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항상 같은 지갑을 들고 다니신다.
뭔가 조각보를 생각나게 하는 디자인에..
하얀색 가죽은 이미 손때를 타 변색되고 말았고...
아마 나 중학생때부터 봤으니 벌써 10년 가까이 된 지갑이리라.
여자친구와 연애 중, 기념일날 지갑을 선물해 주려고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엄마의 낡은 지갑이 생각나더라.
그래서...여자친구의 지갑을 사면서
MCM 파란색 장지갑을 같이 사서 선물해드렸다. 무려 30만원대.
엄마는 뭐 이리 비싼걸 사오냐고, 니가 돈이 어딨냐고 환불하라고, 엄마는 필요없다고
하지만 그냥 쓰라고. 일부러 지갑을 여러번 접었다 폈다 해서 쓸 수 밖에 없게 해버렸다.
엄마는 며칠동안...그 지갑을 들고 다니셨다.
근데 한달 쯤 되었을까.
엄마는 다시 그 낡은 지갑을 들고다니셨다.
뭐지...추억이 깃들어있는 지갑이라도 되나?
궁금해서 물어보니 당신의 친구가 외국가서 선물해준 거라고
그 친구에게 선물 받아보는건 처음이라 고마워서 들고다니는 거라고.
너 지갑은 이모 지갑이 너무 낡았길래 이모 쓰라고 줬다고 하셨다.
그래..뭐.. 이모도 나한테 잘 해주시니까 별로 기분나쁘거나 그러진 않았다.
엄마 지갑엔 뭔가 더 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았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흠...hermes...헐매스...해머스?
이름도 생소한 이 브랜드 지갑이 그렇게 좋은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