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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예요. ㅋㅋ 웃긴거 올릴게요.를 보고..
게시물ID : humorbest_4009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사미
추천 : 119
조회수 : 8947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1/10/28 18:51:58
원본글 작성시간 : 2011/10/28 12:09:05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26살 남 직딩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예요. ㅋㅋ 웃긴거 올릴게요.

라는 글을 보고 문득 예전에 중학교때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회원가입하고 글을 올리네요.ㅎㅎ

가끔 인터넷에서 저런 말장난같은(?) 어린학생들의 답을 보고는 피식 웃어 넘겼는데,

한번도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지도를 해야하나 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거같네요.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예전에 있었던 사소한 제 경험담..

중학교1때 였습니다.

저희때는 조기교육이니 학원가가 그다지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진도에 맞추어 따라가기 급급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숙제를 하나 내주면 그 숙제에 쩔쩔매는 학생들이 대다수였죠.

등교후 첫 영어수업.

영어선생님께서는 첫수업이라 그런지 진도는 나가지 않은 채 수업을 마무리 짓던 중,

저희에게 숙제를 내주시곤 홀연히 사라지졌습니다.

그것은 알파벳 대,소문자 10번씩 써오기.

친구들은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더라구요.

꽤나 많은 양이었죠.^^;

그리고 다음영어수업때 숙제검사를 하시면서 하지 않은 친구들은 손바닥을 맞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 차례.

저는 당당히 과제물을 내밀었고, 선생님은 과제물을 한번 쳐다보시고는 저를 쳐다보시며,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로 웃으셨습니다.

왜? 왜? 왜 그러지?? 글씨를 너무 못써서 그런가? 혹시 내가 순서라도 틀렸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며 걱정에 부들부들떨고 있을때,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숙제 잘 해왔다. 보통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웃으며 지나가시더라구요.

왜 그런가 친구들과 공책을 비교해 본 순간,

ㅎㄷㄷ...

친구들은 ABCDEFGHIJ.... (이후는 몰라서 그런거 아닙니다.)

저는 ALPHABET 이라고 적어 낸겁니다.

그렇게 숙제를 5분도 안걸리게 끝냈다는것을 친구들도 인정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더라구요.

덕분에 전 지금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생각을 공유할때면

평범한 사람끼리 만나서 하는 늘상의 대화라지만, 저와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가장 큰 가르침중 한가지였던거 같네요.


만약 그때 그 선생님께서 이새끼 숙제해오기 귀찮아서 잔머리 굴린거봐라? 라고 하시거나

친구들 앞에서 저에게 모멸감을 주셨다면 저는 지금의 저와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도 모를거란

생각이 듭니다.

초1교사님처럼 이런 다른모습을 존중해주시고 이해해주시는 모습에

문득 그때 그 선생님이 생각나더라구요^^

그 선생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것 하나하나가 그 아이의 인격을 키워주는것이라고

가르침을 주신것 말이에요.

부디 초1교사님처럼 아이들을 존중해주시는 멋진 선생님이 많아져서 믿고 맡길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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