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심 '단일화는 잘 될거야' 라는 마음으로 지난 10월, 뭐 11월 초까지도 지내왔습니다.

박근혜가 실수하면 '역시.'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잘하면 또 '역시.'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지면서 '미리미리 좀 이야기좀 나누지' 싶다가도 '그래도 잘 할거야' 하면서 뉴스들을 지켜봤죠.

그리고 더더욱 촉박해지는 시간, 나뉘는 여론들. 지켜보기 참 껄끄러웠습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재인후보가 바라는 "양보"의 의미는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문제니가 날카롭게 말하는 "넌 꺼져~!"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공동정부론. 이건 두 후보가 결코 "내가 옳고, 나만 맞다" 라는 스탠스를 가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열린 마음으로 단일화를 다가서는 것이라면 충분히 나는 둘 중 누구라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은 점점 길어져만 갔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우리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 출마했습니다. 양당체제, 이건 개인이 부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것을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이 구도를 부수어 주기를 바랐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이 양당체제의 기득권을 어떻게 파헤치고 맞서나갈 것이냐. 그것도 임기 5년 중 4년동안... 

그건 사실 후보 본인도 명쾌한 해답이 없이, 단순히 우리 - 그를 지지하는 나같은 이상주의자들 - 를 오히려 안철수 후보가 믿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나약하고 간사합니다. 저조차도, 안철수 후보의 행보에 실망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에게서 이상적인 모습을 바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그것이 너무 힘든 것을 알기에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제가 후보에게서 바라는 것 마저도 모순에 부딛힌 나 자신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후보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우려하던 되었던 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정치를 맡겨야 할 사람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이러한 점이 오히려 더 올바른 자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찌보면 제 이상 자체도 그만큼 많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됩니다.

안후보님은 어찌보면 자신을 위한 판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흔들린 만큼, 안후보님도... 큰 결단을 내리고 시작한 안후보님도 그만큼 흔들렸겠지요.

아니라면 제가 기대한 인간적인 안철수 후보님보다는 더 강한 의지를 가진 안 후보님이겠지만, 오늘 본 눈물로 그 마음 모두 전해 받았습니다.

제가 이제야 고민하던 문제들을 안후보님은 몇달 전부터 고민하고 해결해 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궁리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마지막 해법의 첫번째 줄을 오늘 쓰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머지 해법이 남아있습니다.

아직 첫째 줄입니다. 

그리고 안후보님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이제 백의종군 뒤에 풀어나갈 이야기들에 아직도 귀기울이고, 언제라도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대통령" 안철수 밑에서 함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