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9+3)의 답이
2냐 288이냐로 논란이 많은데요
솔직히 식 자체가 애매하다라는 답 빼고
2와 288가지고 싸우는건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중재하고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밑에 세줄요약 있습니다.)
1. 세계적인 수준에서 정해진 기준이 없다.
화학계에서는 화합물의 이름을 혼동없이 짓고자 IUPAC 명명법을 만들었습니다.
수학계에서는 수식 표기에 대해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세워놓지 않았고
암묵적인 규칙만 대체적으로 지키면 문제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식 표기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안이 명문화되지 않는 이상
이 논쟁은 표준어가 없는데 방언들끼리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2. 양쪽 다 근거는 있다.
엔하위키의 해당항목을 찾아보니까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수학협회가 공시해둔 '생략된 곱셈의 계산은 표기된 나눗셈보다 앞선다.'규정을 근거로 삼고있고
(현재는 그 내용이 삭제되었다고 함)
288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해당 질문에 대해 288이라 답했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있습니다.
(※ 물론 교과평의 답변을 보면 "중,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288이다. 자세한 사항은 대한수학회에 문의하라"고 애매하게 답하긴 했지만
교과평의 수학교과서 검정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결국 대한수학회 소속이라 둘의 견해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양측 다 공식적이라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지역적인 수준의 합의가 상이할 경우 어느 한 개의 합의만 근거로 삼는건 안됩니다.
① 하필 그 합의를 택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② 수학의 수식이 지역에따라 맞고 틀리면 안되니까요
(미국이 수학의 주류니까 같은 우월의 논리는 상대할 가치도 없습니다. 강자가 항상 옳은가요?)
3. 암묵적인 규칙을 유추, 적용할 땐 오차가 발생한다.
세계적인 합의도 없고 지역적 합의도 도움이 안된다면
남는건
통용되는 암묵적인 규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답을 내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각 진영의 주장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런게 등장합니다.
15ab÷5a = 15ab÷(5*a) 이니까 48÷2(9+3) = 48÷{2*(9+3)}
or
2*(x+y) = 2(x+y) 이니까 48÷2(9+3) = 48÷2*(9+3)
결국은 유추를 통해 결론을 내립니다.
문자*문자, 숫자*문자의 경우를 가지고 숫자*숫자에 규칙을 적용하는데,
유추는 말 그대로 유사한 것을 가지고 "이것도 그럴 것이다.." 하는 추리 이지,
도출된 결론이 언제나 옳은게 아닙니다.
따라서 이것을 근거로 삼는 것은 간접증거일 뿐이지 크리티컬한 핵심증거는 아닙니다.
+) "다른 학문(특히 컴퓨터)에서 그렇게 쓰니까", "다수가 그렇게 쓰니까" 라는 취지의 주장은
① 다른 학문에서 그렇게 쓴다고 해서 수학에서까지 그 규칙이 통용되는 것은 아니며,
② 실제로 다수가 쓴다는 통계적인 증거가 필요하고
③ 일부의 합의가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해서 곧바로 전체 합의에 이른다거나 정당화되는건 아닙니다.
이건 단순히 '사랑해보고싶어'에 쉼표를 어디에 찍을지를 놓고 견해간에 자존심, 힘 싸움일 뿐입니다.
(오유에선 안헷갈리는데..ㅠㅠㅋㅋㅋㅋㅋㅋ)
4. 결론
결국
숫자*(숫자+숫자) 의 곱셈 생략 규칙이 명확히 합의되어 있지 않는 이상
논쟁의 실익도 없고 서로 반박할 근거도 충분합니다.
∴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저 질문이 나왔을 때
"따로 정해진 규정이 없어서 의견이 분분하다." 로 일축하고
"사견으로는 ~라고 생각한다."까지만 추가하는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에너지를 아낍시다.
세줄요약
1. 숫자*(숫자+숫자) 의 곱셈생략에 대한 합의된 규칙이 없다.
2. 2, 288 양쪽 모두 근거가 충분하고 그 근거를 유추, 적용을 할 때 오류가 생긴다.
3. 앞으로 동일 질문의 대답은 "식이 애매해 정할 수 없다."로 통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