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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S대를 졸업하다.
게시물ID : humorstory_142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적60인분
추천 : 12
조회수 : 56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7/09/10 22:25:46
여자, S대를 졸업하다.

학교졸업후 마땅한 직장을 갖지 못했다.

재학내내 취업공부는 커녕, 과외만 하고 돌아다녔으니까.

집에서 만화책만 쌓아놓고 읽기를 두어달.

아는 선배에게서 학원으로 오라는 권유를 받았다.

저녁시간만 때우면 취업한 친구들의 3배정도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S대 나온 사람이 나밖에 없다며 원장은 무척 반겼고, 각종 브로쉬어에 내 이력을 대문짝만하게 실기도 했다.

한마디로 골때린다. 밤에 술한잔 하기 어려운 학원생활을 정리했다. 원장이 통사정을 했지만 매력없는 일이다.

집안에 틀어박혀 리모컨만 돌리고 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중소기업에 자리가 있다는 것. IMF라고 취업난이 어떻고 떠들지만 난 솔직히 이해가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연락이 오니 눈높이만 낮추면 될 것 아닌가.

나이도 어린데 영업이사 명함을 준다. 연봉도 높다. 영업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있으면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그냥 있어만 주란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세상살기 그리 어렵지 않다.

소개팅이 있다. 쪼다같은 남자애들 일색이다. 싫다. 

내가 좀 미모가 되니까. 그런가? 여하튼.

친구 남편이 강남 피부과 원장이다. 고년 참 일찍 결혼도 했다.

박피해준다고 하니 들렀다가 한남자를 만났다.

인근 성형외과 의사란다.

그의 소개로 유명 광고회사 기회팀장으로 취업했다.

원래 광고에 관심 없었다. 난 딱히 잘하는 것도 관심있는 것도 없다.

근데 소개로 가보니 건물도 맘에 들고 사람들도 좋아보여 출근하기로 했다.

모두 정심없이 일하고 있다.

난 뭘하지?

사람관리만 하면 된단다. 팀장이니까.

난 팀원들과 가끔 회식을 하고 잘 모르는 건 사실이니까 그냥 팀원들의 의견을 다 반영하는 편이다.

난, 내의견을 내세울 수 없다. 정말 잘 모르니까.

근데 사내 인기투표에 1위로 선정됏다. 골때리는 일이다.

이유? 명문대를 나왔지만 겸손하고 팀원의견을 존중한다나?

꽤 견딜만 해서 오래 다녔다.  팀원이 만든 광고물이 힛트를 치면서 방송국 인터뷰가 쇄도했다.

회사를 생각해서 인터뷰 몇건 했더니, 길에서 사람이 알아본다. 불편하다.

내가 좀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심지어 잡지사에서 화보촬영까지 한다니, 참 웃긴일이다.

벌써 내나이 40.

별로 친하지 않던 대학 동문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민단체 홍보 대사를 해달라나?

귀찮게 하지는 않을테니 홍보사진찍을때 행사있을때 와달란다.

나도 회사에서는 중견이니 뭐 그까이거 어려우랴 싶어서 승락했다.

몇건의 광고에 내얼굴이 나갔고

연일 인터뷰에 시달려야 했다.

난 슬슬 귀찮아졌다.

그 즈음, 다양한 활동으로 알게 된 아나운서의 소개로 탤런트 000 를 만났다.

정말 잘생겼다. 뜨거운 연애를 하고 그는 재혼, 나는 초혼, 우리는 결혼했다.

돈도 많다. 집도 엄청 넓다. 집사도 있고 가정부도 있다.

하기사 그동안 내 손에 물을 묻혀봤어야지.

다시금 세간의 화재가 되고 

우린 그럭저럭 자가자리를 지키며 20여년을 살았다.

내나이 60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삶을 정리한 책을 내고 싶단다.

난, 글을 못쓴다고 했다.

대필작가가 있단다.

그래서 승락했다.

대필작가가 물어보면 답을 하면 된다.

대필작가가 싱거운 표정을 짓기 일쑤였으나

그도 먹고 살아야 하는법, 

책 완성품을 보니 참 눈물없이 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가 탄생해있었다. 참 웃긴 일이다.

난, 그 이후 몇권의 책을 더 냈고 어떤 책은 스테디셀러, 어떤 책은 베스트 셀러로

난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아는 연예인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내나이 80.

된장공장사장이 내 이름의 상표로 장을 만들고 싶단다.

그까이꺼 뭐 이름 빌려주는게 대수랴 싶어서

하기로 했다.

또 파리떼처럼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생활한복을 살포시 걷어제치고

고추장 맛을 보는 사진을 찍으니 피곤하다. 벌써 노환인가?

그리고 난 죽었다.

 

그이후로 후손들은 잘먹고 잘 살았다.

 

S대를 나온 평범한 소녀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렇게 살기 위해 학력위조를 하는가보다.

학력위조를 그 개인만 탓할 수 있을까?

학력지상주위로 만연한 우리사회와, 숨기고서라도 대접받고 싶었던 나약한 존재를 슬퍼할밖에..

 

학력위조사건을 계기로 성골과 진골이 갈리겠지.

우린 진짜 졸업했어요, 혹은 졸업증명서를 카드로 만들어서 지갑에 넣고 다니던가.

혹은 기업에서 채용조건이 더욱더 가따로워지겠고

S대 패거리들은 더욱 지들끼리만 똘똘 뭉쳐다니겠지.

 

난,위의 프로필과 정 반대다.

전화받고 취직되는 그녀와 달리 난 몇십군데를 발로뛰며

면접을 봐야했고 눈을 낮추다 못해 부도난 곳을 두곳이나 다녔다.

녹녹치 않은 세상의 경험은

고놈의 지방대 출신이라는 출신성분 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by 순두부(soondu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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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이글을 발견했는데 혼자 읽기 아까워 퍼왔습니다.

어쩌면 학력위조사건은 언제가 터질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인거 같습니다.

우리 사회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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