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지지자 분들중 여론조사라도 해보지 그랬냐고 강한 아쉬움을 가지고 계실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이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누가되는 독이 될게 뻔했습니다. 안후보가 된다면 민주당내 똥덩어리들이, 문후보가 된다면 새누리당에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갖가지 조작 의혹을 제시하며 결과에 똥물을 뿌렸을 겁니다. 조중동과 재철이는 옆에서 신나게 굿판을 벌이고 있을거구요. 양 후보 지지자 분들간에 좋은 감정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어느정도 틈이 벌어진 상황에선 그런 의혹제기에 흔들리지 않는건 어렵겠죠.
그렇다면 남은건 일방적인 양보뿐인데 문후보는 양보가 불가능합니다. 너무 이기적이다 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지만 문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배출된 후보이니만큼 차라리 3자 대결을 통해 망하면 망하는거지, 절대 자신의 정당과 당원을 저버리는 행동은 못할겁니다. 양보는 곧 정치인 문재인은 끝이 난다는 것인데, 그렇게 고심끝에 나서게 된 정치판에서 민주당을 등에 업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물러설수는 없을거라고 봅니다. 안후보님께서는 돌아갈 다리를 불질러 버렸다고 말씀하셨지만, 진짜 뒤가 없는건 문후보 라는걸 안후보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하신거겠지요.
안후보님께서 많은걸 포기하셨지만 얻은것도 많습니다. 먼저 깨끗하고 약속을 지키는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 기존 정치인과는 정말 다른 정치인 이라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시켰고, 민주당 지지자들로 하여금 막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다가도 막상 나중에 되면 입 싹닦고 모른척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민주당에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지금 안철수 후보에게 진 빚을 두고두고 잊지 않을것입니다.
안후보님의 지지자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12월19일날 '희생'을 해달라는게 아니라 '거래'를 하자는 겁니다. 정치인 안철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필요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후보가 할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이미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신만큼 다시 회사나 교수로 돌아가시긴 어려울테고 붕뜬 시간을 보내다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어필할 수 있는 빠른 기회가 14년 지방선거나 16년 총선인데 지방선거는 세가지 선거중에 가장 관심도가 낮은 선거이기도 하고, 그나마 상징성이 있는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에도 현 박원순 서울시장의 연임도전이 확실시 되는 만큼 선거에 뛰어들어 큰 이슈를 일으키긴 어려울 겁니다. 결국 16년 총선인데 그렇게 되면 텀이 너무 길죠. 대중성이나 인지도에선 분명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금 문국현 전 의원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습니다. 정치인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걸 잊으면 안됩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후보의 약점 중 하나인 국정경험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든 장관이든 국정경험은 단순히 스펙을 넘어서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될겁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국무총리 보다는 부활을 약속한 정보통신부의 장관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임장관이 없으니 임명에 잡음은 덜할테고, 대통령의 총알받이일 뿐인 국무총리 자리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활약하며 자신의 능력을 대중들에게 어필하는게 더 좋을테니까요.) 그후 인재들을 모아 신당을 창당해 총선때 국회에 입성하고 대선을 준비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투표의 본질적인 목적, 내가 이 표를 던진다면 나는 무엇을 얻을수 있는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문후보를 찍는건 그래도 가장 많은것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덧. 안철수 선대위원장 뭐 그런 얘기 있던데... 몇몇 핵심적인 유세에 지원나가는 거면 충분하지, 리더였던 사람 실무자로 쓰고 그러는거 모양새도 안좋고 의미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