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싸움은 떠돌아다니는 낚시성 문자 때문에 일어나게 됩니다.
대충 문자 내용은 범죄 택시에 관한건데 한 택시를 타면 은은한 냄새가 나며 문 손잡이쪽에 휴지가 하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휴지에 액체같은게 묻어있어 궁금증을 유발시키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 냄새를 맡으면 기절한다고 하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믿지는 않았지만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남자친구에게 저 문자를 복사해서 보내주었죠.
남자친구가 저 문자는 낚시성 문자고 순간적으로 기절시키는 마취제는 세상에 없다고 하길래.
저도 그렇겠다 싶어서 알겠다고 했죠.
일단 저 문자가 거짓말인건 알겠는데, 제가 수술을 할 적 전신마취를 할 때 10초도 다 못세아리고 마취상태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만약 앞좌석에 누군가가 숨어있다가 택시 탄 사람을 마취제 묻은 손수건으로 기절시킨다면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어요.
실제로 택시 탈 때 앞좌석에 누군가가 숨어있다가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있었기에 택시를 탈 때 앞좌석을 잘 확인하고 타야겠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저런 생각을 하는게 이상하다는거에요. 그냥 낚시 문자면 낚시 문자지 범죄 생각을 왜하냐고 그래요.
저는 저렇게 상황을 상상해봄으로써 범죄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고도 보거든요.
아무 생각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범죄 예방을 위해서 생각해본 거라고하니 그건 범죄라며 화를 내네요.
처음에는 그래도 서로 주장하는게 어느정도 이해가 됐고, 제 생각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나중에는 남자친구가 제가 말하는 도중 'ㅋㅋㅋ'이나 '어쩌라고'를 쓰며 약 올리더라구요.
갑자기 사이사이에 '네네 제 잘못이네요' 그러기도 하구요. 'ㅋㅋㅋ'도 많이 쓰길래. 비웃는거냐 물으니 비웃는거라고 그러고..
어이 없다 그러기도하구요. 너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무시하냐 물으니 무시하는거 맞다네요.
여자친구가 범죄 상상하는거 남자친구가 기분 나쁠거라는거 알아요. 그런데 저 문자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어느정도의 가능성 정도는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남자친구는 제가 생각하는게 기분 나쁘고, 여자친구가 저런 생각을 하는게 이상하고 범죄를 생각하는 나쁜 사람같대요.
그 뒤는 뭐.. 대화가 엉망이었어요. 저는 생각은 자유라고 말하고 범죄 저지르려고 생각한거도 아니고 예방을 위해 생각한거라고 말했죠.
남자친구는 'ㅋㅋㅋ'이나 '어쩌라고'나 '네네~' 라던가 '제 잘못이죠 미안합니다~'라는 식으로 사이사이 말 했었구요.
적어도 전 기분 상하는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제가 잘못한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생각이니까 생각의 다양성만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남자친구가 계속 ㅋㅋㅋ거리길래. 제가 '이런 상황에서 웃으면 비웃는거 밖에 더 되냐 말해도 비웃는거맞다며 계속 ㅋㅋㅋ그러네요. 오히려 더 그러더군요...
무시당하고 비꼬고 정말 상처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계속 얘기하는거보면 제 잘못도 있는거 같은데.
위에서 본 문자를 보고 다른 비슷한 범죄를 생각했다는게 도저히 잘못된건 아닌거같았어요.
근데 남자친구는 자꾸 저게 잘못이라 그러고..
아니면 적어도 대화도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많이 답답하네요.
남자친구가 평소 가족들 대하는거도 조금 막 대하는 경향이 있고 집안도 보수적이었는데.
이런데서 드러나나 싶어요. 많이 힘드네요. 오늘 정말로 많이 힘드네요. 마음이 무거워요.
평소 착하고 너무너무 잘 해주는 사람이지만, 싸울 때는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제가 범죄 생각한게 기분 나쁠거라고 생각한게 이해가 되서 사과 했는데..
이제와서 뭔 사과냐 그런거도... 그러면 어떡하냐 되물으니 됐다고 사과 받아준다 그런거도..
속상하네요. 이런 생각 차이는 생각의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커버하기 힘든가요?
아니면 정말로 제가 저런 생각을 한게 범죄고, 이상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