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보이는 슬로건은 역시, 투표하자! 인듯 합니다. 저 역시 87년생...사회적으로 '젊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입니다. 예비군은 이제 3년차에 접어들겠군요.
오늘도 커피머신 앞에 앉아 하염없이 오유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중... 문득 '근데 저번 대선 때 내가 누굴 찍었었더라?'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 대통령이 치른 대선은 저의 인생 첫 투표였는데...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인생 첫 투표였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니...그 투표는 바로, 제 군시절의 부재자투표 였습니다.
저는 강원도 철원 GOP출신입니다. 15사단이라고...알만한 사람만 아는 가난한 사단입니다. 반정도는 FEBA에서, 반정도는 JAOP(GOP내의 대공감시초소) 에서 생활 했지요. 부재자 투표가 있던 때는 제 짬밥이 찌글찌글했던 FEBA시절이구요. 한창 rct였나 att였나 생각도 잘 안나는 훈련을 빡씨게 뛰고...정신 없는 분대 막내시절에 엄청난 빨래를 다 소화하고 나 자신을 토닥거린 그 다음날이었을겁니다.
대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군인이 훈련 앞뒤로 한달이면 당장 바깥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경쓰기 힘든 거 다 아실겁니다.(훈련 전 일주일간, 저희 중대가 전투준비태세 시범중대였다죠...ㅜㅜ)
느닷없이 종이봉투 안에 각 후보들의 선전이 담긴 홍보물들이 가득 들어있고 짧은 시간안에 읽어보고 잘 판단하여 소중한 한표를(ㅋㅋㅋ) 찍고오라더군요.
흠...
그 이후로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갑자기 무섭더군요.
아니, 내가 어쩌면 현 대통령을 찍었을지도 모르는 노릇 아닌가? 이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진보에 속하는 젊은이라 생각하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가 어쩌면 정작, 투표는 누구한테 했는지 기억도 못하다니...
여러분의 부재자투표는 어땠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 미성년자들..대학을 위해 죽어라 공부하고...대학 들어가서 놀고...혹은 또 죽어라 공부하고...특히 남학생들. 가장 깨어있어야 할 20대 초반, 그 첫 투표를 군대에서 보내게 되는 젊은이들에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군대에 있을 때, 과연 자신의 신념과 사상에 기초한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가 100퍼센트 주어지고 있는것인지...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가안보와 곡토방위에 온 신념을 쏟으라고 가르치는 군대에서, 올바른 투표는 호국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부재자투표가 있다면, 대선기간동안 국방부에서 장병들에게 후보들의 면면을 충분히 살피고 스스로 값어치 있는 투표권을 행사할 환경을 만들어주는게 맞는 것 아닐까요...
물론, 군 내에서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꽤 민감한 사안입니다. 괜히 입 잘못 놀렸다가는 벼락맞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무려 60만 장병입니다. 60만장병들의 투표중 몇퍼센트나 되는 표가 정말 그들의 신념과 사상에 기초하여 행사된 것인지...?
투표율 저조하다고 모두들 말합니다. 그 저조한 투표율에서도 대한 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간다는 군대. 그 안에서 묵묵히 나라를 지키는 우리 젊은 남성들.
그 빛나는 시기에 이루어지는 어쩌면 인생 첫 투표인 부재자 투표.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