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우울증이 이 불행한 민족을 짓누른다. 천 년의 세월동안 이 땅의 사람들은 우울증에 굴복당했으며, 그들의 영혼은 음울하고 진지하다. 그 결과는 아주 파괴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곤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죽음뿐이라고 생각한다. 암울한 마음은 과거의 소련 연방보다도 더 심각한 적이다. 그러나 핀란드인들은 투사의 종족이다. 절대로 굴복하는 법이 없으며, 끝까지 폭군에 저항한다. 한 여름에 펼쳐지는 빛과 기쁨의 축제, 성 요한절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심신을 갉아먹는 우울증을 일치 단결하여 물리치려고 하는 치열한 전투나 다름없다. 성 요한절 전야에 온 국민은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군복무 능력이 있는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자들과 아이들, 노인들도 싸움터를 향해 돌격한다. 수천 개에 이르는 핀란드 호숫가에서 거대한 이교도의 햇불이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타오르고, 푸른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깃발(흰색 바탕에 푸른색 십자가 모양이 그려진 핀란드 국기를 가리킨다-옮긴이)이 하늘 높이 나부킨다. 전투를 앞둔 오백만 명의 핀란드 전사들이 기름진 소시지와 돼지고기 바비큐 요리로 원기를 보강하고, 마음껏 술을 마시며 용기를 북돋운다. 전투 부대가 적을 섬멸하기 위해서 손풍금 소리에 맞추어 전진한다. 밤새도록 계속되는 전투에 적은 굴복하고 만다. ------------------------------------------------------------------------------ 요즘 읽고 있는 '기발한 자살여행'이라는 장편소설입니다. 오랫만에 오유에 왔는데, 게시판을 보니 어느 분의 글로 자살이 오유 내에서 큰 이슈나 되었나 보군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별 일 없었으면 합니다.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 국민작가로 이 소설을 통해 유럽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 작가가 되었답니다. 아 그리고 핀란드도 자살율이 높은가 봅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가 춥고 쓸쓸한 북유럽의 자연도 한 몫 한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