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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자입니다. 단일화...
게시물ID : sisa_254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타상자
추천 : 0
조회수 : 1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1/23 23:34:06

여기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사실 무서워서...

여기가 무슨 민주당 팬클럽인 것처럼 얘기하는 분들 많은데, 제가 보기엔 여기 민주당 지지자 별로 없네요. 민주당 때려부수자는 분들은 많은 것 같은데...... 그래서 기분이 별로...


아무튼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일단 제 생각,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합니다.
1. 오늘 단일화. 약간 아쉽긴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모두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제 생각에) 옳은 방향으로 진행한 이상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지더라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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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론의 한계와 정당정치


1997년 이인제와 국민신당

2002년 정몽준과 국민통합21

2007년 문국현과 창조한국당, 이회창과 자유선진당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제 생각으로는,

정당이라는 시스템보다 개인의 역량(?) 혹은 개인의 인기를 앞세워 대권에 도전했다는 것과,

대선 전후로 그 자신이 중심이 되어 추종자들을 규합하여 신당을 창당. 양당구도에서 제3세력화를 꾀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도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까지도요.)


많은 사람들이 기존 정치판의 행태에 식상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신선함으로 어필했지만 정치판에 뛰어든 이상 언제까지나 신선할 수는 없는 일이고, 정치란 건 뛰어난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집단이 어떻게 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인기는 거품같은 거라서 쉽게 부풀어 오르지만 쉽게 꺼지기도 합니다. 특히 그것이 시스템에 기반한 게 아니라 개인의 역량(?) 혹은 인기에 기반한 거라면 설사 그게 정당 창당까지 이어지더라도 훅 가버리는건 한순간이구요. 위에 든 예처럼 뭔가 보스 같은 존재는 딱히 없었지만 2010년 국참당도 비슷한 케이스라고 봅니다.


2012년 안철수의 행보가 저들과 비슷해 보인다고 말하면, 그리고 앞으로 안철수의 운명도 저들과 비슷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너무 심한 악담일까요?


정당정치에서 선거란 결국 인물을 내세운 정당 간의 대리전, 즉 인물의 대결이 아니라 정당 간의 대결입니다. 각 정당의 이념, 각 정당의 시스템이 대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에 소속된 사람들은 그 당의 이념을 선택한 것이구요. 따라서 후보는 좋지만 당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은 궤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지역에서는 어느 당 깃발만 꽂으면 개가 나와도 당선될 거라고 자조적으로 말하지만, 그게 정당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나와서 당선되더라도 그 당의 이념에 따라서, 그 당의 시스템에 의해서 정치를 할 테니까요.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저는 민주당 지지자고, 같은 이유로 이번 선거에 문재인이 아니라 손학규, 정동영, 다른 누가 나왔더라도 그에게 표를 줬을 겁니다. 심지어 민주당사에서 기르는 개가 출마했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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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 세력이라는 허상


우리나라에선 양당체제가 너무 확고하기 때문에 제3세력이 크기 어렵습니다. 일단 두 정당의 지지기반이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력이 자리잡기 어려운 게 첫째 이유, 그리고 두 정당의 노선이 그럭저럭 비슷하기 때문에 새로운 세력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게 둘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 때도 여러 번 기사가 나왔지만, 각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비슷하고,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선명한 노선을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으려고들 합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오른쪽, 민주당은 왼쪽을 지지기반으로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중도 표를 잡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겁니다(이념적으로도 중도를 잡아야 되지만, 지리적으로도 중도를 잡아야 되죠. 서울, 충청... ). 이런 상황에서 제3세력이 어떻게 이념적 차별성을 드러내고 어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중도를 표방하면 결국 좌우 양쪽으로부터 야금야금 지지층을 공략당하다가 '차별성 없음, 이도저도 아님' 으로 인식될 테고,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처럼 지지기반이 튼튼한 것도 아니니까 결국 제일 먼저 탈락하겠죠. 그렇다고 이념적 선명성을 추구하자니 지지기반이 좁아지는 게 문제입니다. 두 거대 정당이 모두 중도의 지지를 얻고자 하지만, 그래도 그 주된 지지기반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있습니다. 거기서 선명성을 내세워 자리를 잡으려면 결국 그보다 좀더 왼쪽, 아니면 좀더 오른쪽으로 가야 되는데,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가 있죠. (구)민노당, (구)진보신당, (구)자유선진당... 뭐 집권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것도 상관없겠지만요.


