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주로 시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시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육룡이 나르샤'는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정치적 상황과 가치를 해석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여말선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정치적 상황과 인물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의 정치적상황과 인물, 그에 대한 담론도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정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자는 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작성합니다. ★
# 들어가기 전에 #
제가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육룡이 나르샤 - 제34회'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전까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때는 고려말 장군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후 최영과 조민수를 정리하고, 문하시중으로 도당의 실권을 잡고 있었으나, 위기감을 느낀 포은-정몽주와 영양왕이 삼봉-정도전의 탄핵과 유배를 모책하게 되고, 이성계는 이러한 정몽주의 간계에 분개하였고, 이에 스스로 물러나 허한 마음으로 사냥을 하다가 낙마하여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서 다시 정몽주가 유배간 정도전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방원은 스승인 정도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벽란도에서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이성계를 다시 개경으로 데려오려 하지만, 정몽주는 이러한 이성계를 암살하려고 사람들을 보냅니다. 이렇게 그들을 피해서 힘겹게 개경으로 이동중인 이방원과 이성계, 부자간의 대화...
# 이성계, 이방원 부자의 대화 #
[이성계] : 방원아.. 조금만 쉬었다 가자...
[이방원] : 아버지... 힘을 내셔야 합니다... 개경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이성계] : 진정... 포은(정몽주)이 그리했단 말이더냐...
[이방원] : 예... 다 계획된 것 같습니다...
(서술로 대체합니다. 이성계가 사냥을 나오기 전날 밤, 악몽을 꾸었는데 꿈의 내용인 즉, 갑자기 자신을 죽이려는자가 나타나 화살로 쏘아 맞혔는데 목에 화살을 맞고도 자신의 팔다리를 모두 자르고 나서야 결국 죽었다는 내용. 자신을 죽이려 한 자가 태조 왕건이었던 것 같다는 내용. 그래서 낙마를 하고, 이런 어려움이 겹친 것이 왕건의 저주 같다고 함.)
[이방원] : 그런 약한 말씀하지 마십시오. 아버지ㅠ 그런게 다 어딨습니까? 모든것은 다 인간의 일일 뿐입니다...
[이성계] : 하늘이 변하지 않고서야... 어찌 포은(정몽주)이 변할 수 있단 말이냐, 대유자(大儒者) 포은(정몽주)이... 그런 모략을 하고...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단 말이냐...
[이방원] :
패업(霸業)이니까요..!
이것은 다 패업이고, 우린 이미 패도(霸道)의 한복판까지 들어왔으니까요.
건업이고, 창업이고, 건국이고...!
다 듣기 좋은 말일 뿐입니다...!
하...(한숨)... 피를 부르는 것은 당연지사...
무혈혁명(無血革命)은 환상이었습니다.
패업은 어쨋거나 흉사(凶事)...
그 끔찍한 흉사를 일생의 업(業)으로 삼았으니... 당연한 겁니다.
정작 패업을 하겠다는 우린 이상(理想)에 젖어있고,
오히려 그 패업을 막고자 하는 포은선생은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해서 반드시 이겨낼 겁니다!
이 이방원이!
패도(霸道)에서...
그깟 포은이라는 대학자(大學者)에게.. 대유자(大儒者)따위에게...
질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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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업(霸業) : 무력이나 권모술수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일
2) 패도(霸道) : 인의(仁義)를 가볍게 여기고 무력이나 권모술수로써 공리(功利)만을 꾀하는 일
3) 무혈혁명(無血革命) : 피를 흘리지 아니하고 평화적 수단으로 이루는 혁명
4) 흉사(凶事) : 흉하고 언짢은 일
5) 이상(理想) :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6) 유자(儒者) : 유학(儒學)을 공부하는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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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링크)
육룡이 나르샤 34화-유아인의 분노, 아는 내용마저 살 떨리게 만드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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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제작진이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과 인물들을 완벽히 일치시켜 드라마에 반영한 것은 아닙니다.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상황들과 인물들은 지금 현재를, 현실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곳곳에 현실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개개인마다 느끼는 점 떠오르는 점이 다를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습니다.
초기 신진사대부들의 움직임에서는 386 운동권 세대들이 떠올랐고,
권문세족들의 모습은 신흥 상류층(변호사, 의사, 교수, 연예인 등등), 새누리, 뉴라이트등 그 지지자들의 모습이,
해동갑족의 모습에서 동네와 마을의 유지들의 모습이...
무명의 화사단과 비국사, 길선미 무리들은 국정원, 검찰, 경찰 조직의 모습이...
무명은 친일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까지 이어지는 기득권층의 총체(재벌, 권력가...), 또는 막후권력이라고 회자되는 문고리3인방, 십상시, 칠인회의 모습이...
정도전이 잡혀있는 동안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동굴 안 어린아이들이 사늘한 주검이 되어 있는 장면은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드라마에서의 패업(霸業), 패도(霸道), 이상(理想),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이방원, 권문세족, 무명 등등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현실에서의 정권교체, 정치공학, 진정성, 윤리ㆍ도덕, 문재인, 이재명, 정의당, 새누리, 국정원, 안철수, 민중, 시민 등등을 생각나게 합니다.
-정권교체가 대업인가? 패업인가?,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공학적 행태는 당연한 것인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쪽이 윤리적 도덕적 잣대와 자기검열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문재인대표의 김종인, 김홍걸 영입과 박영선, 이종걸과 같은 세력을 방치하고, 탈당인사들의 재합류를 기대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 도덕적잣대를 들이댈만한 일인가?,
-안철수, 천정배등과 끝까지 대화해보겠다는 문대표의 의지가 정도전이 정몽주를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의지와 비슷하지 않나?
-조준의 토지개혁, 정전제와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이재명시장의 작살, 사이다 행보에서 이방원이 보이지는 않는가?
-이재명시장의 개인가족사와 욕설에 대한 지지층의 자기검열이 패업에 도움이 되는가?
-대유자라는 정몽주의 패도행위가 과연 정당한가? 안철수는 정몽주급은 되는가? 정몽주처럼 이상을 갖고는 있었는가? 진정성은 있었는가?
-안철수는 홍인방? 정몽주?
-문재인은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이방원?
-어떠한 패도(정치공학)없는 이상(진정성,명분, 절대선의 추구)만으로 패업(정권교체)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은 물음이 생겨나네요. "육룡이나르샤" 참 혼란스러운 이시기에 볼만한 드라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