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재검이 있는 어제였다. 시험을 망치고 여행계획도 어그러져 좋지 않은 기분에, 퍼뜩 엄마의 재검결과가 나오는 날이란 걸 알았다.
"좀 안 좋아..."
2년 전의 끔찍한 일들이 되살아났다. 집안이 기울어지고 근근히 살던 우리 가족에게 엄마의 암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다. 쏟아지는 울음을 참으라 초코파이를 억지로 입 안에 쑤셔넣었다.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마치고 지옥과 같은 항암치료를 하며 엄마는 우울증과 항암 후유증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아빠의 무리한 투자로 완전히 집이 망가진뒤 누구보다 아빠를 감쌌던 엄마였다.
그 뒤 차츰 나아진 집안사정과 잘 버텨낸 엄마 덕분에 집은 다시 전처럼 밝아졌다. 매사에 긍정적인 엄마 성격 덕분이다.
그렇게 흘러가눈 찰나, 엄마의 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다. 재검 뒤 한달이 지난 어제, 의사도 믿기 힘들어 다시 검사하고도 너무나도 높은 수치가 나왔다.
집에 가서 발닦고 세수하고 엄마 옆에 누웠다. "처음에 암 선고받았을 땐 그냥 멍했어... 약먹고 치료하면 그냥 되는 줄 알구... 근데 오늘 의사 얘기 들으니까 눈물부터 나더라. 너희들이랑 엄마밖에 몰라서 때론 이기적이기까지한 너희 아빠랑 엄마가 없을 너희들이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오늘 망쳐버린 시험은 아무래도 좋았다. 왜 착한 우리엄마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엄마, 불행한 일은 왜 한다발씩 찾아올까?" "그러게... 하나씩 찾아와도 힘든데 말이야" "그러니까 엄마 우리 오래 같이 살자." "그래..."
힘없는 엄마의 목소리, 훌쩍이는 내 목소리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춥고 건조한 꼭대기층 월요일엔 엄마의 정밀검사가 있을 예정이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운이란 건 살면서 총량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다한 내 운이 그래도 월요일엔 나머지 모두 다- 쓸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어떤 불행이 와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