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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득 생각나는 시
게시물ID : sisa_3971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으는고래
추천 : 1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6/01 09:52:04

그날이오면

                                                                           심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 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어릴쩍엔 뭔 시가 이리 과격하냐고 생각했지만

지금 심정이...

지금 내 마음이 이러한데

예전 독재에 대항하던 사람들과

그전 일제강점기때 대항하던 국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술이나 마시며 인생 축 내는 것 만이 제가 할 수 있는 반항이니 이 또한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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