결국 좋든싫든 일단 우리나라 상황에서 양당체제는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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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인질극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아무튼, 안철수는 대선 판에 뛰어들면서, 양당 사이의 중도 지점에 절묘하게 위치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인기는 단일화 시점까지는 어쨌든 유지되고 있었구요. 그리고, 단일화 얘기가 하필이면(?) 왼쪽의 민주당과 나오는 바람에, 그는 손쉽게 민주당 지지자들을 인질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역적, 역사적, 이념적인 이유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야권 단일후보가 '무소속 안철수'가 되더라도 차마 새누리당을 찍을 수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 안철수 지지자들은 이념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보다 중도 쪽에 가깝고, 기존 정치권의 행태에 질려하다가 안철수의 신선함(실체가 불문명하며 곧 없어질 수도 있는)에 이끌린 사람들이 많아서, 야권 단일후보가 '민주당 문재인'이 될 경우 쉽게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이건 여러 번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내용이죠. 즉,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단일화 안하면 박근혜가 된다'는 협박이 통하지만, 안철수 지지자들에게는 같은 협박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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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져도 상관없다


야권 단일후보가 '무소속 안철수'가 되더라도 일단 이번에 이기기만 하면 될까요? 전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정권을 교체하고 그걸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그걸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소속 안철수로의 단일화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첫째로, 괜히 폭탄만 떠안는 수가 있습니다. 일단 무소속 안철수 단일후보가 당선된 상황을 가정하죠. 안철수를 위시한 세력이 집권기간 내내 무당적을 유지하거나, 민주당이 아닌 독자세력을 창당한다 하더라도, 정권 말기에 가서 안철수 정부의 공과(특히 과)를 민주당이 다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인물들과 정당들의 사례로 볼 때, 안철수 세력이 5년 후 대선 시점까지 어떤 실체를 가지고 존재할 가능성은 영에 가깝습니다. 특히나 임기 내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구요. 즉, 5년 후 안철수 정권에 대한 심판은 결국 민주당이 받게 될 겁니다. 그럼 결과는? 2007년 대선과 같이 되겠죠.


둘째로, 그럼 안철수가 잘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 일단 안철수 세력이 5년 후에도 남아 있을지 의문이구요(안철수 세력이 민주당을 장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독자세력화한 안철수 세력이 5년 후에도 남아 있을지에 대해서 저는 극히 부정적입니다), 자기 세력 없는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아무튼 무소속으로 당선된 단일후보 안철수가 5년 동안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다음 정권을 민주당에서 잘 이어받을 수 있을까요? 제 답은 '아니오'입니다.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면 올해와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겁니다. 안철수 지지자들의 대거 이탈과, 결과는 2007년 대선처럼. 결국 그때 가서도 민주당은 또 누군가와 단일화를 시도해야 될 겁니다. 그때까지 존재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안철수 세력의 누군가와, 아니면 그때쯤 돼서 신선함을 무기로 나타나서 중도층을 선점해버릴 또 다른 누군가와 말이죠(근데 그런 사람이 매번 나타날까요? ). 그러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또다시 인질로 잡히게 되는 겁니다. 즉 민주당은 독자적으로는 정권창출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불임정당이 돼버리는 거죠.


결국 답은, 민주당이 중도층을 끌어안아서 그들의 지지를 온전히 확보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지지층으로 대표되는 중도층과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면 어찌어찌 단일화해서 이번에 정권교체를 한다고 해도 그건 일회성일 뿐입니다. 즉 안철수 개인에 대한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지지를 민주당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안철수가 백기들고 민주당에 입당하든,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서 당을 통째로 접수하든, 무소속 안철수는 안 됩니다. 무소속 안철수로 대선에 나가는 건 설사 이번엔 이기더라도 다음은 없는 수입니다. 차라리 지더라도 안철수 지지층의 일부라도 온전히 흡수하고 다음을 도모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안철수가 아니면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들의 표가 당장 아쉬워서 안철수로 단일화해봐야, 그 표는 5년 후 다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막말로 그런 표는 없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괜한 착각을 일으키거든요.


그럼 민주당이 안철수를, 안철수가 민주당을 끌어안는 그림은 어떤 모양이 좋은 것이었을까요? 답은 사실 나와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방식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적합도가 답이었습니다. 지지율이 어떻고 본선경쟁력이 어떻든 간에 사람들은 전통과 시스템을 가진 당에서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에게 명분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설사 지금 지더라도 정도를 밟아나가는 게 먼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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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그러니까 민주당은 지금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중도층에서의 지지기반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을 멀리하고 당의 이념적 노선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대권 싸움은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중도층 쟁탈전이 될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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