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도 벚꽃좀비란 드립을 베스트에서 보고 씩 웃었다가, 문득 가슴이 내려앉았어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버렸구나.
작년 그날, 저는 중요한 시험을 사흘 앞두고 있었고, 시험 전날까지 기적같은 생환이란 기사를 기다리며 삼십 분에 한번씩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어요.
피같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아무도 구하지 못했는데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오히려 피해자인 유가족들이 손가락질당하면서 그렇게 여름이 흘러가고...
그 여름의 끝물, 합격 통지를 받은 날은 하늘이 너무 화창해서 혼자 경복궁을 갔어요. 정말 그림같은 날씨여서 잊히지도 않을 만큼, 그런 날이었는데.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단식농성하는 사람들, 기도하는 수녀님들, 특별법 서명운동하는 분들이 그렇게나 많더라구요. 서명을 하고, 노란 리본 목걸이를 받아들고, 그걸 목에 걸고 경복궁 구경을 하는 동안 제게 꽂히던 시선들은 참...묘하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출근을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훌쩍 갔어요. 어떻게 겨울을 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무심코 잊었던가 봐요. 그러다가 벚꽃엔딩과 버스커에 대한 유머글을 보면서, 다시 떠올랐어요. 이렇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미안함도.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벌써 세월호는 '작년 일'이 되었어요. 심지어 아직 돌아오지도 못한 분들이 남아 있는데, 어느 누구도 이 얘기를 꺼내고 싶어하지도 듣고 싶어하지도 않아요. 국가배상 제도는 엄연히 세월호 이전부터 정비되어 왔던 거고 판례도 많이 있는데, 국가배상 얘기만 나오면 '세월호 유가족이 유난 떨어서 뭐만 하면 나라 탓하게 국민성 흐려놨다'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들을 해요.
꽃 비는 봄에 떠난 아이들이 다시 꽃 피는 봄까지도 돌아오질 못했어요. 해마다 벚꽃은 다시 필 텐데 이젠 예전같이 꽃을 보지는 못할 것 같아요.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떠오르고, 그애들을 구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미안해하기는커녕 손가락질하는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요.
잊지 말아야죠. 벚꽃을 보면서라도 기억해야겠죠. 다시 한번, 잊고 지내서 미안합니다. 구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기억하겠습니다.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