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기구, 6개안 모두 '조건부 방송가' 판정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라디오광고 6개안 중 4개안이 사실상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20일 "지난 15일 범국본이 제출한 6개안 모두 광고주 표기가 분명치 않다"며 "이 중 4개안은 내용상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돼 6개안 모두에 대해 '조건부 방송가' 판정을 했다"고 밝혔다. 심의기구, "출처 불분명…사실과 달라" 이에 따라 범국본은 6개안 모두에 대해 광고주 표기 등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그 중 내용상의 문제를 지적받은 4개안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심의기구는 광고 제2안 가운데 "미국의 자료에 의하면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에서 1차적으로 54만 명의 실업이 발생한다고 한다"는 문구에 대해 "인용한 미국 자료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제4안 중에서는 "우리의 미래를 뒤흔들 한미FTA 협상 내용,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십니까"라는 문구에 대해 "'미래를 뒤흔들'이라는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5안에서는 "불평등한 한미FTA협상, 이대로 계속해야 합니까"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불평등한' 것이 부분적으로는 그럴수 있어도,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6안에선 "미국은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묻지마 타결'로 가기 위한 수순밟기" 범국본은 여타 4개 안과는 달리 '광고주 표기'만이 지적된 제1안과 제3안의 방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국본의 한 관계자는 "TV광고 때와 마찬가지로 4개 안에 대한 심의기구의 요구는 광고 내용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이기 때문에 요구에 맞춰 수정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심의기구는 지난 1월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와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가 제작한 한미 FTA 반대 TV광고에 대해서도 '소비자 오인 표현' 등의 이유로 관련 멘트 전체를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조건부 방송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두 대책위는 사실상의 '방송 불허'와 다름없는 판정을 받은 뒤 문제로 지적된 음성을 삭제하고 자막처리해 심의기구의 재심의를 통과시켰다. 범국본 관계자는 "정부 측 찬성 광고는 아무 제한없이 쏟아붓고 있으면서, 범국본 측 반대 광고는 TV광고에 이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막고 있다"며 심의기구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정부는 범국본 측의 집회를 무차별적으로 금지한 데 이어 광고도 사실상 불허 판정을 내리는 등 반대 목소리를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묻지마 타결'로 가기 위한 수순밟기"라고 비난했다. '손발 묶고 입까지 막나’ 반발 정부는 나름의 이유를 들고 있다. 집회는 폭력시위 전력이 있기 때문이고 방송광고의 경우 여론의 공방이 오가는 사안은 정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광고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대고 있다. 질서유지와 공공복리 위해서라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단체들은 한미FTA 저지집회와 직접이해자인 농민 등의 여론을 담은 방송광고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양심의 자유’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에서 포괄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조항을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정부의 자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폐쇄적이라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집회의 자유는 헌법의 기본권 중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본질적 권리”라며 “평화적 집회개최를 조건으로 금지통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공공의 이익을 일정부분 반영한 한미 FTA반대 광고를 금지한 것 역시 지나친 처사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인 헌법 37조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회와 방송광고 금지에 대해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금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문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