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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밉다.
게시물ID : gomin_401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후애슬픔
추천 : 11
조회수 : 43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7/13 23:33:07
전역을 했다.
전역을 한 뒤 입대하기전의 한심한 모습을 생각하며
전역한지 10 일 이란 사회적응 기간후(변명인지도 모르겠다)
바로 일 을 시작했다.

시간은 역시나 빨리갔다.
어느새 전역한지 1 달이 다 되가고 있었다.
직업 특성상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일 이어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여 일 을 몇일 쉬게 되었다.

이 정도 여유는 괜찮겠지 하며
간간히 친구들과 술 한잔
새벽에 심심할때는 PC방.. 
그 날도 새벽에 친구들과 PC방에 있었다.
그러던 중 메신져에 갑자기 뜨는 쪽지.

그녀였다.
입대하기 1달전 헤어진 그녀
입대하고 나서도
전역하기 전 까지도 꿈에 자주 나타나던 그녀

난 그 이별뒤에 얼마나 방황했던가.
얼마나 몹쓸 짓 을 하고 다녔던가.
수천번 되새김 질 한 생각은 이미 그 쪽지 하나로
원래 없던것처럼 머릿속에서 싹 잊혀져버렸다.

이미 나는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고
그녀와 주말에 만나자고 약속까지 정해버렸다.
이미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내가 생각하고 있던것들은 약속 날에 입고 갈 옷 들뿐이였다.

군대에 있을때 글을 쓰는 취미가 생겼다.
글을 쓴다기 보다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버릇이 생긴것이 맞는것같다.
그 글에도 그녀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나서 그간 생각하고 느꼈던것을 말하면
모두 시원하게 털어낼수만 있다면
난 미련없이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생활할수 있을것 같았다.

기대 되었다.
항상 머릿속에 그려왔던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였다.

약속날인 토요일이 왔다.

물론 그 환상만큼 애틋하고 영화같은 만남은 아니었지만.
만족했다.
생각했던것을 만족스럽게 말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난 술 기운을 빌어 두서없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었다.
그녀도 그 두서없는 말이 약간은 이해가 가는듯한 눈치였다.

정말 만족했다.
정신없이 털어내고 나니 그녀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져있었다.
내 착각이였을지도 모르지만.

헤어졌다.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길은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미련도 없었고 속이 후련하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수원역에 도착했다.
버스를 내리고. 택시를 타면 된다.
택시를 타러 이동하던중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포장마차로 들어가
우동 한그릇과 소주 한병을 시켜서 청승맞게 먹기 시작했다.
슬퍼서,우울해서 마신것이 아니라 기뻐서.
자축하기 위해 마셨다고 해야할까나 ..

그럼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손길은 멈출줄을 몰랐다.
이미 난 내 주량을 한참이나 돌파해버렸다.
바깥으로 굵은 빗방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가 쏟아졌다.

개의치 않고 한잔 더 마셨다.

거기서부터 기억의 끝이다.


그날 난 말도 못할 꼴을 하고서
새벽이되서야
집에 들어왔다고 한다.

지갑,핸드폰은 잃어버렸다.
피엠피도 심하게 기스가 나있었고
옷과 신발은 수영장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또 몸 곳곳에 나 있는 상처들..

다음날 뼈저리게 후회했다.


무엇이 그 기분좋던 날 
자제력을 잃게 만들었던걸까.
기분좋았던 그 감정은 어찌보면 거짓이었던 것 같다.



7월11일 수원역에서 밤 늦은 시간에
혼자 술 취해서 비 맞고 별 난리를 다 치고 다닌것 같은데..

....... 핸드폰 지갑 찾아주세염
다신 안그럴게염 어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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