 말에 의하면 코엘류가 박성화 코치와 함께 한 것이 실수였다고, 이미 그는 코치가 아니라 감독 마인드를 가졌고 사사건건 코엘류와 충돌했다고. 과연 히딩크 체제였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히딩크때는 그가 원하는대로 모두 고용해줬던 축구협회가 코엘류때는 감독 한명만 덜렁 앉혀놓고 모든 것을 해주길 바랐다니. 그동안 코칭스탭과 불화를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던 코엘류의 난처한 표정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한국축구 부진의 모든 책임을 코엘류에게만 떠넘기고 또다시 희생양을 찾고 있는 기술위원회. "기술위원회는 최선을 다했다"는 현 기술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나니 차기감독으로 메추, 귀네슈를 이미 선정해놓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들이 다른 후보들보다 만만해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이들이 건재한 현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해결될 턱이 없다. 축구협회 내부가 개혁되지 않는 한 어떤 명장이 오더라도 한국축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서글픈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