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문재인 후보의 대북정책이 불안해서 지지할 수 없다는 이들이 제법 있다. 그 때문에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지만 그가 사퇴한 지금은 기권을 하거나 아예 박근혜 후보를 찍겠다는 이도 있다.
그들의 생각처럼 과연 문재인의 대북정책은 정말 불안한 것일까?
그들이 포용정책으로 정리되는 문재인의 대북정책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태도나 행동 그리고 사회 체제가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북한에 우호적인 듯 보이는 포용정책도 함께 싫다는 것이고 그런 문재인이 불안한 것이다. 어찌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이유이다. 북한이 하는 짓마다 얄밉게 굴어 한 대 쥐어박고라도 싶은데 그들과 잘 지내보자고 하니 마음에 쉽게 내킬 리가 만무다. 그것도 우리의 피 같은 세금을 써가면서 한다니 더욱 얼토당토 없는 소리일 것이다. 만약 북한이 아프리카나 중동의 어느 나라 쯤 된다면 그 말이 백번 맞을 것이다. 혹시라도 니들이 우리한테 잘하면 그 때 우리도 잘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어림도 없다. 그들은 북한을 대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일명 상호주의이자 호혜주의이다. 흔한 외교적 방식이며 박근혜 후보와 보수의 대북정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아프리카가 아니라 바로 우리와 지리적으로도 붙어있고 역사적으로도 특수한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북한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곧바로 우리나라의 정세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포용정책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포용정책이 아니고는 남북한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좋게 말해 상호주의이지 결국 북한이 남한에 대해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상호주의는 결국 남북 대결주의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한반도의 긴장고조만 남는 것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 5년의 결과를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 결과가 실리적으로 이익이라도 된다면 참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수시로 군사적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가볍게는 상호 비방과 군사적 위협으로만 끝나기도 하지만 심하면 연평도 해전 같은 국지전의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당연히 군사적 대결 상황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임해서 반드시 승리해야겠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면 결국 그 결과가 승전으로 끝난다 손치더라도 매우 큰 손실과 피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북한의 대중국의존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의 북한은 여러 가지 상황 상 스스로 자립하기가 어렵다. 이때 우리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더욱더 중국에 힘을 빌릴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결국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런 모습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보수 세력들은 대북강경책이 북한을 고립시켜 내부에서부터 붕괴를 촉발시킬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존재를 무시한 예측이다. 중국은 미국과 견줄 만큼 큰 경제군사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의 고립정책은 어떤 실효성도 없고 한반도에서 우리의 주도권만 놓치게 될 뿐이다. 동시에 중국의 힘의 균형을 위한 반대급부로 우리의 대미 의존도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로 미국에서 군사적 동맹관계를 앞세워 경제적인 압력을 가해와도 우리는 대등한 권리를 내세우기가 더욱 무척 힘들어 질 것이다.
세 번째, 남북의 갈등은 결국 외국의 투자나 경제협력에 우려를 낳고 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10년간의 민주정부의 의해 남북대결이 많이 완화되어 크고 작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에도 많은 외국 기업이 아직은 관망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와 같이 지속적으로 대결정책을 이어간다면 외국 기업이 우리를 떠나는 건 결국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북과의 화해협력만 잘 된다면 북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을 육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인데 이런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장기적 경제 발전의 커다란 위해가 될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상호주의는 결국 북한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어 북한의 변화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대북전단지를 뿌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의 인권을 개선해 보겠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면할수록 북은 더욱더 외부세계와 단절할 것이고 결국 그 속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 질 뿐이다. 정말 북한이 변화하길 원하고 북한의 주민이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개혁과 개방 그리고 교류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이다.
다섯째, 대한민국은 많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이 남북이 대결국면에 있는 상황 때문에 성숙한 논의가 되질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진보와 보수가 상호 보완적으로 영향을 주며 생산적으로 논의해야할 수많은 문제들이 북한의 존재로 인해 늘 남남갈등의 소인으로 작용하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국민통합에 핵심 걸림돌로 자리 잡고 있다.
여섯째, 상호주의는 북한사회의 유고 상황에서도 전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대중국의존도가 한없이 높아지고 남북문제의 우리의 주도권을 빼앗긴 한반도의 역학관계에서 북한사회에 급변의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 하로 넘어가는 최악의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상호주의는 실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인 정책이다. 언론과 보수의 프레임에 의해 포용정책을 '퍼주기'정책이라고 매도당하고 있다. 이는 매우 사실과 다르다. 2010년 10월 15일 국회 외교통상위에 공개된 통일부의 자료에 의하면 대북송금액은 김영삼 정부 4조원, 김대중 정부 1조 5천억 원, 노무현 정부 1조6천억 원 그리고 이명박 정부(당시 임기 절반) 8천600억 원이다. 다시 말해 보수 정권은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실리는 실리대로 얻지 못한 최악의 정책 집행을 해온 것이다. 사실, 포용정책에 의한 비용은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위한 투자의 성격이 짙다. 이왕 들어가는 비용이라면 더욱 실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포용정책은 꼭 필요한 것이다.
안철수라는 다소 중립적인 지대가 사라지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대북 문제에서는 보수와 민주진보진영의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퍼주기정책' 또는 '종북정책'이라 비난할 것이고 한쪽에서는 '냉전수구정책'이라며 서로 맞받아 칠 것이다. 나는 보수 세력의 대북정책도 모두 애국의 발로에서 나왔다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감정적인 수사적 표현에만 매몰되지 말고 결국 어떤 정책이 더욱 실효성이 있고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냉정하게 비교 검토하여 12월 19일 현명한 유권자의 선택을 해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