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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_400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뀨잇뀨잉★
추천 : 10
조회수 : 13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2/25 13:30:14
나에겐 네 존재가 절실했다.
긴 시간 온갖 악재에 시달리며 삶을 지속할 의욕이 바닥나서
언제 어떻게 나를 죽일지 고민하던 즈음 너를 만났고
가족마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내 고통을 너는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말해주었다.
네 덕분에 나는 죽지 않고 버텨 살아갈 용기를 찾았고
그 고마움이 호감이 되고 애정이 되고 사랑이 되었다.
나는 고마운 네게 얄팍한 심리전을 펼치고 싶지 않았다.
이리저리 재고 따지고싶지 않았고
요란하고 호들갑스러운 연애로 너를 힘들게 하고싶지 않았다.
나만 바라보고 일상을 나에게 다 내어주길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냥 잔잔하게 곁을 지켜주고, 힘들땐 보듬어주고, 서로에게 푸근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랬다.
내가 원한건 그게 전부였고 그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네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최대한 네 일상과 사생활을 존중했고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졌더라도 이해하고 존중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두달이 미처 다 차기도 전에 끝이 났다.
몇십일 남짓 만났던 짧은 시간 동안 넌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참 많이도 변했다.
너는 더이상 나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말투는 차가워졌고 무심한 태도로 일관했으며 연락은 점점 줄어가고 성의없어져 갔다.
그런 널 보며 불안해하고 힘겨워하는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우월감에 젖어 재밌다는듯 나를 깎아내렸다.
내가 힘에 부쳐 대화를 시도하면 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지 않냐며 언성을 높혔고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고칠수 없다는 대답만 내어놓았다.
대화는 항상 내가 불안정하고 못난 사람이 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기를 몇번 반복하고...결국 나는 정말 못나졌다.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만큼 상당히 호전되었던 불면증과 우울증은 더 심각해졌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네가 내게 하는 말투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차갑고 매정하고 퉁명스럽고 공격적인 태도로 너를 대했다.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몇일 해보니 그것도 못할 짓이더라.
결국엔 나만 더 힘들고 속이 상해서 널 떠나고싶어졌다.
관계를 끝내는 순간조차도 너는 내탓을 하더라.
내가 자신을 좋다고 하니까 사귄거라며,
요즘들어 퉁명스럽게 굴고 감정기복이 심한 내가 피곤했고 마땅히 이유조차 말하지 않는 내게 지쳤다며.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을 나 혼자 눈더미처럼 부풀린 양 말하더라.
가만히 보고있자니 미친 사람처럼 눈물과 헛웃음이 동시에 나오더라.
그동안 내가 대화를 시도했던 것은 듣지도 않았다는 소리로 들렸다.
오르내리는 감정은 너를 지치게 하지 않으려는 내 노력과 사랑받고싶은 욕구의 충돌이었음은 전혀 모르고있었다.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은 비참함이었다.
네가 감히 상상도 못할만큼 정말 비참했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아니 좋아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우연히 손에 들어와 장식장 위에 올려둔 수집품.
몇날며칠 먼지태우며 신경도 쓰지 않는 수집품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가만히 그자리에 앉아만 있어야 하는 수집품 주제에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꼴이었음을 알고
나는 그길로 너와의 모든 연결고리를 끊었다.
나는 등신같고 미련한 년이라 그 더러운 꼴을 보고도 다시는 너를 못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때문에 불행한게 싫어서 헤어졌다.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지만, 이건 내가 당한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너무 아프다.
지금이라도 내게 왜그랬냐며 울고 불고 따지고싶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것이다.
지금도 나에게 남은 건 상처 뿐인데 더 얼룩지는건 싫다.
귀찮은 혹을 떼서 홀가분할게 분명한 네게 또다시 우월감을 주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많이 소중했던 너보다 더 소중한 나를 위해
이 글을 너의 무덤 쯤으로 여기고 마음속에서 너를 치우려 한다.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아픈 것은 나지만 죽어 없어지는 것은 내 마음속의 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게 있다.
나와 연애를 시작할 즈음 네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귀가 생각난다.
상대가 나와 얼마나 잘 맞느냐 보다 필요할 때에 곁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
그래서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니?
평생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테지만 궁금하긴 하다.
이젠 정말 끝이다.
나는 이 글을 지우지 않고 지금의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와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구질구질하지만 이 글이 돌고 돌아 네가 보게되길 바란다.
그리고 딱 너같은 사람 만나서 비참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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