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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엄마하고 대판 싸웠습니다
게시물ID : baby_40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리무리
추천 : 13
조회수 : 1257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4/10/19 23:17:59
친척누나 결혼식 있어서 21개월 2개월 연년생 남매 데리고 고향에 갔습니다.

하루 자고 아침에 밥 먹는데 엄마가 과일 깎으시다 앗 하시더니 손가락에서 피를 뚝뚝 흘립니다.

저도 얼마전에 손가락살을 베였더니 살만 있는 부분이라

금세 벌어져서 피가 흐릅니다. 당장 가까운 병원 가자고 옷과 차키를 들었는데 

엄마는 괜찮으시다며 대일밴드와 지혈제만 찾으십니다. 

주말이라 일반병원 안 열었어도 응급실 가면 됩니다. 얼른 옷 입고 가자고 해도 괜찮다며 절대 거부하십니다. 

저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애들 다 데리고 나왔습니다. 원래 근처 처가집 갔다가 나와서 올라가는 길에 먹거리 싸놨으니 가져가라고 하시지만 엄마 맘대로 하고 살라고 큰소리 치고 나왔습니다.

흔한 시골집인 처갓집 마당에 앉아 가을볕 같지 않게 뜨거운 햇볕을 아래서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고 있으니 자꾸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저 손주 손녀라면 끔뻑 죽는 할머니. 며느리 귀찮을까 걱정하시면서도 날마다 영상통화로 사랑해요를 수십번씩 말하시는 할머니. 큰애 낳자마자 심장수술할 때 한달동안 밤에 잠못 자고 병원 지키면서 건강한 지금도 그때 안 아팠으면 키도 더 크고 살 쪘을거라고 안타까워 하시는 할머니.

그리고 어린 아들이 끓는 물에 발이 빠져 데었을때 목이 빠져라 우시던 엄마. 매일 계집질하느라 집에도 안 들어오는 남편 대신에 시어머니에 아들 둘 키우던 우리 엄마. 매일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중학생 때 집을 나가셨던 엄마. 그래도 몰래 차비하라고 매일 식당일 하면서 돈을 부치시던 엄마. 결국 이혼하고 옥탑 단칸방에서 아들 둘 데리고 살며 머리 좋고 책 좋아하는 큰아들에게 눈물 삼키며 실업계 가라고 하시던 엄마. 차마 이런 말 하지못하고 당신 가슴에 묻어두었다 며느리에게 지나가는 말로 하시던 우리 엄마.

초등학생 때 밤 늦게 라면 끓이라 해놓고 밥상 뒤엎어 그 뜨거운 국물에 허벅지 다 데여 벌겋게 살이 벗겨지는데도 면발 몇개 닿여 빨개진 아들손에 소독한다고 우시면서 찬 소주를 부으시던 그 기억이 가슴에 박혀, 이제 옛날에 힘없이 울기만 하던 그 어린아이가 아니라 연봉도 남부럽지않게 벌고 집도 억소리나는 곳에 사는데,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안가냐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 지르는 아들 마음을 모르는 우리 엄마.

아들.어ㅁ마가.미안하다.들렀다가라

띄어쓰기 두번 누르면 점이 찍히는 서투른 자판으로 문자가 온다. 혹여나 성질머리 있는 아들이 그냥 가버릴까봐, 작은 손수레로 두세번씩 나를만큼 바리바리 먹거리 싸놓은거 두고 갈까봐 몸만 큰 아들한테 먼저 말을 꺼내셨으리라. 

마당에서 노는 아들 모습이 부얘진다.

응급실 가니 살이 벌어져 꿰메야한다고 한다. 칼에 베였으니 파상풍 주사도 맞는다. 뭐가 그리 마뜩찮은지 인상을 찌푸리신다. 길 막히니 얼른 올라가라고 자꾸 미시는 통에 근처 사는 사촌동생 불러다 치료 다 끝날때까지 옆에 지키라고  단단히 일러놓고 병원을 나섰다. 한 삼십분 가니 다섯바늘 꿰맸다는 말과 붕대로 동여맨 손가락 사진이 온다. 그제야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속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다.

집에 오니 아내가 5만원을 내민다. 손주 과자값 하라고 주셨단다. 본인도 오십 중반이시면서 요양사 자격증 따서 밤낮으로 교대하며 버시고 쉬는 날엔 이삿짐센터나 관광버스 밥차리는 알바 하시면서 한푼 두푼 모으신 돈이다.  이제 나이 들어 감기 한번 걸리면 일주일씩 기침하며 고생하시니 적당히 하라고 해도 맨날 말로만 알았다 하신다. 두 아들 다 직장이 멀리 있고 가정이 있단 핑계로 자주 내려오지도 못하는게 자꾸 눈에 밟힌다.

꽉 막힌 도로 다섯시간 운전하면서 자꾸 찡찡대는 아들 엉덩이 때려 울려놓고, 집에 오니 놀아달라고 안기는 아들 모습을 보니 가슴이 싸하게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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