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가 한번끼면 재수가 내리 똥이란다. 할머니는 우스갯소리로 나에게 그 말을 해주셨지만, 그 이후의 일은 소름돋는다.
재수가 내리 똥. 우습게 들린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모아두신 자금을 몽땅 털어넣은 가게 두곳이 완전히 망했다. 순전히 재개발 계획이 틀어진 탓이었다. 힘들게 아는 선배의 마권 경매소를 운입하셨는데, 얼마안가 바다 이야기 사건이 터졌다. 모든 유흥업소 규제가 강해지고, 자연스레 가게는 망했다. 여기저기 끌어모은 돈으로 다시 가게를 열었으나, 그 지역 건달들이 가게를 모조리 박살내놨다. 아버지가 오천 보증을 서주셨던 20년지기 친구분이 필리핀으로 해외도피했다. 덕분에 아버지는 주민등록과 의료보험이 말소처기되어 병원에도 못가셨다.
저게, 단순 1년동안 벌어진 일이다.
나는 그 일이후, 무당이니 삼재는 재수가 없다느니 하는 말에 웃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몇년 뒤, 그 할머니가 다시 입을 여셨다. 이번에는, 동생이었다. 동생이 요번년에 삼재가 있으니, 유념하시라고.
긴 말 않겠다.
동생은 쌈질을 하다가 콧대가 부러져 뼈대가 틀어졌다. 앞이빨 두개가 부러져 인공이빨을 하게되었다. 학교에서 두번 잘릴뻔했으며, 다리가 한번 부러졌다. 일산패에서 유명한 폭력서클(흔히들 말하는 일진?)에 눈에 띄어 여러번 시달림당했다.
단순 우연일수도 있다. 하지만 난 저 두사건을 겪은 당사자였다.
난 진중하고 진중하게 친구를 설득했고, 할머니에게 부탁해 그 무당분에게 친구를 데려갈 수 있었다.
무당할머니는, 한번 보고도 그 친구의 상태가 어떻다거나 알아맞추는 내 상상과 같은 일은 보여주지 않으셨다.
대신, 친구가 겪은 일과 꿈에 대해 정말로 꼬치 꼬치 여러번 캐물으셨다. 그리고, 그 일을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다. 그러면 더이상 꿈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만두라는 말에 친구는 시큰둥한 기색이었으나,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을거라고 하자 단박에 수긍하는 얼굴이 되었다.
정말 그걸로 된건가?
아니, 아니다. 친구가 돌아가자, 무당 할머니는 나를 앞세워 그곳으로 가자고 하셨다.
강릉 천랑 납골원. 무당할머니는 그곳에가서, 길쭉하게 생긴 이상한 금속 막대를 주고 땅에 박아 넣으라고 하셨다.
정말 긴 막대였다. 나는 애를 먹으며 그걸 박아 넣었다. 총 네개. 납골원 꼭대기 양쪽 옆에서, 가장 아래 양쪽 옆.
거의 내 키만한 금속 막대를 네개나 땅에 때려넣고나자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헐떡이고 있는 내게 무당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건 임시방편인기라, 이 밖으론 귀신이 못기어나와. 이 쇳대만 멀쩡하믄 니 친구한테 해될일이 없타"
다음날, 친구한테서 흥분된 목소리로 꿈에 여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오랜만에 정말 푹 잠을 잤다고 횡설수설하는 전화가 한통 왔다.
그리고, 끝이었다.
아니, 끝인줄 알았다.
어젯밤 뉴스에, 17년만에 폭우로 강릉에 수해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그리고 토양이 흘러내려 분납된 유골들이 밖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도. 천랑 분납골이 티브이 화면 속으로 보이고, 반쯤 드러나 옆으로 쓰러져있는 금속 막대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